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향방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공개적으로 못 박았다.
2025년 8월 1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글을 올려 “젤렌스키가 원한다면 거의 즉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크림반도는 이미 12년 전에 총 한 발 없이 러시아에 넘어갔다”며 “우크라이나는 나토(NATO)에 가입하지 않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크렘린이 일관되게 요구해 온 두 가지 조건—크림반도 영토 병합 인정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비가입—과 맹목적으로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관심을 끌었다.
크림반도 편입·돈바스 분쟁 배경 설명
러시아는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전격 합병한 뒤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했다. 국제사회는 이를 강력히 규탄했지만, 2022년 2월 전면 침공으로 사태는 전쟁 단계로 비화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매우 큰 강대국이며, 우크라이나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훌륭하다”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Remember how it started. No getting back Obama given Crimea (12 years ago, without a shot being fired!), and NO GOING INTO NATO BY UKRAINE.” —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 소셜 게시글
워싱턴·알래스카 ‘연쇄 외교’… 4일 만에 잇단 회동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약 3시간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회담을 “생산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즉각적인 휴전 합의에는 실패했다.
푸틴과의 만남 직후 트럼프는 로이터 통신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현 전선을 대부분 동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철수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월 12일 이미 해당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그는 “그럴 경우 우크라이나의 핵심 방어선 — 소위 ‘요새 벨트’ — 를 잃게 되며 러시아의 추가 공세에 문을 열어줄 뿐”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주의 약 4분의 1, 특히 ‘요새 벨트’라 불리는 연쇄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
워싱턴 정상회의 예정… 유럽 지도자들도 동참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8일 워싱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및 다수의 유럽 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 회동은 알래스카 푸틴 회담 후 4일 만에 열리는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자리에서 미국·우크라이나 간 희토류·광물 공급망 합의가 28일 서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공식 입장도 나왔다. 키이우 정부는 이번 계약이 미국의 안보 보장을 얻기 위한 가교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멈추면 끝, 멈추면 소멸” — 브링컨發 ‘대칭’ 원칙
앤서니 블링컨 전 국무장관은 2024년 유엔 연설에서 “러시아가 싸움을 멈추면 전쟁이 끝나지만, 우크라이나가 멈추면 국가가 끝난다”고 말한 바 있다. 해당 문구는 우크라이나 측 공적 담론에서 자주 인용된다.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란?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이 2022년 설립한 SNS 플랫폼으로, X(구 트위터) 대안 격이다. 정치 성향이 강한 이용자가 많으며, 트럼프의 공식 성명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한다.
전문가 관점 및 향후 전개
(기자 의견)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든 ‘크림반도·나토 불가’ 투 트랙 구상은 크렘린의 핵심 요구와 100% 일치한다. 이는 협상 테이블을 ‘제로섬’ 구조로 만들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미국 내부에서 “장기전보다 단기적 휴전이 낫다”는 피로감이 커지고 있어, 트럼프의 발언은 국내 정치용 메시지라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된다.
반면 젤렌스키 정부는 영토 반납을 전제로 한 ‘동결안’을 수용할 경우, 추후 집권 기반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헌법은 ‘영토 보전’을 명시하고 있어, 국회 3분의 2 이상 동의 없이는 영토 양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제법상 무력 점령 하에서 이뤄진 영토 변경은 인정받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쟁 지속 비용과 인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 협상 압박으로 작용한다.
워싱턴 회담 결과가 실질적 휴전 로드맵으로 이어질지, 혹은 ‘책임 전가’ 성격의 정치 이벤트로 그칠지는 크림반도 지위·나토 가입 여부라는 두 축의 타협 가능성에 달려 있다.
용어·지명 간단 해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1949년 창설된 서방 방위 동맹으로,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집단방위조항(제5조)
도네츠크·루한스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두 주(州). 2014년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일방적 ‘인민공화국’ 선포 후 분쟁이 장기화됐다.
요새 벨트(Fortress Belt):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에 구축한 연쇄 방어선. 견고한 지하 참호·벙커로 이뤄져 러시아의 기갑 돌파를 여러 차례 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