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 가능성…법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까

워싱턴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을 해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파월 의장을 향해 “멍청이(numbskull)”라고 비난하며 금리 인하 압박을 거듭해 왔다. 만약 실제로 파월 의장을 해임한다면, 이는 192년 가까이 유지돼 온 연준의 독립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게 된다.

2025년 7월 2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준 본부를 방문하기에 앞서 파월 의장을 “왜 금리를 내리지 않느냐”는 이유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해임도 불사하겠다”는 뉘앙스를 반복해 왔으며, 이는 연방준비제도법(Federal Reserve Act) 해석 문제로 직결된다.

연방준비제도 이사 ‘해임 사유’ 규정
1913년 제정된 연방준비제도법은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 구성원, 즉 의장을 포함한 7명의 이사가 “사유(cause)”가 있으면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다고만 명시한다. 그러나 법령 어디에도 ‘사유’의 구체적 정의나 해임 절차, 기준은 제시돼 있지 않다. 미국 역사상 연준 이사가 해임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이 조항이 법정에서 검증된 선례도 없다.

‘사유’(cause)의 해석 논쟁

일반적으로 독립 행정기관을 다루는 다른 연방법들은 ‘사유’를 •직무 태만(neglect of duty) •직권 남용(malfeasance) •비효율(inefficiency) 등으로 열거한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고 그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법원은 이들 유사 조항을 참고해 대통령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 의장의 사유 없는 해임은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한다.” —해임 반대 측 법률 전문가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당시)는 과거 여러 사건에서 ‘대통령은 행정기관 구성원에 대한 광범위한 인사권을 가진다’는 헌법적 우월권 이론(Unitary Executive Theory)을 내세우며, ‘해임 사유’ 자체를 무력화하려 했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아무 이유 없이도 해임할 수 있다는 주장이 펼쳐질 수 있다.

파월이 소송에서 이겨도 복귀는 장담할 수 없다

백악관 변호인단은 유사 소송에서 “설령 해임이 위법이라도 법원이 복직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해당 판결을 일시 중단(stay)시키며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 즉, 파월 의장이 승소하더라도 실질적 복귀 대신 체불 급여와 위법 확인만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상존한다.

최근 유사 판례 동향

•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사건: 연방법원은 해임이 위법이라며 복직을 명령했으나, 2024년 대법원이 집행을 일시 중단.
• 전미노동관계위원회(NLRB)·노동관계조정위원회(FLRA) 사건: 워싱턴 D.C. 순회항소법원이 곧 판단 예정이며, 대법원 심리로 이어질 전망이다.

해임된 위원들은 “우리가 보호받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행정부 전반을 무제한 통제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법원의 역사적 입장

1935년 Humphrey’s Executor v. United States 판례에서 대법원은 연방거래위원회(FTC)와 같은 다인(多人) 위원회 구성원은 ‘사유’ 없이 해임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최근 보수 우위 대법원은 행정국가 축소 경향에 따라 위 판례를 ‘예외적 사례’로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2025년 5월 대법원이 내린 무기명(unsiged) 명령에서 “연준은 독특한 구조의 준사기업(quasi-private) 기구이며 역사적 전통이 다르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위원회 판례를 연준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사인을 보내며, 연준의 독립성을 상대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용어 해설: ‘독립 행정기관’과 ‘유니터리 행정부 이론’

독립 행정기관은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일정 부분 분리돼 전문적 판단을 내리도록 설계된 조직이다. 반면 유니터리 행정부 이론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행정권 전반을 위임했으므로, 기관장 해임권 역시 제한받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현재 미국 보수성향 학자·판사들은 이 이론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이는 연준 의장 해임 문제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전문가 시각

본지 취재에 응한 전직 연준 법률고문은 “대법원이 연준을 특별한 존재로 본다는 최근 언급은 고무적이지만, 보호막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학자는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해 파월 의장을 해임한다면, 이는 단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자 해설
연준 의장 해임권 논란은 결국 ‘정책 독립성’과 ‘민주적 통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으로 귀결된다. 미국 헌법이 행정부 수장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허용하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연준이 인플레이션·금융안정을 다루는 특수 기관이라는 점, 그리고 중앙은행 결정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력을 감안하면, 당장 법적 승패와 별개로 시장의 심리적 안전망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실제로 해임하려 할 경우 미국 행정법·헌법·금융시장이 총체적으로 맞물린 대혼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 결과가 어떠하든, 이번 논란은 연준 독립성의 한계를 재정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