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연준 의장 원치 않아…후보 4명 압축”

[워싱턴 D.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군을 4명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앞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본인이 고사하면서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2025년 8월 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제 전문 프로그램 ‘스쿼크박스(Squawk Box)’에 출연해 “스콧을 사랑하지만 그는 현직에 남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베센트에게 직접 의사를 확인했으며, 베센트는 “

아니오, 저는 제 자리에 있고 싶습니다. 그리고 계속 대통령님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일 트럼프 CNBC 인터뷰 아드리아나 쿠글러(Adriana Kugler) 연준 이사가 9일(현지시간)부로 돌연 사임한다고 발표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나온 발언이다. 쿠글러 이사의 사임은 백악관이 연준 이사회(Fed Board of Governors)에 또 다른 트럼프 측 인사를 임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남은 유력 후보로는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 ▲케빈 해싯(Kevin Hassett)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현 연준 이사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케빈 모두 훌륭하며, 다른 훌륭한 인물도 있다”고 밝혔고, 쿠글러의 사임에 대해선 “기분 좋은 놀라움이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의 공식 임기는 2026년 5월까지 남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공공연히 비판해 왔다.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섀도 체어(Shadow Chair)’를 임명해 파월 의장 임기 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섀도 체어’란? 미국 법상 현직 의장을 해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부의장 혹은 이사직에 ‘사실상의 의장 역할’을 할 인물을 앉혀 정책 방향을 이끌도록 하는 비공식 전략을 가리킨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과 함께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첫 임기 중 파월 의장을 지명했고, 상원은 2018년 2월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이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자 트럼프는 파월 의장이 “금리를 정말 낮게 유지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음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2024년 9월부터 12월까지 연준은 총 1%포인트를 인하했는데, 트럼프는 이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돕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 인터뷰 장면


전문가 시각과 시장 영향

시장 참여자들은 새 의장 인선 과정이 연준의 중립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워시 전 이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초기 긴축’ 의견을 내면서 통화 완화에 회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물가 목표제 유연화’를 지지하며 저금리 기조에 우호적 입장을 보인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감세 정책의 설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성장률 제고를 위해 “금리는 더 낮아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혀 왔다. 월러 이사는 현재 이사회 내부에서 비교적 매파적 색채가 옅은 인사로 꼽힌다.

만약 세 후보 중 누구든 연준 의장으로 낙점될 경우, 2026년 이후 통화정책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워시나 해싯이 지명된다면 ‘성장 우선, 인플레이션 후행’ 전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 달러 약세·장기금리 하락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파월 의장이 임기를 채우는 동안 ‘섀도 체어’가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FOMC 내 의사결정이 이원화될 우려가 있다. 이는 금리·유동성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어, 주식·채권·원자재 등 전 자산군에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

용어 해설 및 주의 사항

기준금리(Benchmark Rate)는 시중은행 간 초단기 차입금리에 연동되는 정책금리로, 연준이 직접 설정한다. 변동 시 미국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즉각적인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는 의장과 6명의 이사로 구성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이사 임기는 14년으로, 대통령 임기와 독립돼 있다. 의장·부의장은 이사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한다.

투자자들은 이번 인선 과정을 지켜보며 달러지수(DXY), 2년물·10년물 국채 금리를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특히 2년물 금리는 통화정책 기대를 반영하므로, 새로운 후보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급등락하고 있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몇 주 안에” 후보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상원 금융위원회 인준 청문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을 유지하고 있어 절차 자체는 비교적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섀도 체어’ 전략을 실제로 구사할지 여부다. 둘째, 차기 의장이 데이터 기반 정책을 고수할지, 행정부와 보조를 맞출지에 따라 시장의 위험 선호도(Risk Appetite)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9월 FOMC에서 단행될 가능성이 높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새 의장 지명과 맞물리면, 정책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인선은 미국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심리적 기준점을 재설정하는 사건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기업·정책당국 모두가 연준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