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이 지원한 그랩어건, NYSE 급락 데뷔 후 소폭 반등

[뉴욕] 2차 개장 전 거래에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Trump Jr.)가 지분을 보유한 온라인 총기 소매업체 그랩어건(GrabAGun) 주가가 전일 대비 약 5% 추가 하락하며 약세를 이어갔다.

2025년 7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종목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24% 폭락한 뒤 이튿날 장외거래에서 낙폭을 일부 만회했으나, 여전히 투자자들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그랩어건은 최근 블랭크-체크(Blank-Check) 방식의 합병을 통해 상장했다. 이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이미 확보한 자금을 이용해 비상장 회사를 인수‧합병함으로써 단숨에 증시 입성을 돕는 구조다. 이번 합병 파트너는 콜롬비에 인수회사 II(Colombier Acquisition Corp. II)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후원자로 알려진 오미드 말릭(Omeed Malik)이 지원한 SPAC이다.


트럼프家와 보수 진영 네트워크 확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는 부동산, 호텔, 골프 코스에서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다. 최근에는 총기 권리 및 보수 성향 소비재 부문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열성 지지층을 핵심 고객으로 포섭하고 있다.

총기 소매업체 그랩어건은 2010년 설립된 온라인 플랫폼으로 스포츠용 화기, 탄약, 각종 총기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취급한다. 회사 측은 “젊은 총기 애호가들이 온라인 구매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전자상거래 기반 성장 전략을 강조한다.

증권신고서(Prospectus)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현재 약 30만 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로 환산 시 약 400만 달러 규모다. 그는 이사회(Board)에도 참여해 전략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기업사회에서 ‘각성 문화(Wokeness)’가 절정이던 4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 트럼프 주니어, SNS ‘X’ 게시글 中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기업들은 정치적 정체성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Trump Media & Technology Group)의 변동성 큰 상장 사례와도 궤를 같이한다.


상장 직후 냉정한 시장 평가

그러나 유명 인사와의 연계만으로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이번 상장 첫날 24% 급락, 다음 날 장전 거래에서 약 5% 추가 하락이라는 기록은, 이름값’만으로는 투자 위험을 상쇄할 수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SPAC 합병 구조에선 주주가 합병 대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주식을 되팔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콜롬비에 측은 “거의 제로(near-zero) 수준의 주주 상환 요청”이 있었다며, 이는 그랩어건 비즈니스에 대한 명확한 신뢰 표시라 설명했다.

SPAC이란?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백지수표 회사’로 불리며, 상장 전에 실질 사업이 없는 껍데기 기업이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IPO(기업공개)를 진행한 후, 정해진 기간 내에 비상장 회사를 찾아 합병함으로써 해당 회사를 우회 상장시킨다. 주주는 합병에 반대할 경우 자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


시장·규제 당국의 시선

정치 지향적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상장 기업들은, 지지층 결집 효과와 동시에 규제기관·기관투자자의 상대적으로 높은 실사·감시를 받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 미디어 상장 과정에서는 재무공시·콘텐츠 통제와 관련해 연방 기관의 질의를 받기도 했다.

그랩어건 역시 총기 규제 정책이 강화될 경우 매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정치적 논란에 따른 브랜드 리스크가 잠재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소비자 기반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보수 성향 플랫폼의 성장 한계를 거론한다.

반면 지지자들은 “2차 수정헌법(총기 소유 권리) 수호라는 메시지를 통해 빠르게 커뮤니티 중심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한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공급망·물류 최적화가 핵심이다. 온라인 총기 유통기업은 주(州)마다 다른 규제·배달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복잡한 IT·물류 솔루션이 필요하다.

둘째, 소비자층 세분화 전략이 관전 포인트다. 스포츠 사격, 사냥, 개인 방어 목적 등 용도별 제품 큐레이션이 판매량을 좌우한다.

셋째, 정치·규제 환경이 최대 변수다. 미국 대선을 전후해 총기 규제 이슈가 부상하면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SPAC 합병 후 재무 실적 공개(10-K, 10-Q) 일정이 다가오면 예상 매출·순익·현금흐름이 투자심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랩어건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반등세를 이어가려면, 정확한 수익 모델 검증지속적인 규제 대응 역량을 시장에 증명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총기 소매 시장이 ‘니치 마켓’을 넘어 주류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