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데드라인 직전 전격 관세 발표’라는 특유의 전술을 다시 구사했다. 8월 1일 0시를 몇 시간 앞둔 늦은 밤, 그는 갑작스럽게 ‘트랜십(transshipped) 상품’에 4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수십 개국의 세율을 재조정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는 다음 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2025년 8월 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당초 이날 자정까지 일정했던 관세 시한을 주시하고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며 추가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긴급 대응에 나섰고, 밤사이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격히 요동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깜짝 발표를 통해 판을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5년 4월 그는 전 세계 상품에 10% 관세를 전격 부과했다가 곧바로 일시 중단했고, 7월 9일 재개하려던 계획도 마감 48시간 전 돌연 연기해 8월 1일로 늦춘 바 있다. 그때마다 기업은 생산계획을 수정했고, 각국 정상은 워싱턴과 긴급 통화를 해야 했으며, 통상 변호사들은 밤샘 근무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성’ 자체를 협상 카드로 삼고 있다.” — 스티븐 올슨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 선임연구원·前 미 통상교섭관
올슨 연구원은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이 자국이 주도해온 자유무역 질서를 스스로 흔드는 마당에, 해당 질서가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브링크맨십(벼랑 끝 전술)’은 협상 결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겠다며 압박했고, 결과적으로 자동차 부품 현지조달 비율과 노동·디지털 조항을 강화한 미·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성사시켰다. 또 지난 5월 ‘해방일(Liberation Day) 관세’를 선언하기 직전 영국과 전격 합의에 도달하며 “매우 크고 흥미로운 날”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40% 관세’의 핵심 — 트랜십(transshipped) 상품이란?
트랜십핑은 제3국 항구를 거쳐 우회 수출하는 물류 방식으로, 원산지를 숨겨 고율 관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편법 무역’으로 규정하고 사실상 모든 경유 화물에 일괄 관세를 부과해 우회로를 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정에서 캐나다·태국·말레이시아 등은 예고 없이 무거운 세율을 배정받았고, 전통적 중립국인 스위스마저 39%라는 고율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중인 상황에서, 트랜십 상품에 대한 일괄 제재가 중국산 우회 수출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혼란을 동반한 외교’에는 비용도 따른다. 같은 날 유럽 증시는 하락 출발했고, 자동차·반도체·원자재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변동성을 예산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공급망은 단기간에 방향을 틀 수 없고, 투자자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트럼프가 아직 합의하지 못한 국가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은 협상용 겁주기다. 그의 데드라인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 홀거 슈미딩 베렌버그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율을 ‘협상용 지렛대’로 활용하는 만큼, 향후 일부 국가 세율이 다시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사이 모든 규칙이 바뀔 수 있다”는 학습 효과는 이미 글로벌 경제 전반에 스며든 상태다.
결국 ‘트럼프 변곡점’은 하나의 독립 변수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도 기업·국가·투자자는 즉석에서 플랜B를 마련해야 하며,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과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리고 시장은 묻고 있다. “세계 경제는 한밤중에 규칙을 바꾸는 플레이어와 공존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