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신을 ‘적대’하는 방송사 면허 박탈 가능성 거론

워싱턴 D.C.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지상파 방송사의 연방통신위원회(FCC) 면허를 회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2025년 9월 18일(현지시간),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국빈방문을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채 기자들과 만나 “네트워크들이 나에게 97% 부정적 보도를 했지만 나는 2024년 대선에서 일곱 개 경합주를 쉽게 이겼다”며 “그들이 면허를 갖고 있다면, 면허를 박탈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17일 ABC가 심야 토크쇼 ‘Jimmy Kimmel Live!’ 방송을 일시 중단한 직후 나왔다. 진행자 지미 키멜은 보수 운동가 찰리 커크 피살 사건을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진영과 연관지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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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이 트럼프만 때린다. 그들은 민주당의 확성기일 뿐”

이라고 트럼프는 주장했다.


FCC 압박 — ‘면허 리스크’ 언급
전날 브렌던 카 FCC 위원장은 CNBC 인터뷰에서 “ABC가 키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면허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카 위원장은 트럼프가 지명한 인사다. 트럼프는 그를 두고 “카는 애국자이며 강단 있는 인물”이라며 전폭 지지를 표명했다.

FCC 면허는 ABC·CBS·NBC·Fox 등 지상파 네트워크 계열 지역 방송국이 전파를 사용해 무료로 콘텐츠를 송출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반면 케이블 채널은 시청자가 요금을 내고 시청하는 유료 모델이므로 FCC 면허 규제 대상이 아니다.

지상파 면허는 8년마다 갱신되며 공익·공정성·지역사회 봉사 의무를 충족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면허를 박탈할 권한은 없지만, FCC가 조사 후 청문회를 거쳐 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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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어포스원

트럼프의 미디어 비판 — ‘97% 부정적 보도’ 근거는?
트럼프는 “언론이 97% 부정적이었다”는 수치를 반복했으나, 구체적인 출처는 제시하지 않았다. 2017년부터 여러 보수 싱크탱크가 트럼프 관련 주류 방송보도 톤 분석을 내놓았지만, 조사 방법과 표본이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그는 CBS 심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까지 거론하며 “그들 프로그램에 보수 패널이 거의 출연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 또한 면허 논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시각
방송법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면허 박탈을 구체적으로 지시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지적한다. 뉴욕대학교 법학과의 폴 마체오 교수는 “FCC 독립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 환경 전반을 재정비하려 시도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언론자유 단체인 ‘리포터스 위드아웃 보더스(RSF)’는 “면허 박탈 시사는 언론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정부가 언론을 검열하거나 처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방송 주파수는 공공 자원인 만큼 일정 수준의 규제를 받는다.

트럼프 기자회견

배경 — 찰리 커크 사건
보수 논객 찰리 커크(31)는 9월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이하 UVU) 캠퍼스에서 열린 행사 중 총격으로 숨졌다. 경찰은 ‘정치적 동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미 키멜은 방송에서 “극우 성향” “트럼프 MAGA 지지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피의자의 구체적 정치 성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BC는 “추가 사실관계를 검토할 때까지 프로그램을 임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시청률 3위권 심야쇼인 Jimmy Kimmel Live!가 중단되자 업계에는 표현의 자유 vs 규제책임 논쟁이 재점화됐다.


산업 파장과 시장 반응
ABC 모회사 월트 디즈니(NYSE: DIS) 주가는 면허 논란이 부각된 18일 1.2% 하락 마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면허 박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지만, 규제 리스크 프리미엄이 주가를 압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컴캐스트는 자회사 NBC유니버설을 버선트로 스핀오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NBC는 버선트 산하로 편입될 예정이다. 트럼프 발언으로 NBC 면허까지 거론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업계 전반이 정부·FCC 관계 재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우리는 아직 미디어 생태계 변화를 끝내지 않았다”는 카 위원장의 발언에 동조하며,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는 방송·통신 규제를 담당하는 미국 독립기관이다. 방송 면허는 공중파 주파수를 사용할 법적 권리로, 뉴스·오락·지역사회 서비스 등 ‘공익성’ 유지 의무가 따른다. ‘MAGA’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사용하는 슬로건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어다.

지상파 ‘License’(면허)는 신호가 공공재인 주파수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의회가 부여한 권한 아래 FCC가 관리한다. 케이블·스트리밍 서비스는 자가 인프라·인터넷 기반으로 송출되기에 별도 규제를 받는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법적·정치적 파급력을 모두 가지며, 언론 자유와 규제 기관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쟁을 재점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