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일(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 국장 에리카 맥앤터퍼(Dr. Erika McEntarfer)의 즉각 해임을 지시했다. 이날 발표된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조작된 수치”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2025년 8월 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맥앤터퍼 국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임명한 정치적 인사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가상 전제)에 유리하도록 고용지표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확한 일자리 수치가 필요하다”며 “내 팀에 즉시 그녀를 해고하고 더 유능한 인물로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일자리 수치’가 바이든이 임명한 맥앤터퍼 국장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가 선거 전 수치를 조작해 해리스의 승리를 돕고자 했다.” ―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 소셜 게시글 중
■ 7월 고용지표 충격
같은 날 BLS는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7만3,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약 18만~20만 명)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아울러 5·6월 수치도 총 25만8,000명 하향 조정돼, 최근 3개월 평균 고용 증가율은 3만5,000명에 그쳤다. 월가에서는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금융시장 즉각 반응
고용 쇼크가 전해지자 S&P 500 지수는 장중 한때 2.3% 급락했고,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경기 둔화 우려 속에 15bp(1bp=0.01%p) 떨어졌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는 한편, “고용 둔화가 장기화하면 기업 실적에도 부정적”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 트럼프의 연준 압박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게시글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역시 직격했다. 그는 “파월은 금리를 너무 높게, 너무 오래 유지했다”며 “미국 경제를 베어마켓으로 밀어 넣었다”고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시절 임명됐지만, 양측은 금리정책을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 노동통계국(BLS)·고용지표 용어 풀이*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Nonfarm Payrolls)은 미국 경제의 고용 상황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월간 통계다. 농업·가정부·비영리 부문을 제외한 전체 산업의 종사자 변동을 측정한다. 통상 15만~20만 명 이상의 증가가 ‘건전한 성장’으로 평가되며, 예측치와 실제치의 격차가 클수록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BLS는 미국 노동부 산하 기관으로, 고용·실업률·임금·소비자물가지수(CPI) 등 핵심 경제 지표를 생산·관리한다. 통계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야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전문 인력을 중립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 전문가 시각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계 조작’ 주장을 두고 “증거가 부족하다”면서도, 정치권이 경제 통계의 독립성을 훼손할 경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마리 로젠 교수는 “고용 통계처럼 민감한 지표는 신뢰가 생명”이라며 “정치적 압력이 커지면 통계 생산 과정이 흔들리고,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 향후 관전 포인트
1) 맥앤터퍼 국장의 거취: 노동부가 백악관이나 의회와 별도로 인사권을 행사하지만, 실질적 압력이 어떻게 작동할지가 관건이다.
2) 9월 연준 회의: 고용 둔화가 확인될 경우 금리인하 가능성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3)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지형: 통계 신뢰성 공방이 양당 지지층 결집 요인으로 활용될 수 있다.
※ 참고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2017~2021년)에도 고용·GDP·무역적자 통계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할 때마다 “가짜 뉴스(fake news)” “조작된 통계”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 기자의 시각
이번 사안은 단순 인사 논란을 넘어 ‘통계 주권’을 둘러싼 미국 내부의 구조적 갈등을 드러낸다. 통계가 정치무기화될수록 정책 신뢰와 시장예측 모델의 정확도가 함께 훼손된다는 점에서,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특히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데이터-디펜던시(data-dependency)가 강화되는 만큼, 향후 발표될 CPI·PPI·소매판매 등의 변동폭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