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세 합의를 공식화한 뒤, 다음 목표를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으로 설정했다.
2025년 7월 2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늦은 시각 백악관을 떠나면서 기자단에게 “
내일은 유럽 대표단이 들어오고, 그다음 날에는 또 다른 대표단이 온다
”라고 밝혔으나, 구체적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8월 1일까지 EU와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연기됐던 30% 관세 부과 시점을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행 EU산 수입품에 대한 30% 관세는 다음 달 발효될 예정이며, 브뤼셀은 그에 맞서 최대 210억 유로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예고해 놓았다. 다만 첫 번째 보복 관세 묶음은 8월 6일까지 ‘대기 상태’로 유지된다.
일본 합의가 낳은 ‘긍정적 시그널’
국제 금융시장은 미·일 합의를 EU 협상에도 호재로 해석하고 있다. 도이체방크 리서치 전략가들은 이날 메모에서 “일본과의 기본 관세율 15% 합의는 EU도 비슷한 틀 안에서 타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씨티(Citi) 소속 경제학자 아이바 카츠히코는 별도 메모에서 “주요 자동차 수출국인 일본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되 수출 물량 상한선(cap)을 두지 않은 점은 EU 및 한국과의 향후 협상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15% 기본 관세’ vs ‘30% 전면 관세’
이번 미·일 합의는 대부분 품목에 15%의 단일 관세율을 적용한다. 로이터는 자동차 부문도 현행 25%에서 15%로 인하된다고 전했다. EU 측은 그간 주요 전략 품목(자동차·농산물·항공기 부품 등)에 별도 예외나 낮은 세율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만약 미국이 일본과 동일 원칙을 EU에도 적용한다면, EU는 ‘기본 15% + 전략 품목 세율 인하’라는 절충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EU 집행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도로용 차량(자동차 및 부품)은 EU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상위 3대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자동차 관세 인하 여부는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융시장 반응과 실물 파장
유럽증시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은 이날 장 개시 약 1시간 만에 1% 상승했고, 자동차 섹터는 3.5%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일본 사례와 유사한 ‘관세 절충’ 가능성을 선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는 중국과 EU 간 갈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CNBC에 “베이징은 미국이 EU에 대(對)중국 강경 노선을 요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뤼셀의 ‘양방향 외교’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이사회 의장은 현재 아시아 순방 중이다. 이들은 23일 일본 지도부를 만난 뒤, 24일 열리는 EU–중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 역시 ‘무역’이다.
한편 EU 무역담당 집행위원 마로스 셰프초비치는 22일 X(옛 트위터)에 “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중요한 화상 통화를 진행했다
”고 적시했으나 추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헷갈리기 쉬운 용어 해설
※ 레비(levy)란 관세·세금을 ‘부과하다’라는 뜻의 영어 동사에서 파생한 명사로, 국제 통상 기사에서 ‘관세’와 동의어처럼 쓰인다.
※ 트랜치(tranche)는 ‘분할, 묶음’이라는 의미로, 단계별로 나누어 집행되는 조치를 지칭할 때 사용된다. EU의 첫 번째 보복 관세 묶음을 ‘첫 번째 트랜치’라고 부르는 이유다.
전망과 관전 포인트
시장 전문가들은 8월 1일 이전에 ‘15% 기준선 + 전략품목 예외’ 형태의 타협안이 성사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반면, 협상이 결렬될 경우 30% 전면 관세가 발효돼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
아울러 EU가 중국과의 협상에서 어떤 공동 목소리를 내느냐도 변수다. 미국의 압박 속에서 EU가 ‘전략적 자율성’을 고수할지, 혹은 대중(對中) 견제에 가세할지가 향후 글로벌 무역 지형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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