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텔 CEO 립부 탄에 대한 입장 급선회…사퇴 요구 며칠 만에 “성공적인 인물” 극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며칠 사이 인텔(INTC)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Lip-Bu Tan)에 대한 평가를 180도 바꿨다. 불과 사흘 전까지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압박하던 대통령은 이번엔 “성공적인 인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해당 발언 이후 11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인텔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2% 상승했다.

2025년 8월 11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65세인 립부 탄 CEO를 백악관에서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과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와 함께 만났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의 성공과 성장 과정은 놀라운 이야기다. 탄 CEO와 내 내각 구성원들이 이번 주에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여러 제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텔 CEO 립부 탄 연설 사진

불과 지난 8월 7일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플랫폼에서 “탄은 심각한 이해 상충이 있으며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는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이 탄 CEO의 중국 관련 경력을 문제 삼으면서 촉발됐다. 코튼 의원은 과거 탄 CEO가 이끌었던 전자설계자동화(EDA) 업체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가 얽힌 형사 사건을 언급하며 안보 우려를 제기했다.


인텔의 공식 입장과 주가 반응

인텔은 같은 날 성명에서 “회사와 이사진, 그리고 탄 CEO는 미국의 국가·경제 안보 이익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장은 급격한 정치적 리스크 속에서도 탄 CEO 체제의 방향성에 기대를 표한 모습이다. 실제로 인텔 주가는 2025년 들어 3%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S&P 500지수는 8.4% 올랐다.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인내가 필요하다.” – 립부 탄, 2025년 7월 실적 컨퍼런스콜 발언


배경: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정부 개입

트럼프 행정부는 인공지능(AI) 패권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간접 개입을 강화해 왔다. 대표 사례로, 엔비디아(Nvidia)가 중국에 AI 가속기 H20 칩을 판매하기 위해 매출의 15%를 로열티 형태로 미국 정부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엔 20%를 요구했지만, 젠슨 황 CEO가 협상해 15%로 낮췄다”고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 개입은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려는 의도가 크다. 반도체 제조 지원법(CHIPS Act)과 연계해 대규모 보조금,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으로의 첨단 칩 수출을 억제해 자국 기업의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다.


립부 탄 체제의 인텔, 구조조정과 재편

탄 CEO는 2022년 이사로 합류한 뒤 2025년 3월 팻 겔싱어 전 CEO를 이어받았다. 인텔은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크게 뒤처진 상태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확장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소진하던 중이었다. 탄 CEO는 부임 직후 독일·폴란드 신규 공장 계획을 철회하고, 오하이오 공장 개발 속도를 늦추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인력이 감원됐고 파운드리 사업 예산도 감축됐다.

그럼에도 그는 “회복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인텔이 설계·제조 통합 역량을 살려 장기적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라며 장기 청사진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탄 CEO가 EDA 전문가로서 칩 설계 툴·소프트웨어 생태계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 경쟁력을 우선 강화한 뒤 파운드리 투자를 재개할 가능성을 점친다.


주요 용어 설명

Truth Social – 트럼프 대통령이 2022년 설립한 자체 SNS 플랫폼으로, 기존 트위터(현 X) 이용 정지 이후 주요 소통 창구로 쓰인다.

EDA(전자설계자동화) – 반도체 칩 회로도를 설계·검증·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 툴 및 솔루션을 의미한다. 복잡한 회로를 신속하게 구현할 수 있게 해 설계 기간을 대폭 단축시킨다.

파운드리(Foundry) – 설계된 반도체 칩을 실제 웨이퍼 형태로 생산해 주는 위탁생산 공정을 가리킨다. 설계 전문 팹리스(fabless) 기업과 구분되며,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 변화가 정치적 레버리지로 해석된다고 본다. 대통령이 경영진에게 압박과 지지를 번갈아 사용해 반도체 공급망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로열티 협상 사례와 같이, 정부가 ‘무역 허가’라는 규제권을 활용해 기업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이 탄 CEO를 “성공적인 인물”로 치켜세운 것은, 인텔의 AI 칩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부·민간 협력의 신호탄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인텔이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정 등에서 보조금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 리스크도 여전히 크다. 탄 CEO가 중국 출생이라는 점, 과거 케이던스 디자인 재직 시기가 계속해서 회자되는 만큼, 향후 의회 청문회나 추가 규제 논의로 이어질 소지가 남아 있다.


결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번복은 인텔을 둘러싼 정치·산업 지형이 불확실성과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임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반도체가 안보·산업 정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만큼, 기업과 정부 간 밀착·긴장 관계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인텔이 구조조정과 기술 로드맵 재편을 통해 AI 시장 재도약에 성공할지,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추가 압박 또는 지원 책을 내놓을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