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31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한 약국에서 직원이 의약품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 Noah Seelam | AFP | Getty Images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산 상품에 대해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인도 수출산업 전반이 격랑에 빠졌다.
2025년 8월 7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한 인도에 대한 보복 조치로 기존 25% 관세에 25%포인트를 추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명령은 21일 이내에 발효될 예정이며, 인도산 제품 상당수가 총 50%의 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관세(Tariff)는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보호무역이나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자주 활용된다. 관세율이 높아지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수요가 줄고, 수출국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경제 성장률 ‘1%p’ 흔들릴 위험
시장조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실란 샤 부대표는 “미국 소비가 인도 GDP의 약 2%를 견인해 왔는데, 이번 추가 관세는 경제 전반에 실질적 충격을 줄 만한 규모”라고 분석했다. 그는 관세 여파로 인도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각각 7%에서 6% 수준으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가 신흥 제조 허브로서 갖고 있던 매력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 실란 샤, 캐피털이코노믹스
골드먼삭스는 50% 관세 시행 시 인도 국내총생산(GDP)이 0.6%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4월~2025년 3월 인도의 총 상품 수출액은 약 4,340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865억 1,000만 달러가 미국으로 향했다.
주요 수출 품목별 영향
1) 공작·전기·산업기계 등 ‘엔지니어링 제품’
엔지니어링 제품은 인도의 최대 수출 품목으로, 회계연도 기준 1,1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191억 6,000만 달러(약 16%)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철강과 비철금속 비중이 각각 17.07%, 10.52%를 차지하며 이미 철강 부문은 50%의 부과세를 적용받고 있다. 6월 전체 상품 수출이 1.92% 증가한 데에는 엔지니어링 제품(95억 달러, 1.35%↑)이 일조했으나, 관세 인상으로 모멘텀 둔화가 불가피하다.
2) 보석·주얼리, 섬유·의류
보석·주얼리 산업은 인도 GDP의 7%를 차지하고 500만 명을 고용한다. 미국은 이 부문 수출의 33%를 흡수하고 있어, 관세 인상 시 타격이 크다. 인도 주얼리 제조사 라제시 익스포츠의 라제시 메타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높아진 관세는 추가 부담이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섬유·의류 분야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4,500만 명을 직접 고용한다. 미국의 수입 점유율은 34%다. 인도섬유산업연합(CITI)은 7월 30일 성명에서 “관세 차별화가 사라지면 방글라데시를 제외한 경쟁국 대비 우위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3) 전자제품
전자제품 수출의 38%가 미국으로 향한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알렉산드라 허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가장 위험에 노출된 분야”라고 지적했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 생산라인을 인도로 이전하면서 2분기 스마트폰 미국 1위 공급국에 등극했지만, 이는 4월 스마트폰·컴퓨터 관세 면제 덕분이었다. 3월 전자제품 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27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4) 의약품·제약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 제품에 대해 “처음에는 소규모 관세를, 이후 최대 250%까지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 제약업계의 미국 수출액은 105억 달러로, 카테고리 전체의 35%를 차지한다. 허만 이코노미스트는 “화학제품 전반의 미국 의존도가 낮아 보이지만, 의약품 부문만큼은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경쟁력·지정학적 변수
MUFG은행의 마이클 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대체 공급처를 찾기 쉽지만, 인도는 미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줄이기 어렵다”며 “관세 차별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완 연구원은 경쟁국으로 제약 부문의 유럽, 전자제품의 베트남·멕시코, 섬유의 캄보디아·스리랑카·방글라데시·베트남, 주얼리의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46%→20%), 태국(36%→19%), 방글라데시(35%→20%), 캄보디아(36%→19%) 등과 예비 관세 인하 합의를 도출했다.
현재 전자·제약 등 32%의 인도 대미 수출품이 관세 면제를 받고 있으나, 이번 조치로 면제 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기자 분석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은 선별적 압박과 협상 지렛대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인도는 대중국 공급망 재편의 수혜국으로 부상했으나, 지정학적 균형 외교를 위해 러시아산 원유를 지속적으로 수입해 왔다. 이번 결정은 ‘에너지 실리 외교’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 셈이다.
관세 인상으로 미국 기업들도 소비자 가격 상승과 공급망 재조정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 특히 의약품·전자제품은 대체 공급국이 제한적이어서, 양국 모두에게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3주 안에 인도 정부가 미국과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지, 혹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추진할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