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도산 관세 인하 시사… 충성파 세르히오 고르 주인도 미국대사 취임으로 무역협상 속도전 예고

워싱턴DC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르히오 고르(Sergio Gor) 신임 주인도 미국대사의 백악관 집무실(Oval Office) 선서식에서 인도에 부과된 관세 인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하며 양국 간 무역 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에 따라 미국의 인도산 제품 관세를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다.

2025년 11월 1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0일(현지시간) 진행된 선서식에서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때문에 관세가 매우 높았지만, 이제 상당히 줄었기 때문에 관세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고르는 오랜 기간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해 온 정치적 충성파로 알려져 있으며, 뉴델리 부임과 함께 양국 간 통상·에너지·안보 협력 과제에 곧바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도 관세 관련 보도 이미지(링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시장조사업체 Kpler의 집계는 2025년 10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일 159만 배럴(mbd)9월과 대체로 변함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Kpler는 “10월 러시아산 수출 물량 중 일 173만 배럴은 인도로 향하는 것으로 신호가 잡혔고, 추가로 일 30만 2천 배럴(kbd)은 최종 목적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11월 추세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이는 백악관의 관세 인하 논거가 실제 수입 흐름과 시차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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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대한 관세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때문에 정말 높았지만, 이제 그 수입을 상당히 줄였기 때문에 우리는 관세를 낮출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가 실제로 인하된다면, 양국 간 부분적 무역 합의 또는 상호 관세 조정을 위한 협상 진전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에너지 수입 데이터정책 발표 간 괴리가 존재할 경우, 시장은 단기 변동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고르 대사의 과제와 백악관의 의도

트럼프 대통령은 고르 대사의 최우선 과제로 미국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 촉진, 미국산 에너지 수출 확대, 안보 협력 심화를 꼽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관계 중 하나인 인도 공화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고르가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 상원은 10월 7일 고르의 주인도 미국대사 지명을 인준했으며, 고르는 며칠 뒤 뉴델리에 도착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접견했다. 양측은 국방, 무역, 기술을 논의했으며, 고르는 성명에서 “양국 모두에 중요한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의 중요성”도 논의했다고 밝혔다(미 대사관 성명). 이는 공급망 안정과 첨단산업 경쟁력에서 핵심 광물 확보가 갖는 전략적 의미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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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알렉산드라 헤르만은 고르 대사가 백악관과 뉴델리 간 신속하고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케 하는 채널로 기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녀는 “이는 무역 합의가급적 조기에 성사시키려는 의지를 시사한다”며, 다만 “정치적 성향의 대사가 전통적 외교관보다 속도를 낼 수 있는 반면, 양국 여론이 악화될 경우 완충장치가 약해져 관계 변동성이 커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쟁점: 관세, H1B 비자 수수료, 그리고 중재 발언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새 워싱턴과 뉴델리의 전략적 유대가 약화된 배경에는 가파른 관세(관련 보도), H1B 비자 10만 달러 수수료 인상(관련 보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파키스탄 휴전 중재 주장(관련 보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11월 6일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 행사에서 전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 라구람 라잔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세를 부과받는 나라가 중국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라는 상황에서 군사적 우정과 합동훈련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당신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세를 부과받는 나라, 중국보다도 더 많은데, 그러면서 군사적 우정과 합동 기동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 라구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

라잔은 또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당시 리처드 닉슨헨리 키신저가 미국 외교의 축을 파키스탄으로 기울였던 역사적 사례를 상기시키며, 그 결과 25년간 인도가 소련에 더 밀착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기 외교 선택장기적 전략 정렬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도의 기울기(India’s tilt)’와 러시아·중국과의 접점

미국이 8월 인도산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직후, 모디 총리는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웃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관련 보도). 뉴욕타임스는 이를 모스크바가 부활을 희망했던 ‘삼두(트로이카)’의 상징적 장면으로 묘사하며, 모디와 푸틴이 회담장으로 함께 이동하는 장면의 ‘친밀한 옵틱스(optics)’를 지적했다(NYT 보도).

SCO 정상회의 관련 보도 이미지(링크) 인도의 대러 경제 접촉은 계속되고 있다. 인도 수출기구연합(FIEO)은 인도 상공부 산하 단체로, 이번 주 모스크바 국제 공구 박람회인도 기업 20개사가 참가했다고 밝혔다(FIEO 성명). FIEO의 S C 랄한 회장은 “대러 공학품(엔지니어링) 수출이 빠르게 증가해 올해 17억 5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전시회 참여가 “상업적 연계 심화”와 양자 교역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러시아는 미국에 비해 제한적 파트너라고 평가한다. 인도 브랜드 자산재단(IBEF)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 인도의 대러 수출은 48억 8천만 달러, 수입은 638억 4천만 달러였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헤르만은 미국이 인도 수출의 18%를 차지한 반면, 러시아는 1%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정학적 접근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무역·투자 중심축이 여전히 미국으로 기울어 있음을 방증한다.


정책·시장 함의: 관세 인하 시그널의 현실 점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하 시사양국 무역협상 재가동의 촉매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산 에너지 수출 확대와 연계할 경우, 인도의 에너지 안보 수요와 미국의 수출 드라이브가 맞교환될 여지가 있다. 다만 Kpler의 10월 자료가 시사하듯,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흐름은 단기간에 급감했다고 보기 어렵다. 관세 정책이 데이터 검증과 조응해야 시장 신뢰가 유지된다.

또한 H1B 비자 수수료 인상은 인도 출신 IT·첨단기술 인력의 미국 진출 비용을 끌어올려, 양국의 디지털 협력에 마찰로 작용할 수 있다. 관세 인하가 실제로 이뤄진다 해도, 이민·비자 정책이 장벽으로 남는다면 기업의 투자·인력 계획은 복잡해진다. 고르 대사가 정치적 채널을 활용해 관세·비자·안보를 포괄하는 패키지형 협상으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전문적 시각: ‘정치적 대사’의 장단

고르 대사는 정치적(Political) 대사로 분류된다. 이런 유형의 대사는 의사결정권자와의 직접 통로를 보유해 속도와 가시성 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여론 급변이나 정권 교체정책 급선회 리스크가 크다. 특히 미국-인도 관계처럼 안보·경제·기술이 얽힌 복합 동맹에서는 단일 이슈의 충격이 전체 관계를 흔들 수 있다. 따라서 관세 인하가 추진되더라도, 중장기 로드맵분야별 완충장치를 병행 구축해야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용어 설명과 맥락 보강

mbd/kbd: 원유 수입·수출량을 가리키는 단위로, mbd는 일일 백만 배럴, kbd는 일일 천 배럴을 뜻한다. 기사 내 1.59 mbd일 159만 배럴, 302 kbd일 30만 2천 배럴을 의미한다.

H1B 비자: 미국 기업이 고급 기술 인력을 단기 고용할 수 있게 하는 비자로, 수수료 10만 달러는 기업의 채용 비용을 크게 높이는 조치다. 인도는 IT·공학 분야 인재가 많아, 해당 정책 변화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

SCO(상하이협력기구): 중국·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주축이 된 지역 협력체로, 안보·경제 협력을 다룬다. 인도의 SCO 참여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 차원에서 주목된다.

Kpler: 원유 등 원자재의 해상 물동량을 탱커 트래킹 방식으로 추적·분석하는 시장조사업체다. 실시간 신호와 선박 동선을 바탕으로 수입·수출 추정치를 도출한다.

정치적 대사 vs 전통적 외교관: 정치적 대사는 정권과의 정치적 결속이 강하고, 전통적 외교관은 관료조직 기반의 연속성이 강하다. 전자는 속도·가시성, 후자는 안정성·완충이 상대적 장점이다.


전망

관세 인하가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될 경우, 미-인도 전략협력무역·에너지·안보 전반에서 회복 탄력성을 테스트받을 것이다. 반대로 데이터와 정책의 괴리가 이어질 경우, 시장과 외교 채널은 단기적 신뢰 저하를 경험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접점 확대는 상징적 장면과 달리 구조적 무역 비중에서 아직 제한적이며, 미국이 인도 수출의 18%를 차지하는 현재의 무게중심은 쉽게 바뀌기 어렵다. 이에 따라, 고르 대사의 뉴델리 부임은 정치적 속도제도적 내구성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현장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