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NBC의 아침 프로그램 ‘Squawk Box’와의 인터뷰에서 의약품(Pharmaceuticals) 수입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최고 250%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제시한 관세 인상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2025년 8월 5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소규모 관세“를 부과한 뒤 1년에서 1년 6개월 내에 150%로, 이어 최종적으로 250%까지 인상하겠다는 구체적 일정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의약품이 우리나라에서 제조되길 원한다”고 강조하며, 국내 제조업 회복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관세를 위협했다가 철회하기를 반복해 왔기 때문에 실제로 250%가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7월 초에도 그는 200% 관세를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의약품 외에도 반도체·은행 서비스·연방준비제도 내 인사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언급했다. 특히 향후 일주일 이내에 새로운 반도체 관세 구상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고, 재무장관인 메리 베슨트가 차기 연준 의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인사 논의의 윤곽도 드러냈다.
❖ 배경: Section 232 조사
트럼프 행정부는 4월에 ‘섹션 232 조사(Section 232 Investigation)’를 의약품에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상무부 장관이 수입품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법적 권한을 규정한 미국 무역확장법 조항이다. 통상 철강·알루미늄 등 전략 물자에 쓰였으나, 의약품에 적용된 것은 이례적이다.
❖ 제조업 유턴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간 급격히 위축된 미국 내 의약품 생산기반을 문제 삼아 왔다. 최근 6개월 사이 엘리 릴리(Eli Lilly)제약사와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등 주요 기업이 대규모 미국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압박과 무관치 않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생산된 약을 원한다“며 다시 한 번 자국 생산을 촉구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관세가 약값 인상·투자 위축·공급망 혼란으로 이어져 결국 환자가 피해를 본다”고 반발하고 있다.
❖ 약가 인하와 ‘가장 유리한 국가’(MFN) 정책Most Favored Nation
트럼프 대통령은 5월 행정명령을 통해 ‘가장 유리한 국가(MFN)’ 정책을 부활시켰다. 이는 미국 내 일부 의약품 가격을 해외 선진국 최저가 수준과 연동해 대폭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MFN을 발동했고, 이는 의약품 가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 제도 시행을 위한 구체적 규정은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또한 대통령은 7월 29일 제약사 17곳에 서한을 보내 9월 29일까지 미국 내 약가 인하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서한에는 메디케이드(Medicaid) 전 대상 환자에게 해외 최저가를 적용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업계를 또다시 긴장시켰다.
❖ 전문가 분석 및 전망
250%라는 관세율은 사실상 수입 기능을 마비시키는 수준이다. 단기적으로는 저렴한 해외 제네릭 의약품이 막혀 미국 내 약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의약품 특성상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규제 승인에 수년이 걸려, 관세만으로 즉각적인 리쇼어링(Reshoring)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세계 공급망이 얽혀 있는 백신·항생제 분야에서 미국이 ‘공급망 블록화’에 나설 경우 동맹국과의 외교·보건 협력에도 파장이 생길 수 있다.
또한 MFN 정책이 병행될 경우 제품 간 교차보조(cross-subsidy) 구조가 흔들리면서 혁신 신약의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R&D 투자 여력이 줄면 차세대 치료제 개발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용어 풀이 및 독자 가이드
Section 232 조사는 ‘국가안보 위협’ 판단 시 대통령이 별도 의회 승인 없이 높은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Most Favored Nation(MFN)은 원래 통상정책 용어로, 특정 국가에 부여하는 최저 관세·최저 가격 혜택을 모든 회원국에 확대 적용한다는 국제 관행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약가정책에 차용해 해외 최저 약가를 미국에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약가 패키지는 미국 제약 산업 구조뿐 아니라 글로벌 헬스케어 생태계를 재편할 잠재력이 있다. 다만 실제 실행까지는 법적 다툼, 의회 반대, 업계 로비 등 넘어야 할 변수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