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50억 달러(약 114조 원) 규모의 유니언 퍼시픽(Union Pacific)과 노포크 서던(Norfolk Southern) 간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 “나에게는 좋아 보인다”고 밝혔 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니언 퍼시픽은 훌륭한 철도 회사”라며 위와 같이 언급했다. 그는 지난주 짐 베나(Jim Vena) 유니언 퍼시픽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합병 추진 상황과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번 거래는 미국 화물철도 업계 40년 만의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다. 양 사는 2025년 7월 합병안을 깜짝 발표해 이미 높은 시장 집중도에 놀라움을 더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펼쳤던 공격적 반독점 정책 아래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시나리오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합병이 가져올 구조 변화
유니언 퍼시픽은 미국 서부, 노포크 서던은 동부에서 각각 화물철도를 지배적으로 운영한다. 두 회사를 합치면 미국 최초의 태평양–대서양 단일선(싱글라인) 네트워크가 탄생해 시카고 등 주요 허브에서 환적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현재 미국에는 1)유니언 퍼시픽, 2)노포크 서던, 3)BNSF 철도, 4)CSX 코퍼레이션 등 네 개의 클래스 Ⅰ(Class I) 철도사가 존재한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BNSF(버크셔 해서웨이 소유)와 CSX만이 전국망이 없는 독립 대형사로 남게 된다.
“추가 인수합병은 원치 않는다” — 월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워런 버핏은 지난달 ‘추가 철도사 인수에 관심이 없다’며 시장 추가 재편에 부정적 시그널을 보냈다. 이에 따라 유니언 퍼시픽–노포크 서던 결합은 업계 구조를 양분화하거나 재편성할 결정적 이벤트로 평가된다.
규제 리스크와 정치 변수
거래는 표면상 트럼프의 호의적 발언으로 속도를 낼 수 있으나, Surface Transportation Board(STB·미국 연방 육상교통위원회)라는 규제 당국의 장기간 심사가 필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셸 슐츠 이사를 연임 지명하고, 민간 교통 컨설팅사 대표인 리처드 클로스터를 신임 이사로 추천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했던 로버트 프리머스 이사가 해임되어 규제 지형이 급변했다.
경쟁사와 대형 화주(화물 발주 기업)들은 ‘경쟁 축소’에 따른 운임 인상과 서비스 저하를 우려하며 STB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특히 시중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곡물·석유·자동차 업계에서는 물류 비용 상승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주요 용어 해설
클래스 Ⅰ 철도(Class I Railroad)는 미국 교통부가 정한 연간 수익 9억 달러 이상 대형 화물철도를 의미한다. 대륙 간 노선을 보유해 운임과 물류 흐름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Surface Transportation Board(STB)는 미국 연방 독립기구로, 철도·트럭·해운 등 육상·내륙 교통의 요금·노선·합병을 감독한다. 철도 M&A 심사에서는 시장 집중도, 소비자 후생, 공공 안전 등을 종합 평가한다.
이처럼 M&A의 산업적 이해관계와 정치적 변수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면서 향후 몇 달간 공청회, 의견 수렴, 경쟁사 대응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