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 에너지 비용의 향방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 정책 패키지, 일명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OBBB)’로 인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당 법안은 2024년 7월 4일 서명·발효됐으며, 화석연료 임대 확대와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폐지를 골자로 한다.
2025년 7월 2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OBBB 시행 여파로 전력 도매가격이 2030년까지 25%, 2035년까지는 74% 급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소매 전기요금은 9%에서 18% 사이 오를 것으로 분석되며, 평균 가계 에너지 비용은 2035년 기준 연간 170달러(약 22만 원)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에너지·기후 전문 싱크탱크 에너지 이노베이션 정책·기술(LLC)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州)별 가계 전기요금 상승 폭을 정량화했다. 대체로 공화당 주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부족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민주당 우세 지역 네 곳도 상위 20위권에 포함됐다.
가장 큰 부담이 예상되는 4개 ‘블루 스테이트’
※괄호 안은 2035년 예상 연간 가계 추가 비용
4위. 콜로라도 — +310달러
3위. 캘리포니아 — +320달러
2위. 메릴랜드 — +350달러
1위. 미네소타 — +410달러
OBBB가 촉발할 시장 변화
법안은 석유·가스 시추 임대 경매 확대와 친환경 전력 설비 투자세액공제(ITC)·생산세액공제(PTC) 폐지를 동시에 담고 있어, 전력 공급 믹스가 화석연료 쪽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도매가격 인상률(74%)과 소매가격 인상률(최대 18%) 차이는 지역·규제 구조, 전력구매계약(PPA) 잔여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가계·산업체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주 정부 차원의 재생에너지 목표를 강화하거나 자체 세제 혜택을 마련하는 것이 비용 상승을 완충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용어·배경 설명
• 도매전력가격은 발전사와 소매공급사 간 거래 가격으로, 발전 연료비와 용량 비용이 직접 반영된다.
• 소매전기요금은 가정·사업장이 전력회사에 지불하는 최종 단가로, 도매가격 외에도 송배전·마진·세금이 포함된다.
• 세액공제(ITC·PTC)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설비 투자·생산 규모에 비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 화석연료 임대 확대는 연방 정부가 공공 토지·해상 구역을 민간 기업에 임대해 시추·채굴을 허용함으로써 생산량을 늘리는 정책이다.
전망과 기자 분석
이번 법안은 단기간 유가·천연가스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고 하나,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투자 위축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 확대가 더 클 수 있다. 특히 미네소타·메릴랜드 등 중소규모 전력시장 주는 기후대처 계획이 미비해, 전력 도매가 급등 시 이를 상쇄할 예비책이 적다. 반면 캘리포니아·콜로라도처럼 이미 신재생 비중이 상당한 지역은 자체 RPS(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유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OBBB는 ‘연방 차원 보조금 축소’를 통해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철학을 강조하지만, 주별 규제 격차와 정치적 이해관계 탓에 ‘에너지 비용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와 민간기업 간의 협업 모델이 없다면, 2030년대 미국 가계는 평균 170달러 이상을 추가로 지불하게 될 것”
이라는 연구진의 경고는 무게를 더한다.
전문가들은 단기 대책으로 에너지 효율 가전 교체, 주택 단열 보강, 실시간 전력시장 요금제(TOU) 활용 등을 권고한다. 다만 법·규제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가계·사업체 모두 장기 PPA 조건과 정기 요금제를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향후 의회가 법안 수정이나 보완 입법에 나설 경우, 재생에너지 세액공제 부활·전력망 투자 확대·취약계층 전기요금 보조 등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의회 구도와 선거 변수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정책 반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분석은 ‘재생에너지 투자→전력요금 안정’이라는 기존 공식을 역으로 입증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가격 전가를 체감할 가계·중소기업이 정책 논의의 중심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