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이나 ‘신속 평화합의’ 압박… 유럽 정상들, 워싱턴서 젤렌스키 지원

워싱턴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담을 앞두고, 유럽 주요 정상들이 젤렌스키를 공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집결하고 있다.

2025년 8월 17일(현지시간),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3년 6개월째를 맞은 우크라이나에 ‘빠른 평화협정’ 수용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유럽연합(EU)과 영국·프랑스·독일 지도자들이 워싱턴으로 향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협상력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면담한 뒤 ‘즉각 휴전’이 아닌 ‘평화협정 우선’ 기조에 한층 가까워졌다고 전해진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직접 회담은 18일(월)로 예정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 러시아와 ‘영토 맞교환’ 구상

“전쟁이 계속돼 수천 명이 더 목숨을 잃는 사태로 이어진다면 결국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미국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CBS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협상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BIG PROGRESS ON RUSSIA”라는 메시지를 올렸지만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가 전한 모스크바 측 소식통에 따르면, 미·러 양측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일부 소규모 지역을 돌려주는 대신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돈바스 주변) 포기를 대가로 삼는 방안을 논의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 특사는 CNN에서 “미국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제5조와 유사한 방위조약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다는 양해를 러시아로부터 처음으로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보호체계가 우크라이나의 정식 나토 가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5조(Article 5)는 ‘회원국 한 곳에 대한 무력 공격은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방위를 의무화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로도 우크라이나 국경은 보장됐지만,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했고 2022년 전면 침공에 나섰다. 이 때문에 제5조형 보장만으로는 키이우 설득이 쉽지 않다.

전쟁은 3년 6개월째 이어지며 사상자 100만 명 이상을 낳았다. 지금 논의되는 ‘돈바스 영토 포기-방위공약 교환’이 키이우 내부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유럽, 젤렌스키 ‘뒷배’ 자처… “휴전 없는 협상 불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7일 동맹국 회의를 열어 젤렌스키의 협상 카드를 강화하는 방안을 조율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까지 참여하는 실질적 안보보장을 확보하려 한다.

유럽 정상들은 지난 2월 화이트하우스 회동에서 젤렌스키가 트럼프·JD 밴스 부통령에게 모욕적 질책을 받은 일을 재발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도 공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도 워싱턴으로 향하고 있다.

일부 정상은 즉각적 휴전을 요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 논의 뒤 ‘휴전 선결’에서 ‘휴전 없는 평화협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폴란드 외교부는 “폭격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평화를 협상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영국·프랑스·독일이 공동 발표한 성명서는 “휴전이 성립될 경우 재보증군(reassurance force)을 투입해 우크라이나의 영공·해상 방위를 지원하고, 군 재건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군사적 관여를 꺼리는 주변국도 있어 연합 방안은 여전히 난기류 속에 놓여 있다.


젤렌스키와 푸틴, 상반된 계산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에서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에 대한 명확한 지지”가 확인됐으며 “유럽이 참여하는 육·해·공 전방위 안보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양측 모두 양보가 필요하다”며 “월요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러시아 추가 제재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화가 임박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추가적인 협상 동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알래스카 회담 내용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러시아는 매우 큰 강국이고 우크라이나는 그렇지 않다”며 협상 타결을 종용했다. 알래스카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전화를 걸어 “푸틴이 돈바스 전지역 양도를 조건으로 전선 동결을 제안했다”고 전했지만, 젤렌스키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어 설명1

1 돈바스(Donbas)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를 아우르는 우크라이나 동부 산업지대다. 2014년 친러 분리주의가 확산된 이후 상당 부분이 러시아 통제하에 놓여 있다.

또한 제5조 방위공약은 나토 핵심 규범으로, 1949년 조약 체결 이후 단 한 차례(2001년 9·11 테러)만 발동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