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회의 앞두고 기준금리 ‘대폭 인하’ 재차 압박

워싱턴·백악관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해 “지금 당장, 그리고 더 크게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공개 압박에 나섰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직접 거론하며 벤치마크(기준) 금리의 ‘더 큰 인하’를 촉구했다. 그는 대문자와 특유의 과격한 어투로 “

‘Too Late’ MUST CUT INTEREST RATES, NOW, AND BIGGER THAN HE HAD IN MIND. HOUSING WILL SOAR!!!

”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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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언은 연준이 이번 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기 직전에 나온 것이다. 연준은 통상적으로 매년 8차례 FOMC를 열어 경제 상황과 물가·고용 지표를 점검한 뒤 연방기금금리(overnight federal funds rate) 목표 범위를 조정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가 9월 16~17일 이틀 일정으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벤치마크 금리와 주택시장 간의 함수

벤치마크 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단기 지표 금리를 말한다. 이 지표가 내려가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자동차 할부금리, 기업 대출금리 등 실물 부문의 차입 비용이 연쇄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HOUSING WILL SOAR”라고 단언한 배경에는, 금리 인하가 주택 구매 비용을 줄여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주택시장은 미국 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내수 핵심 산업이다1.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팬데믹 특수와 초저금리 영향으로 급등했던 주택 가격은 2024년 중반부터 고금리 부담으로 상승세가 둔화된 상태다. 따라서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모기지 이자 부담이 경감돼 주택 거래량·착공 허가 건수·건설 고용 등이 일제히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트럼프와 파월—‘독립성 논쟁’ 재점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는 2018년부터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며 연준을 비판해 왔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0%대 금리”를 요구하는 트윗을 수차례 올렸고, 2021년에도 “금리 인하는 나의 선물”이라는 표현으로 파월 의장을 압박했다. 그때마다 월가와 학계에서는 “백악관의 노골적 간섭이 연준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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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법적으로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받지만,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외교·경제 정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왔으며, 그의 한마디가 주가·채권금리·달러 가치에 직접적인 노이즈를 일으키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에도 시장 참가자들은 FOMC 결과 발표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메시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 기대와 전망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Watch’ 툴이 집계한 연방기금선물 가격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회의 직전 기준으로 0.25%포인트(25bp) 인하 가능성을 70% 선에서 반영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bigger”—더 큰 폭의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0.50%포인트(50bp) 인하 베팅이 소폭 늘어나는 흐름도 감지된다. 일종의 ‘대통령 프리미엄’이 가산되고 있는 셈이다.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IB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 냉각 신호가 분명하지 않은 만큼, 연준이 갑작스럽게 빅컷(big cut)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일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부동산 시장 부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치적 압박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며 ‘깜짝 50bp 인하’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크고, 빠르고, 자주’—트럼프식 정책 레토릭의 특징

정치·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① 짧고 자극적인 단어, ② 전면 대문자, ③ 느낌표 남용이라는 3대 패턴을 따른다고 분석한다. 이번에도 ‘MUST’, ‘NOW’, ‘BIGGER’, ‘SOAR’ 등을 반복함으로써 대규모 정책 변화를 암시하는 동시에, 대중의 즉각적인 주목과 시장의 호응을 유도했다.

“Too Late”라는 서두는 연준이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표현으로 읽힌다. 파월 의장을 지칭할 때 ‘HE’라는 대명사를 사용한 것도 개인을 향한 압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전문가 시각—금리 인하가 모든 해법은 아니다

경제학계 다수 의견은 “금리 수준은 경기 상황·물가·금융 불균형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단순히 부동산 시장만을 이유로 급격한 인하를 단행할 경우 인플레이션 재가속·자산 거품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연준의 공격적인 완화정책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버블의 토대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이후 공급망 충격, 서비스업 임금 상승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왔다. 금리 인하가 단기간 물가를 안정시키기는커녕 수요를 부추겨 오히려 물가 상단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정책 결정 D-2—파월의 스탠스에 쏠린 시선

제롬 파월 의장은 통상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점진적 접근’을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와 같은 정치적 압박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연준의 독립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① 경기 전망, ② 인플레이션 경로, ③ 금융시장 안정을 포괄한 균형적 시각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FOMC가 25bp 인하에 그칠지, 50bp ‘빅컷’으로 선회할지는 연준 위원 19명의 점도표(dot plot)와 수정 경제전망(SEPs)에 담길 신호가 좌우할 전망이다.


용어 설명

벤치마크(기준) 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단기 지표 금리로, 모든 대출·채권 이자율의 기준이 된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미국 금리 결정 기구로, 연준 이사 7명과 지역 연준 총재 5명이 투표권을 가진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 단위를 나타내는 용어로, 1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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