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이사 및 의장 지명 ‘조만간 발표’… 베센트는 재무부 잔류 희망

워싱턴발 금융정책 이슈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공석 한 자리를 채울 후보와, 나아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까지 “조만간(very shortly)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CNBC 인터뷰에서 현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를 의장 후보군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베센트 장관이 재무부에 남기를 원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드리아나 쿠글러 현 연준 이사가 임기 만료인 2026년 1월보다 앞서 사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매우 뜻밖의 기분 좋은 놀라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공석을 조기에 채운 뒤, 해당 인사를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 5월에 맞춰 의장으로 승진시키는 시나리오를 고심 중이라고 시사했다.


후보는 ‘4인’… 케빈 해싯·케빈 워시 거론

트럼프 대통령은 “네 명 중 한 명“을 최종 낙점할 것이라며, 현 백악관 수석경제보좌관 케빈 해싯과 전 연준 이사 케빈 워시를 “매우 훌륭한 인물”로 꼽았다. 그는 나머지 두 명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해 온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가 포함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격을 갖춘 인사는 많다. 후보 지명은 아주 가까운 시일 내로 발표될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그렇게까지 인사가 복잡하다면 공석 후보가 곧장 차기 의장이 되는 방안도 있다”며, 두 절차를 한 번에 처리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금리 인하 압박’과 파월 의장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를 충분히 인하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현재 미국 경제는 둔화 조짐과 고용시장 약화를 동시에 겪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 목표치인 2%를 상회한다는 현실도 존재한다. 이처럼 상반된 지표 속에서 연준이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강력한 인하 속도를 요구해 온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Board of Governors)는 7인의 이사로 구성되며, 각 이사는 최장 14년의 임기를 갖는다. 그러나 이번 쿠글러 이사의 사임으로 발생한 잔여임기는 단 ‘수개월’에 불과하다. 때문에 새로운 후보는 우선 ‘단축 임기’로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며, 2026년 초 다시 14년 정식 임기에 대한 별도 투표를 거쳐야 한다. 의장 지명 역시 독립적인 인준 절차가 필요하다.


주요 용어 및 제도 설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한국의 한국은행에 해당하는 중앙은행 체제로, 통화정책·금리·달러 공급을 총괄한다. ‘연준 의장’은 Fed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사 7명과 지역 연방은행 총재 5명이 모여 정례회의(FOMC)를 열어 금리 등을 결정한다.

‘상원 인준’은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에 대해 미국 상원이 “찬성 또는 반대”로 결정을 내리는 절차다. 통상 60표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나, 예외적 절차로 과반(51표)로 통과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요건은 인사 과정이 정치적 변수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 반응과 전망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사 발표를 앞당김으로써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하는 인사가 새 의장으로 내정될 경우, 국채 수익률 하락과 달러 약세, 나아가 주식시장 강세가 동반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재상승할 경우 연준의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목표를 위해 통화정책 독립성을 흔들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차기 의장 인준 과정이 2026년 대선 국면과 맞물릴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채권 듀레이션 조정과 달러 헤지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기자 관전평

이번 인선은 단순한 인사 뉴스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사실상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4인의 후보’ 가운데 누가 최종 지목되느냐에 따라 연준의 매파(긴축 선호)·비둘기파(완화 선호)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케빈 워시 전 이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적극적 긴축을 주장했던 인물로, 시장에서는 ‘매파’로 분류된다. 반면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최근 ‘가파른 금리 인하’를 강조해 온 만큼 ‘비둘기파’ 성향으로 통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경제 성장을 위한 ‘정치적 승부수’인지, 아니면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독립성’ 유지인지에 대한 답을 담게 될 전망이다. 미국 상원이 이러한 선택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 그리고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