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이사 리사 쿡을 해임하려는 시도가 정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 연방대법원에 자신의 권한을 인정해 달라는 추가 서면을 제출했다.
2025년 9월 2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측은 이날 제출한 답변서에서 “대통령이 ‘사유(cause)’가 있을 때만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제한한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의 조항이 헌법상 대통령의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존 사우어(John Sauer) 미 솔리시터 제너럴1은 서면에서 “의회는 구체적인 해임 절차나 해임 사유를 열거하지 않고 대통령의 광범위한 재량을 존중했다”며,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면 충분한 공익적 이유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리사 쿡 이사는 연준 최초의 흑인 여성 이사다. 그는 지난달 트럼프가 모기지 사기 의혹을 이유로 자신을 해임하겠다고 발표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쿡 측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대통령이 주장한 혐의는 ‘사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자신의 통화정책 기조를 이유로 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반박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개월째 연준에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다. 연준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으나, 트럼프가 원한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쿡 변호인단은 25일 제출한 서면에서 “대법원은 대통령이 재직 전 행위를 근거로 이사를 해임하는 것이 ‘사유’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며 “전례 없는 해임 시도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금융시장을 교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우어는 26일 서면에서 “쿡 이사의 금융 문서상 중대한 허위 기재가 규제당국으로서의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한다”며 “이는 해임 사유로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은 연준의 독립성을 파괴하거나 대통령의 해임권을 무한정 확장하는 선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연준 이사 해임 규정은 어떻게 되어 있나
1913년 제정된 연방준비법은 연준 이사를 “사유가 있을 때(for cause)”에만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법률은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거나 절차를 명문화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연준 이사를 해임한 사례가 없으며, 관련 조항이 사법적 판단을 받은 적도 없다.
‘사유 해임 조항’은 정치권의 단기적 압력으로부터 중앙은행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도 유사한 장치를 두고 있으나, 미국처럼 대통령이 임명·해임권을 가지면서도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점은 독특하다.
솔리시터 제너럴(Solicitor General)은 연방정부를 대표해 대법원 소송을 수행하는 최고 법률대리인이다.1
시장과 입법부가 지켜보는 대법원 판단

대법원이 언제 결정을 내릴지는 미정이지만, 중앙은행 독립성과 행정부 권한이라는 두 핵심 가치를 놓고 고도의 법적 해석이 불가피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사례가 연준 의사 결정의 중립성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다면, 앞으로도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불만이 있을 때 연준 이사를 표적 해임할 위험이 커진다. 반대로 쿡 이사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사유’ 요건은 강화되고, 정권 교체기마다 불거지는 연준 인사 갈등은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기자 해설: 트럼프와 연준의 긴장, 어디로 가나?
이번 소송은 단순히 개인 자격 문제를 넘어,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둘러싼 장기적 논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부터 ‘인플레이션 둔화와 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공격적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으며, 이는 전통적으로 자율성을 중시해 온 연준과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특히 중앙은행 독립성은 투자자 신뢰, 장기 금리 형성, 달러 가치 등 금융 생태계 전반에 파급력을 지닌다. 정치적 간섭이 심화될 가능성만으로도 채권·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며, 대법원 결정 직후에는 단기 급등락이 불가피하다.
반면, 대통령의 광범위한 인사권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향후 중앙은행 고위직 임명 시 후보자 검증 절차가 한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사유’ 기준이 구체화되면, 정치권도 임명 과정에서 보다 체계적인 정무·법무적 검토를 요구받게 된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법률에 명시된 ‘for cause’ 조항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축소해석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즉, 대법원이 대통령의 해임권을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직무상 중대한 위법행위’ 등 일정 범위를 예시해 사유를 엄격히 한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일정과 체크포인트
대법원은 연방법원의 “쿡 이사 직무 유지” 가처분 명령을 일단 심리한다. 이후 본안 심리 여부, 구두 변론 일정, 잠정 명령(Stay) 여부 등을 단계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대법원은 경제·금융 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의 경우 신속 절차를 택한다.
연준 내부 관계자들은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으나, 이사회가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또한 대법원의 초기 판단 단계에서부터 금리 선물·스왑 가격에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맺음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리사 쿡 연준 이사 간 법적 공방은 대통령의 인사권, 연준의 제도적 독립성, 시장 안정성이라는 세 축이 맞물린 복합 쟁점이다. 향후 대법원의 판단은 단순히 한 명의 이사 거취를 넘어, 미국 통화정책 프레임과 세계 금융시장의 규범을 재정의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 모두 결과를 주시하며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 본 기자는 “대법원이 중앙은행 독립성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통령 권한을 일정 부분 확인해 주는 절충적 판결”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어떤 형태이든 이번 판결은 향후 미·중앙은행 관계의 선례로 남을 것이며, 글로벌 금융 질서에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