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향해 또다시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는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며 파월 의장을 “제롬 ‘투 레이트(Too Late)’ 파월“이라고 불렀다.
2025년 10월 2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 기조연설 중 이같이 발언했다. 현장에는 글로벌 기업 경영진과 각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참석해 웃음과 박수를 보냈다.
그는 “
우리는 3년 뒤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를 인상하는 연준을 원하지 않는다
“며, 현재의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연설 전체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대목은 파월 의장을 별명으로 지칭한 순간이었다.
APEC CEO 서밋은 21개 회원국 정상이 참여하는 APEC 정상회의의 부대 행사로, 각국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정책 결정권자가 한자리에 모여 경제·무역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행사는 한국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10월 28~30일 일정으로 개최됐다.
연준의 역할과 ‘금리’
연준은 미국 중앙은행으로,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이중 목표 달성을 위해 기준금리를 조정한다. 금리 인상은 일반적으로 통화 긴축으로 불리며, 시중 유동성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금리 인하는 기업의 차입 비용을 낮춰 투자를 촉진하고, 소비를 증가시켜 경기를 부양한다. 트럼프는 물가 상승률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연준이 신속히 완화적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6년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4%에 이를 것“이라고 단언하며, 경기 견인이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감세·규제 완화·무역 재협상 등을 통해 성장 동력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정치권의 반응
트럼프의 발언은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쟁을 재점화했다. 일부 시장 참여자는 정치적 압박이 통화정책 결정 과정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이날 발언 직후 2년물 미 국채금리가 소폭 하락했으나, 거래량이 많지 않은 아시아 장 특성상 변동 폭은 제한적이었다.
제롬 파월 의장
파월 의장은 2018년 2월 취임해,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를 모두 거쳐 연준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23~2024년 기록적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5%p 이상 인상한 바 있다. 이후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자 점진적 완화 기조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학적 맥락
트럼프가 강조한 ‘3년 뒤 인플레이션’ 발언은 ‘기대 인플레이션(expectations-driven inflation)’ 개념과 직결된다. 시장과 가계가 장래 물가 상승을 예상하면 임금·가격 결정 과정에서 인플레가 실제로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연준은 바로 이 심리적 변수를 관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긴축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 시각(기자 해설)
기존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들은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공격하는 전략은 자신의 ‘친성장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정책 실패의 책임을 미리 연준에 전가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통화정책의 시차(시행 이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를 고려하면, 섣부른 완화는 오히려 중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반면, 일부 월가(뉴욕 금융가) 애널리스트는 고금리가 기업 이익을 압박하고, 중소기업 대출 부실을 심화시킨다며 연내 인하 필요성을 역설한다. 결국 ‘적정 시점’은 경제지표·국제유가·노동시장 등 다층적 변수의 종합 판단에 달려 있다.
정치 일정 역시 변수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준의 결정은 정치적 해석을 피해가기 어렵다. 파월 의장이 어떤 속도로 금리를 낮출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백악관 및 의회와의 긴장 관계가 얼마나 고조될지가 향후 금융시장의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주목 포인트
첫째, 2025년 12월 예정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의 점도표(dot-plot) 변화 여부. 둘째, 2026년 1분기 실제 GDP 성장률과 트럼프의 4% 전망치 간 괴리. 셋째, 국제유가·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인플레이션 예상 궤적에 미칠 영향. 마지막으로, ‘중앙은행 독립성’ 논쟁이 정치 레토릭을 넘어 법·제도적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이다.
이번 경주 연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전, 글로벌 CEO와 외신을 상대로 자신의 경제 구상을 과시한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연준을 향한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진 만큼, 2025~2026년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정치-금융 간 긴장감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