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공석 활용해 파월 후임자 조기 배치 노릴까 ― 울프리서치 보고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의 새 공석을 활용해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잠재적 후임자를 미리 심어둘 수 있다는 관측이 월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투자은행 울프리서치(Wolfe Research)는 최근 메모에서 “이번 인사 공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의중을 반영한 차기 의장을 사실상 ‘예비 투입’할 절호의 기회”라고 진단했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 이사 아드리아나 쿠글러2026년 1월까지였던 임기를 예정보다 일찍 사임하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가 급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안에 쿠글러의 후임 인선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상원은 현재 휴회 중이기 때문에 공식 인준 절차는 9월 초로 미뤄지지만, 대통령은 대행 임명(recess appointment) 형식으로 공백을 즉시 메울 수 있다.

울프리서치는 “이번 공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확보한 ‘확실한 카드’라며, 이를 통해 ‘의장 그림자(shadow Fed chair)’를 전진 배치할 경우 파월 의장의 리더십이 예정보다 빨리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트럼프 캠프의 정책 브레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쉐도 체어’ 구상이 논의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내부 동향을 공개하며,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스콧 베센트가 2024년 10월 공식적으로 이를 지지한 점을 상기시켰다.

파월 의장의 공식 임기는 2026년 5월에 만료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5월 전에 후임자를 ‘이사’ 자격으로 먼저 앉힌다면, 해당 인사는 연준 내부에서 사실상 1인자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울프리서치 전략가 토빈 마커스 팀은 “‘그림자 의장’을 통한 간접 압박이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트럼프–파월, 금리 정책을 둘러싼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신속히 내려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반면 파월 의장과 다수의 통화정책위원(FOMC)은 관망 기조를 고수하며 인플레이션·고용 지표가 백악관의 관세 공세 속에서 어떻게 변할지를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시각차는 양측 간 공개 설전으로 번지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

후임 후보군: 하셋·베센트·워시·월러

마커스 팀은 가장 유력한 후임으로 화이트하우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하셋을 지목했다. “하셋은 학계 기반이 탄탄하고 백악관에 대한 충성도 역시 ‘검증’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동시에 스콧 베센트,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도 거론된다. 보고서는 “누가 낙점되든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지침을 따를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Shadow Fed Chair’란?

‘그림자 의장’은 공식 의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 차기 수장을 미리 이사회에 앉혀 정책 토론·대외 발언·투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법적·제도적 절차를 우회하지 않지만, 현 의장에 대한 권위 훼손 가능성이 크다. 해외 중앙은행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시장 영향과 전문가 시각

글로벌 투자자들은 공석 임명을 통한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연준 내 ‘비둘기파’ 목소리가 강화될 경우 장기물 수익률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한편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펀더멘털 개선 없이 인위적 금리 인하는 중·장기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전문가 의견 및 전망*필자 견해

기자가 취재한 복수의 매크로 전략가는 “공석 카드를 통한 조기 지명은 정치적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트럼프식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만약 하셋·베센트 등이 합류해 FOMC 내부 세력 지형이 재편되면, 2026년 1분기 이전에도 금리 인하 사이클이 개시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상원 인준 지연, 시장 반응, 내부 반대 등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산적해 있어, 실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용어 설명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Fed): 미국의 중앙은행제도. 통화정책을 수립·집행하며, 이사회(Board of Governors) 의장(term = 4년)이 통화정책위원회를 주재한다.
재세션 어포인트먼트(recess appointment): 상원이 휴회 중일 때 대통령이 임시로 고위직을 임명할 수 있는 제도. 차기 회기의 말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Dovish·Hawkish: 통화 완화에 우호적인 비둘기파(Dovish)와 긴축에 우호적인 매파(Hawkish)를 가리키는 시장 용어다.

결론적으로, 울프리서치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쿠글러 사임으로 생긴 공백을 활용해 연준 내 정치적 우군을 확보하려는 포석을 분명히 했다고 분석한다. 실제 임명이 현실화될 경우, 연 6회 남짓 남은 FOMC 회의에서 정책 방향이 예상보다 빨리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상원 인준 일정, 후보자 청문회 발언, 금융시장 반응 등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