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공산당 정권이 소련 붕괴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쿠바 압박 강화로 섬나라의 항공유가 고갈되면서 항공편 취소와 인프라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6년 2월 1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쿠바는 지난 1월 3일 미군의 베네수엘라 군사작전과 관련해 동맹국인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시도 과정에서 자국민 3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쿠바와 베네수엘라 간 원유 공급선을 차단했고, 쿠바를 “an unusual and extraordinary threat“(비정상적이며 중대한 위협)로 규정하며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쿠바 정부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미·쿠바 간 대화에 대해 “압력이나 선결조건 없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국내에서는 연료 부족과 전력·교통·의료 등 필수 서비스에 대한 비상대응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쿠바 정부는 국제 항공사들이 자국에서 항공기 재급유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에 따라 에어캐나다는 쿠바행 모든 항공편을 취소했으며 이미 현지에 있는 약 3,000명의 고객을 수일 내에 귀국시키겠다고 밝혔다.
공식 비상 조치로는 연료 판매 제한, 일부 관광시설 폐쇄, 등교시간 단축, 국영기업의 주 4일 근무제(월~목) 시행 등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외화 부족과 연료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필수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반응과 지원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멕시코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해군 함정 2척에 물자 800톤 이상을 싣고 2026년 2월 9일 베라크루즈(Asipona)에서 출항해 쿠바로 보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26년 2월 10일 베이징의 입장을 통해 “쿠바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 행위에 반대한다”며 지원 의사를 표명했고, 러시아도 쿠바의 연료 사태를 “진정으로 위중하다”고 규정하며 미국의 추가 압박 시도가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쿠바의 상황은 1990년대 동구권 붕괴 직후와 맞먹는 심각성이다,”라고 영국 노팅엄대 라틴아메리카학 교수 파르 쿠마라스와미가 CNBC에 이메일로 말했다.
전문가 진단도 엇갈리지만 심각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위험정보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Verisk Maplecroft)의 미주 담당 책임자 로버트 먼크스는 쿠바가 과거처럼 외부의 우방으로부터 신속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조치가 쿠바의 경직된 정치·경제 구조에 치명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심 동향과 정치적 전환 가능성에 대해 “수주 내 또는 수개월 내 마두로식(maduro-style) 관리된 권력 이양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지만, 기본 서비스의 가속적 붕괴는 체제에 극단적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엔(UN)도 인도주의적 위기를 경고했다. 유엔 대변인 스테파네 뒤자릭은 쿠바의 석유 필요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되거나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경고는 연료 부족이 단순한 연료 공급 문제를 넘어 식량·의료·전기 등 기초 생활 인프라 전반에 미치는 연쇄적 영향을 시사한다.
BRICS 블록에 대한 시험대
글래스고 대학의 쿠바 전문가 헬런 얘프는 이번 사태가 BRICS(브릭스) 국가들에 대한 중대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BRICS는 브라질(B), 러시아(R), 인도(I), 중국(C), 남아프리카공화국(S)을 지칭하는 신흥국 중심의 협의체이며 일부 국가가 초청국 형태로 참여 폭을 넓히는 가운데 쿠바는 2025년 1월 BRICS의 “파트너 국가” 지위를 얻었다. 얘프 교수는 “BRICS가 회원국을 보호·지원·단결시키지 못한다면 이 협의체의 실효성은 의문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 BRICS와 ‘managed transition’
BRICS는 개발도상국 중심의 협력체로 경제·금융·정치적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마두로식 관리된 전환(maduro-style managed transition)”은 권위적 정권이 내부적·외부적 압력 속에서 현 지도부와 협상을 통해 권력 이양을 관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또한 본문에서 언급된 “하드 커런시(hard currency)”는 국제 거래에서 안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외화(예: 미 달러, 유로)를 가리킨다.
경제적 파급 영향 분석
관광은 쿠바 정부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다. 겨울철 캐나다·유럽 관광객의 감소는 단기적으로 외화 유입을 급감시켜 정부의 재정 여건과 수입 대체 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에어캐나다의 전면 취소와 같은 항공사들의 운항 중단은 관광수입 감소, 지역 고용 악화, 숙박·서비스 업종의 연쇄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연료 차단은 전력 공급 불안정으로 이어져 산업생산 및 물류체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과거 2025년 9월 쿠바의 전국적 정전 사례가 이미 전력망의 취약성을 보여준 바 있으며, 이번 연료 부족은 그보다 더 광범위한 서비스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병목, 장기적으로는 투자 환경 악화와 인적 자원 이탈(이민 증가)을 불러올 수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 전반에는 큰 충격을 주지 않겠지만, 지역 에너지 공급망과 카리브해·중미 국가들의 에너지 협력 구조에는 중대한 재편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관세 위협은 원유·정유 공급을 고려하는 다수 국가들을 위축시키며 쿠바에 대한 직접적 연료 지원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대체 공급선을 찾는 데 추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정치적 시나리오와 전망
전문가들은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전망한다. 첫째, 체제가 버텨내는 시나리오로서 정부가 제한적 개혁과 외교적 교섭을 통해 상황을 관리하면서 미국의 정치 일정, 특히 11월 중간선거까지 시간을 버는 경우이다. 둘째, 내부적 불안과 봉기, 또는 군부·정파 간의 협상으로 권력 이양이 이뤄지는 “관리된 전환” 시나리오이다. 셋째, 외부 지원(예: 중국·러시아·멕시코 등)으로 일시적 완충을 얻으나 구조적 위기가 지속되는 장기 저성장·고물가국가 모델로 진입하는 시나리오이다.
베리스크의 로버트 먼크스는 “미국의 추가 압박으로 니카라과 등에 대한 비자면제 중단 압력이 행사되면서 쿠바인의 이동성도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외교적 고립은 단기적 인도주의 대응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경제 재건을 위한 외자 유입 통로를 좁힌다.
실용적 정보 및 향후 관전 포인트
관광·항공 산업 관계자와 해외 거주 쿠바인, 국제 인도주의 단체는 다음 사안들을 주시해야 한다. 첫째, 각 항공사의 쿠바 운항 정책 변경과 승객 귀환 계획. 둘째, 국제 사회의 인도적 지원 규모와 중장기 원조 계획, 특히 연료와 의약품 등 필수품의 공급 경로. 셋째, 쿠바 내부의 사회적 불안 징후 및 정부의 치안 대응 방식. 넷째, BRICS 및 중국·러시아의 실질적 지원 여부와 그 규모가 쿠바의 경제 회복에 미치는 영향.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쿠바 사태가 글로벌 자산가격을 변동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카리브 지역과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사회 불안은 해당 지역 통화와 리스크 프리미엄을 상승시킬 수 있다. 관광·항공 업종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쿠바 관련 노출이 큰 기업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
쿠바는 항공유 및 원유 공급 차단이라는 외부 압박과 그로 인한 인도적·경제적 충격 속에서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시험대에 올랐다. 국제사회와 주요 우방국의 지원 의지, 미국의 추가 정책 행보, 그리고 쿠바 내부의 정치·사회적 회복력 여부가 향후 몇 주에서 몇 달 사이 쿠바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대응과 중장기 구조개혁이 결합되지 않으면 기본 서비스의 붕괴가 체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