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Nvidia)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Blackwell)’을 성능을 일부 제한한(downgraded) 버전으로 중국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속에서 양측이 찾을 수 있는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2025년 8월 1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30%에서 50% 정도 성능을 제한한 ‘어느 정도 부정적으로 향상된 블랙웰 프로세서’에 대해 ‘거래를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블랙웰은 세계에서 가장 최신·최고 사양”이라며, 이 사안을 협의하기 위해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조만간 다시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란? 엔비디아가 2025년 공개한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GPU(그래픽처리장치) 설계로, 대규모 AI 모델 학습·추론에 최적화돼 있다. 전 세대 ‘호퍼(Hopper)’ 대비 연산·전력 효율이 대폭 향상됐으며,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부품으로 평가된다.
■ 15% 수익 분담 전제… ‘중국 중독 전략’ 언급
엔비디아와 AMD는 앞서 미국 정부에 대중국 칩 판매 수익의 15%를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 라이선스를 받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20%를 요구했으나, 황 CEO의 협상으로 15%로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황 CEO는 “미국 칩이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되면 화웨이(Huawei) 같은 중국 토종 업체가 공백을 채우게 될 것”이라며, 미국 공급망을 유지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칩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중국을 ‘최신보다 한 단계 낮은’ 기술에 길들여 놓으면, 미국이 기술 패권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 폴 트리올로(Albright Stonebridge Group 파트너·중국 담당 수석부사장)
트리올로 부사장은 CNBC 인터뷰에서 성능이 제한된 블랙웰 칩 수출 승인이 현실화될 경우 “향후 AI 패권 경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연혁
워싱턴은 2022년 A100·H100 GPU를, 2023년에는 H800·A800 등 추가 모델을 중국 수출 금지 목록에 올렸다. 이에 중국 기술기업들은 규제 전 확보한 재고로 AI 모델을 학습해 왔다. 그러나 재고가 소진되는 ‘전환기의 빈틈’을 노려 화웨이는 자체 Ascend 910 시리즈로 격차를 좁히려 하고 있다.
트리올로 부사장은 “내년쯤 출시될 Ascend 910 차세대 버전이야말로 엔비디아와 본격 경쟁할 첫 모델”이라면서도, “아직은 엔비디아 GPU가 우위”라고 분석했다.
※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대규모 행렬 연산에 특화돼 있어 AI 학습·추론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린다. 최근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CPU보다 중요한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 업계·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
이번 ‘다운그레이드 수출’ 협상이 성사되면, 엔비디아는 중국 매출 창구를 부분적으로 회복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는 15% 세수를 확보하는 윈윈 구도가 형성된다. 다만 블랙웰 칩이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성능이 낮춰질지, 중국 AI 기업들이 이를 고도화해 차단선을 우회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전문가들은 “미·중 양측 모두 ‘완전 탈동조화’(decoupling)보다는 ‘부분적 상호의존’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중국은 단기간에 미국산 첨단 GPU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고, 미국 역시 거대한 중국 수요를 완전히 포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약 650억 달러(약 86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30% 이상이 중국 수요다. 업계는 “블랙웰 칩의 원가·스펙·총 물량이 확정되면, 중국 내 AI 스타트업·클라우드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재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 기자 해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부분 제한+로열티’ 모델은, 첨단 기술을 지렛대 삼아 지정학적 통제와 경제적 이득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는 과거 냉전 시절 ‘코콤(CoCom)’ 체제와 유사하나, 글로벌 공급망이 훨씬 복잡해진 21세기에서는 완전 차단보다 ‘관리된 공유’가 실효적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술 격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업도 성능·가격 경쟁에 직면할 수 있다. 이번 협상에서 성능 제한 수준, 소프트웨어·펌웨어 업데이트 허용 범위, 서비스·A/S 지원 조건 등 세부 조항이 국가 안보와 기업 이익 사이의 긴장 관계를 드러내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결국 블랙웰 칩의 대중국 판매가 성사될 경우, 미국은 기술 우위의 ‘최소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막대한 시장을 통해 자본을 회수하고, 중국은 당장 필요한 연산 자원을 확보하는 대신 ‘미국 기술 의존도’라는 리스크를 안게 된다. 앞으로 관련
※ 정책 변동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은 엔비디아·AMD·중국 반도체 생태계의 공급망, 그리고 미·중 간 후속 교섭 일정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