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낸스 창업자 ‘CZ’ 사면 후에도 “누군지 모른다”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바이낸스 창업자 창펑 자오(Changpeng Zhao, 이하 CZ)에게 사면을 부여한 뒤에도,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밝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일가와 연계된 암호화폐 벤처에 바이낸스가 최근 재정적으로 얽힌 정황이 보도된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파장이 크다.

2025년 11월 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CBS의 시사프로그램 ’60 Minutes’ 일요일 방송에서 왜 CZ를 사면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좋아, 준비됐나? 난 그가 누군지 모른다.’

사진 배경참고창펑 자오는 2022년 6월 16일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비바테크놀로지(Viva Technology)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사진: 베누아 테시에/Benoit Tessier,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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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Z는 2023년 말 바이낸스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한 혐의를 인정하며(유죄 답변) 미 당국과 합의했다. 그는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했고, 2024년 9월에 석방됐다.

트럼프는 그럼에도 사면 결정의 동기미국의 암호화폐 산업 경쟁력 강화를 거론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CZ에 대해 ‘마녀사냥’을 벌였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해당 사건에 대해선 자신이 잘 모른다고 거듭 밝혔다.

‘내 아들들이 나보다, 아니 나와 비교도 안 되게 암호화폐에 훨씬 더 깊이 관여하고 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는 바가 매우 적다. 다만 한 가지는 안다. 그건 거대한 산업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그 선두에 서지 못한다면, 중국, 일본 혹은 다른 어딘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트럼프는 또한 CZ가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그(자오)를 감옥에 보냈고, 사실상 함정에 빠뜨렸다. 그건 내 의견이다. 그렇게 들었다.’

트럼프는 반복해서 개인적 연관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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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사람을 전혀 모른다. 아마 만나본 적도 없을 것이다. 누군지 전혀 모른다. 그는 나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 내 지독하고 잔혹한 사람들의 희생자라는 말을 들었다.’

한편 트럼프와 공화당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오토펜(autopen)’ 서명 사면이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그 논거는, 대통령이 무엇에 서명하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자신의 소셜 플랫폼에 ‘바이든의 많은 사면은 오토펜으로 처리됐다. 즉, 바이든이 직접 서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그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적었다.

하원 감독위원회 공화당이 지난달 오토펜 사용 관련 보고서를 내놓은 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은 ‘전 대통령(바이든)은 사면의 분류조차 몰랐고, 각 개인은 말할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바이낸스는 2023년에 다년간의 수사 종결을 위해 총 $43억(43억 달러)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미 법무장관이던 메릭 갈랜드는 해당 벌금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업 처벌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CZ는 대통령 사면을 얻기 위한 공세적 캠페인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칭찬하고, 사면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노력을 이어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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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이낸스는 최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WLF)과 재정적으로 얽힌 정황이 공개됐다. WLF는 토큰 판매 수익의 75%트럼프 및 가족과 연계된 회사로 보내는 구조의 암호화폐 금융 플랫폼이다.

올해 5월, WLF 공동창업자 잭 위트코프(Zach Witkoff) —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핵심 인사였던 스티브 위트코프의 아들 — 는 자사의 스테이블코인아랍에미리트 국영 투자사 MGX$20억(20억 달러) 규모 바이낸스 투자를 촉진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달 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바이낸스와 CZ를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10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CZ 사면을 공식 발표했다.

일요일 CBS 인터뷰에서 사회자는 이 같은 정황이 ‘뒷거래(pay for play)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나는 너무 바빠서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내 아들들이 그쪽(암호화폐)에 관여하고 있다. 잘됐다고 본다. 아마 훌륭한 산업일 것이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사업을 하는 것이지, 정부에 있는 게 아니다.’

트럼프는 다시 CZ로 화제를 돌리며, ‘그에 대해 아는 건 없다’면서도 ‘정부의 무기화로 인한 피해자라는 말을 들었다. 여기서 정부라면 바이든 정부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어와 배경 설명

오토펜(autopen)은 대통령 등 고위직 공문서에 기계로 서명을 대리하는 장치다. 미국에선 일정·안전 문제로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으나, 서명의 인식·승인 주체가 누구인지를 두고 정치적 논란이 반복돼 왔다.

사면은 형사상 유죄를 받은 사람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의 법적 효과를 삭제하는 대통령의 재량 권한이다. 이번 사안에서 트럼프는 형사 사건으로 유죄를 인정하고 형을 마친 CZ에게 사면을 부여했다.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낮춘 암호자산이다. 결제·송금·거액 거래 브리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은 토큰 판매 수익의 다수를 트럼프 일가 연계 회사로 분배하는 구조가 알려진 플랫폼이며, MGX아랍에미리트의 국영 투자법인으로 소개됐다. SEC는 미국 증권 규제기관으로, 2025년 5월 말 바이낸스·CZ 소송을 취하했다.

바이낸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로, 2023년 $43억 합의를 통해 자금세탁 방지·제재 준수 실패 관련 미 당국 수사를 일단락했다. 이는 미 법무부 기준으로도 ‘역대급’ 제재 사례에 속한다.


해설 및 쟁점

첫째, 사면과 인지의 문제 — 트럼프는 CZ를 사면했으면서도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바이든의 오토펜 사면을 ‘대통령이 무엇에 서명했는지 몰랐다’는 이유로 비판해온 맥락과 대비를 이룬다. 사면 행위의 정당성은 법적으로 대통령의 재량에 속하지만, 사면권 행사 과정의 인지·검토 정도는 공적 책임의 관점에서 정치적 검증 대상이 된다.

둘째, 이해충돌(관계) 의혹의 외관 — WLF의 수익 75%가 트럼프 연계 회사로 유입되고, WLF 공동창업자가 MGX의 20억 달러 바이낸스 투자에 자사 스테이블코인이 쓰인다고 밝힌 시점과, SEC의 소송 취하CZ 사면 발표의 연속성은 ‘대가성(pay for play)’ 의혹을 낳을 수 있는 구성요소다. 보도는 이 의혹을 제기하는 질문과 트럼프의 부인·거리두기 발언을 함께 전한다.

셋째, 산업 경쟁력 vs. 법집행 — 트럼프는 암호화폐를 ‘거대한 산업’으로 규정하며 미국이 선두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43억 합의와 같은 중대한 제재는 글로벌 거래소의 컴플라이언스 실패가 갖는 위험을 환기한다. 규제 불확실성 해소와 산업 육성의 필요성, 그리고 자금세탁·제재 회피 등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사이의 긴장이 이 사안에 응축돼 있다.

넷째, 발언의 일관성과 정치적 파장 — 트럼프는 ‘모른다’를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동시에 ‘정부의 무기화’ 피해자라는 평가를 반복했다. 이 같은 거리두기와 옹호의 병행은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정치적 언어 전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기사에 따르면, 구체적 사실관계의 입증 여부는 별개로 남아 있다.

요컨대, 이번 발언은 사면권 행사의 투명성, 암호화폐 정책 방향, 그리고 이해충돌 회피라는 세 축을 둘러싼 미국 정치·시장 환경의 민감한 접점을 드러낸다. 향후 의회·감독기관의 점검과 시장 참여자들의 컴플라이언스 강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