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0% 관세라는 초강수를 빼들었다. 미국 내에서 제조 시설을 건설하거나 건설을 약속한 기업이 아니라면, 모든 반도체·칩 수입품에 두 배 수준의 관세가 매겨질 전망이다.
2025년 8월 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반도체와 칩에 매우 큰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이미 생산하고 있거나 확실히 생산을 약속한 기업에게는 비용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효 시점을 “다음 주”로 못박았다. 이는 사실상 업계와 시장에 사전 경고를 던지는 동시에, 주요 글로벌 기업들을 미국 내 투자로 끌어들이려는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그는 “애플 같은 기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해, 이미 애리조나 파운드리 등 미국 내 제조 기반을 다지고 있는 기업들에는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 산업의 의미와 정책 배경
반도체는 스마트폰·자동차·AI 서버 등 거의 모든 첨단 산업의 필수 부품이다. 공급망이 단절되면 산업 전반이 멈춰 설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은 자국 내 생산 비중 확대를 핵심 경제·안보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2022년 CHIPS and Science Act로 대규모 보조금을 편성해 국내 투자 유인을 제공해 왔으며, 이번 관세는 ‘보조금+관세’의 쌍끌이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에서 만들지 않는다면, 100% 관세를 물어야 할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업계·시장 영향 분석
이번 조치가 실제 시행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가격 인상 압력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만, 한국, 일본, 유럽 등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완성 칩 제품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관세 회피를 위해 조립·패키징·테스트 시설까지 미국 내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으며, 기술 인력·전력·용수·환경 규제 등 비용 변수가 기업 입지 결정의 핵심이 될 것이다.
애플·엔비디아·AMD 등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들은 파운드리(제조) 파트너사를 미국으로 유도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첨단 미세공정 설비를 구축하려면 수년과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조 공정 전환 기간 동안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미국 내 투자에 이미 착수한 기업—예컨대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삼성전자의 텍사스 테일러 공장, 인텔의 오하이오·애리조나 캠퍼스—은 인센티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세 면제와 정부 보조금이라는 ‘당근’이 작동하면서 투자 속도가 빨라질 여지가 있다.
관세 100%의 의미
‘100% 관세’란 수입 가격의 두 배를 세금으로 걷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원가 100달러인 칩을 미국으로 들여오면, 수입업체는 100달러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므로 총 200달러가 된다. 이는 사실상 수입을 차단하거나, 미국 내 생산을 강제하는 수준의 강력한 조치다.
일반 관세와 달리, 특정 산업에만 적용하는 ‘세이프가드’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현행 WTO 규정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나, 무역 분쟁이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경제적 파급 효과
이번 발표는 2026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 일자리 창출 공약을 재차 강조하면서,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세워 중서부 제조업 벨트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다. 동시에, 친기업적 감세와 보호무역을 병행하는 트럼프식 경제 모델이 한층 선명해졌다.
경제학자들은 단기적 인플레이션 압력과 중장기 성장 효과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일부는 “비용 증가로 소비자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지만, 또 다른 쪽은 “고부가가치 제조업이 국내에 뿌리내리면 장기적으로 고용과 기술 자립도를 높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국내 기업과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한국 반도체 업계는 이미 미국 투자를 확대해 왔지만, 공정 자동화·원부자재 공급망 등 후방 산업까지 현지화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또한 관세 회피를 위해 ‘미국 생산 인증서’ 확보가 필수화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투자자들은 달러 강세·미국 설비투자 확대·정부 보조금 흐름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로서 필자는 제2의 ‘실리콘 러스트 벨트’ 형성 가능성에 주목한다. 미국 중서부·남부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집중되면, 전통 제조업 쇠퇴로 침체됐던 지역 경제가 되살아날 잠재력이 있다. 다만 인력 양성·주택·인프라 부족 문제가 병행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만 늘고 고용은 해외 인력으로 채워지는’ 공백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에 관세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구체적 시행일·세부 예외조항·산업별 분류 기준이 어떻게 나올지가 핵심이다. 특히 ‘생산 약속’의 법적 요건이 관세 면제 기준이 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조속한 투자계획 확정과 의회·행정부 승인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는 미 의회·업계가 어느 정도 수용할지 여부다. 관세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합의 도출 과정에서 완화 조항이 포함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 유출 방지와 패키징·테스트 공정의 국내 확대 등 세부 정책이 연계될 수 있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블록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대만·일본·유럽도 각자 인센티브 정책을 강화하며 투자 유치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세제·인프라·인력·정치 리스크 등을 종합 고려한 복수의 생산 시나리오를 세워야 할 것이다.
결론
트럼프 대통령의 100% 칩 관세 방침은 제조업 리쇼어링을 강제하는 무역 정책의 극단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책 내용이 구체화되는 향후 1~2주가 글로벌 반도체·IT 업계에는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