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협상이 8월 1일 관세 인상 시한을 앞두고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이 “별다른 진척이 없다”고 공개 발언하며, 관세 부과가 최우선 카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는 운이 좋지 않았다”며 “그들은 관세를 내고 끝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더 이상 협상이 아니다”라고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유럽연합(EU)을 향한 협상에 ‘즉각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캐나다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과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거대한 영토를 아우르는 EU가 지금 가장 큰 과제”라면서 “캐나다와는 합의가 없고, 집중하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합의가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미 부과 중인 일부 캐나다산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은 25%에서 35%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특히 CUSMA(미·캐·멕 자유무역협정)에 포함되지 않는 품목이 대상이다.
한편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연방 정부 정부간 업무 장관은 이번 주 워싱턴에서 짧게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미국 내 무역·상무 정책 총괄)과 회담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진전은 있었지만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혀 협상 난항을 에둘러 인정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성과 낮은 성급한 합의’를 경계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 정부는 나쁜 합의는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캐나다인들의 최선 이익을 위해서만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BofA 시큐리티즈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CUSMA 적용 품목의 관세 면제 덕분에 캐나다와 멕시코가 현행 미국 관세 대상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정부가 관세를 부담하더라도 더 나은 합의를 노린다”는 입장과 맥을 같이한다.
용어 해설
‘CUSMA’는 2020년 발효된 Canada–United States–Mexico Agreement의 약어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3국 간 무역 협정이다. 국내에서는 ‘USMCA’라는 명칭으로도 통용된다.
*비(非)CUSMA 상품은 협정상의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전문가 시각
현 단계에서 협상 결렬 가능성이 높아지면, 캐나다 수출 기업은 단기적으로 비용 증가와 물류 차질을 경험할 위험이 크다. 동시에 미국 소비자 가격에 즉각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하지만 양국 경제가 높은 상호의존성을 갖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와의 담판을 ‘우선 과제’로 삼은 만큼, 캐나다는 정치적 레버리지 확보가 더욱 절실해졌다.
무엇보다 8월 1일 이후 관세가 10%p 인상되면, 지난해 기준 비CUSMA 캐나다산 대미(對美) 수출액 120억 달러(약 15조4,000억 원)추정치 가운데 상당 부분의 채산성이 흔들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제조업·식음료·자원 분야를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이미 감지된다.
결국 이번 협상은 정치적 계산, 국내 여론, 미·EU 무역전선이라는 세 갈래 변수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복잡한 방정식이다. 관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합의 도출까지의 지렛대 효과가 커질 가능성도 있지만, 양측 모두 경기 둔화를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타협점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는 나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향후 추이는 8월 1일 관세 인상 발효 여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EU 협상에서 얻는 정치적 성과에 좌우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관세·환율·공급망 등 복합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