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레이시아 ASEAN 정상회의 주재…태국·캄보디아 휴전 확대 합의 서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훈 마넷 총리 악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가 2025년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 체결식 직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Andrew Harnik / Getty Images News

2025년 10월 2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 새벽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KLIA)에 착륙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의 영접을 받았으며, 전통 복장을 갖춘 환영 공연단과 함께 레드카펫에서 즉흥 춤을 선보인 뒤 미국 국기와 말레이시아 국기를 양손에 들고 의전 차량에 올랐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1967년 창설된 10개 회원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에 동티모르를 포함해 이번 회의부터 총 11개국이 된 지역 협의체다. ASEAN은 역내 분쟁 해결과 경제 협력을 목적으로 하며, 총 GDP가 3조8,000억 달러에 달해 세계 5위권의 단일 시장을 형성한다.

주목

휴전 합의 세부 내용

트럼프 대통령은 7월 태국-캄보디아 국경에서 발발한 5일간의 로켓·중화기 교전을 중재해 당시 임시 휴전을 이끌어냈다. 이번 쿠알라룸푸르 합의는 그 휴전을 영구적 정전으로 발전시키는 후속 조치다. 양국은 즉각적인 포 사격 중단, 국경 감시 공동위원회 설치, 분쟁 지역 재건을 위한 국제 기금 조성에 서명했다. 교전으로 최소 48명이 숨지고 30만 명가량이 일시적으로 피란을 떠났던 만큼, 현지 주민의 귀환과 복구 작업이 시급하다.

태국 아누틴 찬위라꿀 총리는 금요일 국왕 부인 시리킷 왕대비 서거로 서명식 불참이 우려됐으나, 조문 일정을 조정해 합의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쟁 종결은 인도적 의무이자 지역 경제 회복의 전제 조건”이라며 두 정상에게 박수를 보냈다.


무역 의제 — 미·중 협상 및 브라질 관세

정상회의 본회의 외에도 미국과 중국

“세계 1·2위 경제대국”

의 무역 대표단이 별도 회담을 열었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회담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중국 류허 부총리는 추가 관세 확대 방지를 주요 의제로 삼았다. 그리어 대표는 “희토류 포함 다양한 항목이 논의됐으며, 정상회담에서 생산적 결론이 도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목

* 희토류(Rare Earths) : 스마트폰 · 전기차 모터 · 군사 레이더 등 첨단제품에 필수적인 17개 원소를 통칭함.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전략적 가치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50% 고율 관세 문제를 두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양자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이 지난 15년간 브라질과의 무역에서 4,1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며, 높은 관세는 “정책적 오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행 기내 회견에서 “조건이 맞으면 관세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혀 타협 여지가 감지된다.


동티모르 — ASEAN 11번째 회원국

아시아에서 가장 젊은 국가인 동티모르(티모르-레스트)회원국 지위를 공식 획득하면서 ASEAN은 11개국 체제로 확대됐다. 인구 140만 명, 연간 GDP 약 20억 달러에 불과한 동티모르는 자원 의존형 신흥 경제다. 동티모르는 14년 동안의 대기 기간 끝에 가입 문턱을 넘었으며, 조제 라모스오르타 대통령샤나나 구스망 총리에게는 1970년대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진 숙원이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구조적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ASEAN 내 무관세 특혜공동 인프라 프로젝트 접근성 확대가 동티모르 경제에 긍정적 자극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신규 가입국의 의사결정 참여로 동맹 내 콘센서스 구축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지역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남아 현안에 직접 개입하며 “협박과 인센티브의 절묘한 조합“을 활용해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 미국이 휴전 중재 대가로 양국과의 개별 무역 협상을 지렛대로 삼았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이는 경제·안보 연계 전략의 전형적인 사례로, 향후 다른 지역 분쟁에 선례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 부문에서는 미·중 간 희토류 카드와 브라질 관세 갈등이 병존해 복합 방정식을 이루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정상 간 일대일 외교가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지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ASEAN 정상회의 룸을 벗어나 중국·브라질 대표단과 수시로 비공개 교섭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의 독특한 협상 스타일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ASEAN 정상 기념 촬영

한편 태국과 캄보디아는 합의 직후 국경 마을에 임시 병력을 잔류시켰다. 전문가들은 “현장 감시 체계가 미흡할 경우 소규모 충돌이 재발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 특히 ASEAN이 감시단 파견재건 지원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말레이시아 정상회의는 휴전과 무역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미국 외교의 실용주의가 두드러진 자리였다. 동티모르의 가입으로 ASEAN의 통합 구도가 확대된 반면, 미-중-브라질 간 관세 전선은 여전히 가변적이다. 향후 몇 달간 이어질 후속 협상이 성공할 경우, 동남아 지역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도 긍정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