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 에너지 제재 강화” 경고에 국제유가 5주래 최고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물 가격이 전일 대비 0.81% 상승한 배럴당 0.56달러 오르며, RBOB(휘발유) 9월물 역시 0.84% 오른 가운데 원유·휘발유 선물가격이 이번 주 들어 5주 만의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회복 신호가 수요 심리를 자극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 강화를 재차 언급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10일 안에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인도처럼 러시아산 석유 최대 구매국들까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번지며 공급 쇼크 우려가 확대됐다.

경제 지표 호조도 가격 상승을 거들었다. 미국 2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3.0%로 시장 예상치(2.6%)를 상회했고, 7월 ADP 고용은 10만4천 명 증가해 4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유로존 2분기 GDP 역시 전기 대비 0.1%, 전년 대비 1.4% 늘어나 예상(0%·1.2%)을 웃돌았고, 7월 경기신뢰지수는 95.8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반면 달러지수(DXY)가 2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 원유 가격 상승폭을 일부 제약했다. 또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에서 원유 재고가 예상치(260만 배럴 감소)와 달리 770만 배럴 급증한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OPEC+ 관망과 공급 변수

시장에서는 OPEC+가 9월 54만8천 배럴 증산 이후 10월부터 추가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블룸버그 보도가 주목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 누적이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이며 2025년 4분기에는 글로벌 소비의 1.5%에 해당하는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7월 5일 회의에서 OPEC+는 8월 54만8천 배럴 증산을 결정하는 등 이미 공격적 증산 기조를 유지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할당량 초과 생산국에 가격 인하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혀, 내부 조율 목적의 증산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및 추가 제재 동향

유럽연합(EU)은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산 정제유 금수와 함께 러시아 그늘선대(Shadow Fleet) 선박 105척을 추가 제재해 총 400척을 넘겼다. 또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의 대형 정유사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SWIFT 배제 대상 은행 20곳이 새로 추가되면서 러시아의 국제 결제망 접근성은 더욱 제한됐다. SWIFT는 전 세계 은행 간 결제 메시지 시스템을 뜻하며, 제재 대상이 되면 원유 대금 결제 자체가 까다로워진다.


추가 공급 요인

이라크 정부가 2023년 3월 이후 중단된 이라크-터키 송유관을 재가동하기로 승인하며, 쿠르드 자치정부가 하루 23만 배럴을 시장에 재공급할 전망이다. 더불어 Vortexa 자료에 따르면 7월 25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부유식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23% 늘어난 8,499만 배럴로 집계돼 저장 증가가 확인됐다.

한편 미국 내 가동 중 석유시추기 수는 7월 22일 기준 415기로,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 대비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주간 원유 생산은 1,331만4천 배럴로 역대 최고치(2024년 12월 첫째 주 1,363만1천 배럴)에 근접했으나 아직 소폭 낮다.


EIA 주간 재고 세부 내역

• 휘발유 재고: 270만 배럴 감소(예상 –110만 배럴)

• 중간유(난방유·디젤) 재고: 360만 배럴 증가(예상 –40만 배럴)

• 쿠싱(Cushing) 허브 재고: 69만 배럴 증가

• 현재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6% 낮고, 휘발유 재고는 0.7% 낮으며, 중간유 재고는 15.2% 밑돈다.

이처럼 수요·공급 지표가 엇갈리며 유가는 상승 모멘텀과 제한 요인이 병존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실제 부과될 경우, OPEC+가 보유한 여유 생산량으로는 시장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해설: 낯선 용어 짚어보기

  •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미국 텍사스 서부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 원유 기준물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선물 가격 지표다.
  • RBOB: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휘발유 선물 종목이다.
  • DXY: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다.
  • Shadow Fleet: 제재 회피를 위해 선박명·국적을 바꾸는 등 흔적을 숨긴 러시아 원유 운반 선단을 의미한다.

종합적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 지정학적 불안, 재고·환율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유 가격 향방은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태다. 향후 10일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가 발언, 오는 일요일 OPEC+ 회의 결과,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이 단기 가격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