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경제를 두고 “완전히 썩었다”라고 표현하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만 더 하락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 수행 능력이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5년 8월 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 ‘스콰크박스(Squawk Box)’와의 40분가량 인터뷰에서 “유가를 더 끌어내리면 푸틴은 사람을 더 이상 죽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산 원유 수익을 전쟁 자금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
Putin will stop killing people if you get energy down another $10 a barrel. He’s going to have no choice because his economy stinks.
”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도 외교적 해법에 미온적인 푸틴 대통령을 직접 압박한 발언이다.
美·露 관계 급속 냉각… ‘세컨더리 관세’ 시한 2주로 단축
트럼프 대통령은 일주일 전 러시아가 2주 안에 우크라이나와 평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에 ‘세컨더리 관세(secondary tariffs)’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0일이었던 시한을 대폭 단축한 조치로, 사실상 국제 사회 전체를 겨냥한 대(對)러 압박 카드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의 새로운 최후통첩은 미국과의 직접 전쟁 위협”이라며 X(구 트위터)를 통해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잠수함 두 척을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라”고 명령했다고 공개했다.
“인도, 좋은 교역 상대 아니었다”… 25%→상당폭 추가 관세 경고
러시아산 할인 원유를 대량 구매해온 인도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25% 관세를 이미 예고했지만 24시간 안에 더 크게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도가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기름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
주권 국가들은 자국 이익에 맞는 무역 상대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 미국의 관세 위협은 정당성이 없다.
”고 반박했다.
유가 하락세 지속… 국제시장 ‘65달러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증산을 발표한 가운데 5일 브렌트유(Brent Crude) 선물 가격은 배럴당 67.92달러(-1.2%),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65.41달러(-1.3%)로 내려갔다. 트레이더들은 글로벌 수요 둔화 가능성과 공급 증가를 동시에 주시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영국 북해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 가격을, WTI는 미국 텍사스산 원유 가격을 뜻한다. 두 지표 모두 국제 원유 거래에서 기준 가격으로 활용된다.
제재·인플레이션 겹악재… 러시아 경제 성장률 급락 전망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올해 성장률이 2.5%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4.3%에서 크게 둔화된 수치다. 푸틴 대통령도 인플레이션과 생산비 급등을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4월 보고서에서 올해 석유·가스 수입이 전년 대비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연평균 유가 전망치를 69.7달러에서 56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동시에 2025년 예산 적자 전망도 GDP 대비 0.5%에서 1.7%로 상향했다.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 수익 감소와 서방의 금융·기술 제재, 그리고 전쟁 장기화로 인한 군비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되면, 외화 확보와 재정 운용 모두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유가 추가 하락 시 러시아 중앙정부의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루블화 가치가 재차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 시각 — “유가 60달러 하회 땐 푸틴 선택지 좁아져”
국제경제연구원(IIE)의 아나스타샤 페도로바 연구위원은 “러시아 예산이 균형을 이루는 ‘브레이크이븐’ 유가는 약 70달러”라며 “60달러를 밑돌면 국방·사회복지 예산을 동시에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추가 10달러 인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크렘린은 협상 테이블 복귀를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유가가 급락하면 미국 셰일 업체들의 손익계산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에너지 산업은 기술 혁신으로 원가를 낮췄기 때문에 충분히 견딜 체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세컨더리 관세’ 이해 — 무역 네트워크 전방위 압박 카드
세컨더리 관세란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금융기관에까지 관세 또는 금융 제재를 부과해, 간접적으로 대상국의 교역을 차단하는 수단이다. 이 조치가 현실화되면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는 국가뿐 아니라 운송·보험·결제에 관여하는 글로벌 기업에도 파급이 미칠 수 있다.
■ 종합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노린 직접적 압박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제 유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이 급격히 마를 가능성이 높아, 향후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 등 제3국에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글로벌 에너지·무역 지형에도 복합적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