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산 원유 매입 문제로 중국 즉각 제재 계획은 ‘당장 없다’

[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해서 수입하는 국가 가운데 중국에 대해 즉각적인 보복 관세를 부과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2~3주 안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남겼다.

2025년 8월 1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지 않을 경우 모스크바뿐 아니라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국가에도 ‘세컨더리(2차)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아직은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2~3주 후에는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인도산 제품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또한 러시아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즉각 적용하지는 않았다.


알래스카 정상회담 이후 입장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폭스뉴스 ‘션 해니티 쇼’에 출연해 관련 질문을 받았다. 해니티 진행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출 합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오늘 회담 결과를 보면 당장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물론 2~3주 뒤에는 다시 생각해야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회담은 매우 잘 진행됐다.”

그의 발언은 즉각 시장에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원유·원자재 시장에서는 추가 제재 가능성이 ‘조건부 유예’된 셈이어서 단기적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컨더리 제재’란 무엇인가?

세컨더리 제재secondary sanctions제3국 기업·기관·개인이 제재 대상국과 거래할 경우, 이를 이유로 미국이 해당 제3국에도 금융·무역 제재를 부과하는 조치를 말한다. 즉, 직접 제재(primary sanctions)와 달리 “제재 대상국과 거래한 것”만으로도 미국 금융·상품시장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 중국과 인도 모두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하고 있어, 세컨더리 제재의 주요 타깃으로 거론돼 왔다.


중국 경제에 미칠 잠재적 충격

중국 경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내수 확대’ 전략에도 불구하고 성장 둔화가 뚜렷하다. 미국이 대대적인 러시아 연계 제재를 단행할 경우, 중국 에너지·제조업계의 비용 부담이 직접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25년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시진핑 정부는 두 경제 대국 간 관세 인하를 목표로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러시아 변수로 인해 협상 테이블이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국제통화기금(IMF) 앨리슨 코헨 수석연구원은 “2~3주猶予(유예) 발언은 시장을 관망하겠다는 정치적 신호”라며 “원유 가격이 급등하거나 전쟁 확전 양상이 나타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강경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에너지·무역 구조를 고려할 때,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낮지만 중국과 인도의 원재료 수급에 연동된 공급망을 갖고 있어 세컨더리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반사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보복 관세’retaliatory tariffs가 현실화되면, 단순히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글로벌 교역량과 해상운임에도 연쇄적인 인상 압력이 가해질 전망이다.


결론 및 관전 포인트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카드를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되, 단계적 접근법을 택하고 있음을 재확인시킨다.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기간에 줄이지 않는 한, 향후 2~3주가 정책 전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은 1) 푸틴·트럼프 간 추가 협상 스케줄, 2)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3) 국제 원유 벤치마크 가격 동향, 4) 미·중 무역 협상 진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향후 2~3주라는 시간표가 제시된 이상, 투자자와 기업들은 시나리오별 리스크 관리에 나설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