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케빈 해셋(왼쪽)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전 이사 케빈 워시. 로이터 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군에 대해 새롭게 언급하자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에서는 즉각적으로 베팅이 요동쳤다.
2025년 8월 5일, CNBC 방송 ‘스쿼크 박스(Squawk Box)’ 인터뷰에서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인 케빈 해셋, 연준 전 이사 케빈 워시, 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그리고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모두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훌륭하다’며 워시를 치켜세운 뒤 ‘가끔은 모두가 훌륭해 보이지만 그 자리에 앉히면 성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두 케빈 모두 매우 좋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예측시장 칼시(Kalshi)에서는 트럼프 발언 직후 베팅이 빠르게 재조정됐다. 해셋과 워시가 각각 35%의 확률로 차기 의장에 지명될 가능성이 책정됐고, 인터뷰에서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월러는 15%로 하락했다. 베센트 장관은 ‘현 직무에 만족한다’며 후보에서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셋과 워시는 모두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인물이다. 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6년 5월 임기 종료까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비판을 받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을 의장직에서 내보내기 전까지 우리는 성장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연준 이사 아드리아나 쿠글러가 이번 주 사임한다고 2일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분 좋은 놀라움’이라고 반응했다. 이로써 대통령은 연준 이사회에 새로운 인사를 임명할 수 있게 됐고, 차기 의장 후보를 미리 포석할 기회도 얻게 됐다.
칼시에 따르면 트럼프 1기 경제고문을 지낸 주디 셸턴은 6%의 확률로 파월 후임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2019~2023년 세계은행 총재를 지낸 데이비드 말패스의 확률은 4%로 집계됐다. 심지어 트럼프 본인이 직접 연준 의장을 맡을 것이란 베팅도 1%를 기록했다.
용어 설명과 배경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은 특정 사건의 결과에 돈을 걸어 참여자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확률을 산출하는 온라인 거래소다. 주가가 아닌 이벤트의 결과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여론조사보다 빠르게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
칼시(Kalshi)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규제 예측시장 플랫폼으로, 정치·경제·기후 등 다양한 주제의 계약을 거래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는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로,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정하고 통화정책을 집행한다. 의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며 4년 임기다.
국가경제위원회(NEC)는 백악관 직속 경제 컨트롤타워로, 대통령에게 경제 현안을 자문하고 정책 조율을 담당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거론한 두 인물 모두 금리 인하를 강조해 왔다는 점을 들어, 연준의 정책 기조가 조기 전환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상원 인준 과정에서 두 후보 모두 통화정책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연준 내부에서는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위해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해, 차기 의장 인선이 통화정책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