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도쿄·런던서 ‘아메리칸 픽업’ 판매 확대 노린다…좁은 도로·연비 부담이 최대 걸림돌

[글로벌 자동차 시장 심층 분석]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유럽이 미국산 자동차를 거의 사지 않는다”며 무역 불균형을 지적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 소비자들이 미국산 차량을 외면하는 주된 이유는 관세나 안전규정이 아니라 차량 크기·연비·주차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도쿄와 런던 같은 대도시 소비자들은 좁은 골목과 협소한 주차 공간, 높은 유류비를 감안할 때 포드 F-150 픽업트럭이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대형 SUV가 일상용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무역협상 과정에서 일본·유럽에 ‘미국차 수입 확대’를 압박했고, 양측은 안전성 인증 절차 간소화일부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 그러나

“규정이 완화돼도 소비자 선호가 변하지 않으면 판매 증가는 미미할 것”

이라는 업계 관측이 지배적이다.


1. “길이 너무 좁다”…현지 도로·주차 실태

일본은 전체 도로의 65%가 왕복 2차로 이하이며, 도쿄 도심 주차장의 평균 폭은 2.3m 수준이다. 이에 반해 포드 F-150의 차폭은 2m,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2.06m에 달한다. 좁은 골목에서 회전반경이 크면 운전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미니카(Kei·경차)’가 일본 신차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4년 일본 신차 판매 370만 대 가운데 경차가 120만 대를 넘겼으며, 미국 브랜드는 전체 외제차 판매(6%) 중에서도 쉐보레 570대, 캐딜락 450대, 닷지 120대에 그쳤다.

‘Kei(경차)’는 엔진 배기량 660cc 이하, 길이 3.4m 이하인 초소형 차급을 말한다. 일본 정부가 세금·보험 혜택을 제공해 저렴한 유지비가 최대 장점이다.


2. 디트로이트의 전략 변동…SUV 중심이 독 됐다

유럽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포드제너럴모터스(GM)는 2000년대 중반까지 소형 해치백을 현지 생산·판매하며 호평을 받았으나, 20년 사이 픽업·대형 SUV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 결과 포드의 유럽 판매량은 2005년 126만 대에서 2024년 42만6천 대로 급감했고, 시장점유율도 8.3%→3.3%로 추락했다.

GM은 2017년 오펠(Opel) 매각 후 사실상 유럽을 철수했으나, 2024년 캐딜락 리릭(Lyriq) 전기 SUV로 재진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판매량은 1,514대에 머물렀다.

앤디 팔머 전 애스턴마틴 CEO는 “영국 도로는 포드 F-150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소형·전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유럽 시장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3. “우린 상태품만 수출한다”…디트로이트의 반박

포드는 “머스탱·브롱코 같은 패션카(=열정 구매 상품)를 유럽에 공급한다”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 전략을 강조한다. GM도 코르벳 C8부터 우핸들 모델을 생산, 일본에서 고객의 80%가 ‘첫 GM 차량’으로 구매했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러나 런던 슈퍼카 딜러 클라이브 서턴은 “에스컬레이드는 확실히 희소가치가 있지만, “주차할 곳 찾기가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는 런던 중심부 1일 주차료가 평균 60파운드(약 10만 원)를 넘는 현실과도 맞물린다.


4. 한국·독일 브랜드의 공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에도 ‘무관세 미국차’ 시장 개방을 압박했다. 하지만 2024년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 브랜드가 8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미국산은 16%에 불과했다. 일본 역시 메르세데스-벤츠 5만3천 대, BMW 3만5천 대로 독일 브랜드가 럭셔리 세그먼트를 장악 중이다.

전문가들은 “독일 제조사는 우핸들·소형·고연비 등 현지 요구를 철저히 따라간 반면, 디트로이트 3사는 본국 시장 성공 모델을 그대로 수출하는 데 그쳤다”고 진단한다.


5. 현지 소비자 목소리

도쿄 ‘조난 지프 프티’를 운영하는 야스에 유미히토 사장은

“미국차는 디자인 선명한 펜더 라인이 매력”

이라면서도 “좁은 골목 운전은 기술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인 미용실 대표 닛타 유키미(42)는 지프 랭글러를 두 번째로 구입했다. 그는 “‘외제차네?’라는 시선이 있지만, 실제 운전하면 “완전히 평범하다””며 높은 중고차 가치를 장점으로 꼽았다.

한편 미국 포틀랜드 거주 다니엘 캘드웰은 일본 중고 캠핑카를 미국으로 역수출한다. 그는 “고국에 갈 때마다 미국차는 지나치게 크다”며 “크고 연비 낮은 모델은 일본 소비자 눈에 매력적일 수 없다”고 평가했다.


6. 기자 해설: 전략 수정 없인 ‘양보 없는 시장’

① 전동화·소형화 가속 미국 빅3가 유럽·일본 점유율을 높이려면, EV 플랫폼을 활용한 컴팩트 크로스오버 개발이 필수다. 테슬라가 슬림한 디자인으로 일본 시장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린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② 현지생산·우핸들 확대 GM이 우핸들 코르벳을 도입해 신규 고객 80%를 확보한 것처럼, 현지 편향 사양이 판매 확대의 선결 조건으로 떠오른다.

③ 문화·마케팅 접근 지프가 ‘쥬라기 월드’ 한정판 및 오너 이벤트를 통해 연 1만 대 가까이 판매한 사례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관세 인하만으로는 시장 장벽을 뚫기 어렵다. 소비자 경험을 겨냥한 제품·마케팅 혁신 없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라는 ‘아메리칸 픽업의 도쿄·런던 진출’은 험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