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흐름의 핵심 키워드: 트럼프 덤프, ABUSA(Anywhere But the USA),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그리고 헤지 아메리카다. 2025년 말이 다가오면서도 미국 자산에 대한 전면적 베팅을 주저하는 흐름이 새해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 출발점은 4월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 선언을 계기로 미국 주식·국채·달러 매도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며 시장이 혼란에 빠졌고, 이 매크로 트레이드는 곧 ‘Sell America’ 또는 일부에서는 ‘ABUSA’로 불렸다.
2025년 11월 7일, CNBC 보도에 따르면, 4월 이후 수개월 동안에는 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라는 별칭의 역추세 거래가 등장했다. 잇따른 정책 발표가 번번이 철회되자 정책 가시성에 대한 불신이 거래 아이디어로 구체화된 것이다. ETF닷컴의 데이브 나딕는 지난달 CNBC 인터뷰에서 ‘평균적인 투자자가 미국에 너무 많은 돈을 두고 있다’며 ‘어떻게든 미국 밖으로 나가려는 논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덤프’의 연장선, 그러나 형태는 진화다. AJ 벨의 마켓 헤드인 다니엘 코츠워스는 관세 충격으로 인한 공포 이후에도 월가 주요 지수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국제 투자자들이 미국 비중이 과도하지 않은 포트폴리오를 여전히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트럼프 덤프’ 1단계를 촉발했다고 평가하면서, 이 추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나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츠워스는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펀드’에 대한 수요가 뚜렷이 늘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미국을 제외하는 글로벌 펀드에서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다. 많은 개인투자자는 매달 글로벌 펀드를 사며 광범한 익스포저를 원한다. 그런데 이제 미국을 뺀 글로벌 펀드를 통해 여전히 다양한 국가에 넓게 투자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미국을 제외하려는 흐름이 나타난다.’
성과 비교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MSCI 월드 ex USA 지수(미국을 제외한 22개 선진국의 대형·중형주로 구성)는 연초 이후 24%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 500지수는 약 15.6% 상승에 그쳤다. 코츠워스는 투자자들이 미국 비중을 제어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이미 미국 시장에 충분히 노출돼 있어 더 늘리고 싶지 않다’는 판단, 둘째, ‘미국 내 전개 양상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는 일부 투자자들이 ‘정부 운영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며 자산배분을 재고하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과 집중도 리스크, AI 버블 논쟁도 이어진다. 백악관 정책의 불확실성이 10월까지 시장을 흔들면서, 미국 증시의 기업가치 수준과 AI 주도 랠리의 버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반복 제기됐다. 덴마크계 운용사 심콥(SimCorp)의 투자 의사결정 리서치 총괄 크리스토프 숀은 ‘특히 유럽과 비교할 때 미국 주식시장의 극단적 집중’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 애플, 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 이 S&P 500 시가총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들 대부분은 정보기술·커뮤니케이션 서비스·임의소비재 등 경기민감 3개 섹터에 집중돼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STOXX Europe 600의 상위 10개 종목은 전체 시가총액의 17%에 불과하고, 기술·헬스케어·에너지·금융·소비재 등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고 비교했다.
국제 자금 유입은 ‘미국 외’에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브랜드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투자 총괄 이사 루이스 라우는 ‘올해 당사에서는 인터내셔널(미국 외), 스몰캡, 글로벌 전략으로의 자금 유입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국제주식으로의 유입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 주식에도 자금을 배분하고 있다’며, 그 방식은 주로 가치주 성향이거나 스몰캡 중심, 혹은 더 잘 분산된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일부로서라고 설명했다.
‘헤지 아메리카’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시각도 있다. 리스크 관리 자문사 채텀 파이낸셜의 매니징 파트너이자 회장 아몰 다르갈카르는 지난달 런던 인터뷰에서 ‘미국 행정부의 일부 정책이 달러에 간접적인 매도 압력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셀 아메리카’가 전면화됐다는 증거는 보지 못했다’며, ‘아마도 더 정확한 표현은 ‘헤지 아메리카’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환율이 좌우하는 해외 투자자의 체감 수익률은 미국 내 투자자와 달랐다.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둔 칼라모스 인베스트먼츠의 공동 CIO 닉 니지올렉은, 미국 외 자산군에 대한 ‘관심의 정점’은 4월 미국 증시 조정 직후였고 이후 미국 증시가 반등하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강한 수익률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해외 투자자의 경험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올해 S&P 500에 투자한 유럽 투자자는 연초 이후 약 14%의 달러 기준 수익을 얻었지만 같은 기간 유로화가 12% 절상되며 순수익은 약 2% 내외에 그쳤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금을 자국에 뒀다면 MSCI 유럽 지수의 14% 수익에 더해, 달러 대비 자국 통화 12% 절상의 혜택을 누렸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해외 투자자에게는 자산배분의 의사결정이 더욱 중대해졌고, 점차 추가 자금은 자국 시장에 머무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용어·지수 한눈에 보기
ABUSA: ‘Anywhere But the USA’의 약어로, 미국을 제외한 어디든 투자하겠다는 의미의 투자 슬로건을 가리킨다. 특정 자산군이 아닌 자산배분의 지리적 회피 편향을 상징한다.
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약어로, 정책을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패턴에 베팅하는 시장 내 통칭이다. ‘되돌림’ 또는 ‘정책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전술적 포지셔닝이 핵심이다.
트럼프 덤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특히 통상·관세)으로 촉발된 미국 자산 회피 현상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시기의 변화에 따라 매도 대상·강도·헤지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헤지 아메리카: 미국 자산을 전면 회피하기보다, 환헤지·베타 축소·섹터 다변화 등으로 미국 익스포저의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접근을 뜻한다.
매그니피센트 7: 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미국 초대형 기술주 7개를 묶어 부르는 말로, S&P 500에서 약 1/3의 시가총액을 차지할 정도로 지수 집중도가 높다.
MSCI World ex USA: 미국을 제외한 22개 선진국의 대형·중형주로 구성된 대표적 글로벌 벤치마크다. 연초 이후 24% 상승 수치가 기사에서 인용됐다.
STOXX Europe 600: 유럽 상장사 전반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유럽 주가지수로,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이 17%로 상대적으로 분산돼 있다는 점이 미국과 대비된다.
해설: ‘올인 회피’의 투자 실무적 함의
이번 보도는 미국 자산 집중도 리스크,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환율 효과가 자산배분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지수 내 소수 초대형주의 비중이 커질수록 포트폴리오의 체계적 리스크는 특정 섹터·테마(예: AI, 빅테크)의 경기 민감도에 더 크게 연동된다. 둘째, 정책 변동성은 밸류에이션의 디스카운트를 상수화할 수 있어, 투자자는 지역·섹터·스타일(가치/성장)·시가총액(대형/중소형) 간의 균형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내구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해외 투자자의 성과는 기초자산 수익률과 통화 수익률의 합으로 귀결되므로, 환노출을 유지할지, 부분·전면 환헤지를 적용할지는 전략의 성패를 좌우하는 실무 의사결정이다. 기사에서 제시된 ‘헤지 아메리카’는 바로 이러한 현실적 접근을 함축한다. 즉, 미국 비중을 기계적으로 축소하기보다, 통화·섹터·因子(팩터) 노출을 재조정함으로써 리스크 대비 수익의 효율을 추구하는 방법론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자산 ‘올인’ 회피는 단순한 모멘텀 플레이가 아니라, 정책·밸류에이션·집중도·환율이라는 네 변수를 함께 고려한 구조적 자산배분의 문제로 떠올랐다. 기사 속 인용처럼 일부 자금은 미국 밖으로 이동하거나, 최소한 헤지 비용을 지불하며 미국 노출의 변동성을 관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투자 실무에서는 미국 제외형 글로벌 펀드의 활용, 가치·스몰캡으로의 스타일 다변화, 환헤지 전략의 선택과 비중 조절이 핵심 전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동일한 지수 수익이라도 투자자의 거주 통화에 따라 체감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해, 성과평가·리스크관리·벤치마크 설계를 통합적으로 점검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