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 입법이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전망이나,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금리 유지 기조가 그 효과를 일부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전 연준 연구 부문 부국장보를 지낸 존 로버츠(John Roberts) 에버코어 ISI 특별고문은 새 분석에서 이같이 결론지었다다.
2025년 11월 20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One Big Beautiful Bill」(약칭 One BBB)로 불리는 트럼프 재정 법안은 내년 초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환급금이 가계에 유입되며 성장세를 밀어올리되, 연준의 금리 수준이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다소 높게 유지되면서 순효과가 줄어드는 구조라고 분석됐다. 반면, 연방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로버츠는 해당 법안의 조항 가운데 초과근로수당(overtime)과 팁(tipped) 소득 일부의 소득세 면제를 비롯해 여러 세제 감면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내부 개발해 공개 중인 FRB/US 거시모형을 적용해,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법안 효과로 약 0.4%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 효과는 상당히 빠르게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기준으로도 성장률은 정책 부재 대비 약 0.32%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칠 전망이라고 로버츠는 밝혔다. 한편 재정적자는 법안에 담긴 감세와 국방 및 국경보호 지출 확대의 영향으로 내년에 약 0.8%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단기 성장 부양의 대가로 재정수지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성장 효과가 빠르게 둔화되는 배경으로는, 첫째 가계의 소비 행태가 지목됐다. 추가 소득을 소비할 의사가 있는 가구는 대체로 환급 직후 지출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소비 파급효과가 일시적으로 나타나기 쉽다는 것이다. 둘째, 재정 자극으로 성장이 다소 빨라지고 인플레이션이 소폭 높아지며 실업률이 소폭 낮아지는 경로가 전개될 경우,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계획보다 덜 인하해 경기 과열을 경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츠는 「모형상, 2026년 말 기준금리는 One BBB 부양책이 없었을 경우보다 약 0.25%포인트 높아야 할 것으로 제시된다. 예컨대, 원래라면 두 차례 인하가 타당한 환경에서 한 차례 인하로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라며, 「경기가 더 강해지면 금리 수준도 더 높아지고, 그 더 높은 금리가 GDP 증가폭을 약 절반가량 누그러뜨린다」고 적었다.
연준 통화정책과의 상호작용은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확장적 재정은 단기에 성장과 고용을 밀어올릴 수 있으나, 총수요가 강화되면 물가 압력이 누적되고, 연준은 물가안정을 위해 중립 대비 높은 정책금리를 유지하거나 인하 속도를 늦출 유인이 커진다. 이로 인해 민간 투자·이자 민감 소비가 제약받아, 재정 부양의 순성장을 상쇄하는 경향이 발생한다.
로버츠의 결과는 12월 9~10일 예정된 연준 회의에서 다뤄질 논점의 일단을 보여준다. 새 세제와 지출 정책 변화가 내년도 경제전망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가 쟁점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추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놓고 이미 이견을 보이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낮은 금리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용어 해설 및 맥락
FRB/US 모형은 연준이 정책 시뮬레이션에 활용하는 대규모 거시경제 모형으로, 소비·투자·물가·실업 간 상호작용을 일관되게 반영한다. 기사에 언급된 0.4%포인트와 0.32%포인트는 전망치 대비 증가분을 뜻하며, 수치 자체가 아니라 ‘추가 효과’에 초점을 둔다. 또한 「One Big Beautiful Bill」(One BBB)은 해당 재정 패키지의 별칭으로, 단일 대형 법안을 의미한다. 기사에서의 환급금(Refunds)은 세제 변경으로 인해 가계가 내년 초 일시적으로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을 가리킨다.
전문적 시사점
분석 결과는 단기 현금성 세제 혜택이 초기 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리되, 가계의 한계소비성향과 금리의 억제 효과 때문에 지속력이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국방·국경 지출 확대는 재정승수가 특정 부문에 집중될 가능성을 내포하지만, 동시에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장기 재정건전성 우려를 키워 채권금리에 상방 압력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민간부문 차입 비용이 상승해, 민간 투자 위축과 주택시장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정책 조합의 한계가 재확인된다.
또한 정책 타이밍이 중요하다. 환급금과 같은 일회성 소득 충격은 지출 전진을 유발해 상반기에 성장률을 밀어올리지만, 이후 기저효과 소멸과 금리 상쇄가 겹치며 하반기에는 성장 기여가 약화될 수 있다. 모형상 2026년 말 기준금리가 약 0.25%포인트 더 높게 제시되는 점은, 연준이 물가안정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완화 속도를 미세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 환경과 불확실성
로버츠의 시뮬레이션은 모형 가정에 의존하므로, 실제 결과는 가계의 소비 성향, 금융여건, 물가 경로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확장적 재정이 단기 성장에 플러스 효과를 내더라도, 연준의 반응 함수—즉, 물가와 고용에 대한 정책 대응—가 성장 순효과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재정·통화정책의 상호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결론
요약하면, One Big Beautiful Bill은 내년 상반기 약 0.4%포인트의 성장 견인을 제공하되, 연간으로는 약 0.32%포인트의 순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재정적자는 약 0.8%포인트 확대될 전망이다. 연준은 보다 강한 성장과 약간 높은 물가, 약간 낮은 실업률에 대응해 정책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그 결과 성장 상방은 절반가량 상쇄될 수 있다. 이는 12월 9~10일 연준 회의에서 내년도 금리 경로와 경제전망을 가늠하는 데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