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이자(Pfizer)의 주요 의약품 가격을 미국 내에서 인하할 방침이라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29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화이자의 약가 인하 계획과 함께 미국 소비자가 직접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TrumpRx’를 공개할 예정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화이자가 해당 플랫폼을 통해 일부 의약품을 직접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700억 달러 R&D·국내 생산 투자
같은 관계자는 뉴욕에 본사를 둔 화이자가 약 700억 달러(약 94조 원)*1 규모의 연구·개발(R&D) 및 미국 내 제조 시설 확충 계획도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겨냥한 조치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17개 주요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해외에서 책정되는 가격 수준에 맞춰 미국 내 약가를 인하하라(most favored nation pricing)고 요구하며, 9월 29일까지 구속력 있는 답변을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가장 우대받는 국가 가격제(Most Favored Nation Pricing)’는 미국 환자에게도 다른 선진국과 동일하거나 더 낮은 가격을 적용하도록 강제하는 정책 개념이다. 백악관은 이 제도를 통해 환자의 부담을 경감하고 약가를 국제 평균 수준으로 인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왔다.
17개 제약사 중 첫 합의 사례
서한을 받은 17개 제약사 가운데 화이자가 첫 번째로 구체적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 회사 대변인은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나, 백악관 내부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행정부는 제약사들과 일대일로 협상 중이며, 상무부는 추가 압박 수단으로 관세 부과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케네디 장관은 재계 출신인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이 해당 협상에서 ‘관세 카드’를 leverage(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 행정명령의 연장선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대규모 행정명령에 서명해 “제약사가 해외와 같은 가격으로 미국에 약을 공급하지 않을 경우, 규제 변경이나 해외 저가 의약품 수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환자들은 선진국 중 가장 비싼 처방약 가격을 지불하고 있으며, 국제 비교 시 평균 3배 가까운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행정명령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미국 제약업계는 ‘급격한 가격 인하가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백악관은 “연구·개발 투자를 동시에 확대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 해설: ‘Direct-to-Consumer’와 ‘Most Favored Nation’이란?
‘Direct-to-Consumer’(DTC) 판매는 의약품 제조사가 도매상이나 약국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유통 과정을 단축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의료행위와 처방 프로세스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규제 복잡성이 크다.
한편 ‘Most Favored Nation’(MFN) 가격제는 일반적으로 국제 통상에서 특정 국가에 부여하는 최혜국 대우에서 차용된 개념이다. 제약 정책에서 MFN은 “가장 낮은 해외 판매가와 동일한 가격 또는 그 이하로 국내 공급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확장·적용된다.
향후 전망과 과제
시장 관측통들은 화이자의 합의가 다른 제약사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악관 요구안에 따라 순차적으로 추가 기업들이 약가 인하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 내 제약사들의 R&D 투자가 장기적으로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혁신 저해·수익성 악화·의약품 접근성의 삼중 난제를 이유로 반발이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급격한 가격 규제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자본 회수 기회를 훼손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화이자 사례가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압박’과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확대’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 700억 달러=약 94조 원(1달러=1,340원 환산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