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7월 24일(목)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를 전격 방문한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시간은 동부시간 16시(20:00 GMT)로, 이는 백악관이 공개한 공식 일정표에 명시됐다.
이번 방문은 두 가지 이유로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첫째, 연준 건물 리노베이션에 투입되는 약 25억 달러 규모 예산이 7억 달러 초과 지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백악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현장 점검에 나선 흐름과 맞물려 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간에 지속돼 온 금리 정책 충돌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 리노베이션 논란의 쟁점
연준은 본부 건물(에클스 빌딩)을 포함한 주요 시설 전면 보수 공사에 25억 달러를 배정했다. 그러나 최근 감사 보고서를 통해 7억 달러 규모의 예산 초과가 드러나면서, 예산 관리 부실·계약 절차 적정성·내부 통제 미비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부정이나 사기가 확인되면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
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리노베이션(renovation)은 노후 건축물의 구조·설비·에너지 효율 등을 전면 개선하는 대규모 공사로, 미국 국채 발행 비용 증가 및 연준 운영비 부담 확대로도 연결될 수 있어 의회와 시장 모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 파월 의장과의 장기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총 1%포인트의 금리 인하 이후 2025년 들어 금리가 동결 상태를 유지하자, 파월 의장이 “충분히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파월 의장은 “관세(트럼프발 무역 관세)가 인플레이션 경로를 불확실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연준은 다음 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행 금리(기준금리: 4.50~4.75%)를 유지할 것으로 광범위하게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경기 부양 미흡”이라며 비판하고 있으나, 일부 시장 전문가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성급한 인하가 되레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 정치·경제적 파장
이번 방문은 단순한 예산 점검을 넘어,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헌법과 연준법은 중앙은행의 결정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최대한 독립적으로 이뤄지도록 규정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의회·행정부·시장 모두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언급하거나 구체적 금리 경로를 압박할 경우, 달러화 가치와 미국 국채 수익률이 즉각 반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2024년 하반기에도 백악관 발(發) 금리 압박 발언 이후 10년물 금리가 하루 만에 10bp 급등한 전례가 있다.
반면, 일부 월가 채권 딜러들은 “예산 초과 이슈가 명백할 경우, 연준 내부 통제 개혁이 속도를 낼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기관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 시장 전망과 대응 전략
금융시장은 다음 주 FOMC 이전까지 ‘소극적 대기 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외환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달러 인덱스 103선 부근에서 헤지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은행·브로커리지 섹터가 변동성 확대의 직접 수혜 혹은 피해를 받을 수 있어 옵션 거래량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연준의 의사 결정 절차는 통상적으론 ‘데이터 종속적’이라는 원칙에 따라 움직이지만, 이번처럼 정치적 이벤트가 결합되면 커뮤니케이션 위험(communication risk)이 발생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책 메시지의 부정확한 해석이 글로벌 자본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따라서 자산운용업계는 ① 금리 스왑을 활용한 변동성 헤지, ② 달러화 강세 구간에서 해외채권 비중 축소, ③ 리츠·인프라펀드 등 인플레이션 방어형 자산 편입 등을 권고하고 있다.
■ 용어 설명
연준(Fed)은 미국의 중앙은행 제도로, 통화정책(금리·양적완화)과 금융시스템 안정 책임을 담당한다. FOMC는 연준 산하 금리 결정 기구다.
리노베이션은 기존 건물을 증·개축하거나 내·외부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공사로, 대규모 예산이 수반된다. 연준의 경우 국채 이자수입·수수료 등으로 조달한 자체 수익 외에, 의회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점이 ‘투명성 논란’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이번 방문을 기점으로 미 행정부와 중앙은행의 미묘한 힘겨루기가 다시 전면화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유동성 흐름 및 리스크 프리미엄에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