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카콜라(NYSE:KO)와의 논의 끝에 미국 내 판매용 코카콜라 제품에 사탕수수 설탕(Real Cane Sugar)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계정에 “미국에서도 진짜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한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도록 협의했으며, 코카콜라 경영진에 감사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애틀랜타 본사의 코카콜라 대변인은 “조만간 구체적인 신제품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며, 대통령의 관심과 열정을 감사히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다만 지금까지 미국 시장용 코카콜라는 주로 고과당 옥수수 시럽(High-Fructose Corn Syrup·HFCS)을 감미료로 사용해 왔고, 사탕수수 설탕은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서만 쓰여 왔다.
HFCS와 사탕수수 설탕, 무엇이 다른가
HFCS는 옥수수를 효소 처리해 만든 액상 감미료로, 설탕 대비 단맛이 강하고 비용이 저렴해 1970년대 이후 미국 식음료 산업 전반에 널리 쓰여 왔다. 그러나 소아 비만·제2형 당뇨병 등 만성 질환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 이니셔티브에서도 핵심 규제 대상으로 꼽혀 왔다.
반면 사탕수수 설탕은 사카라로스(sucrose) 형태로 결정화된 전통적 설탕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총첨가당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사탕수수 설탕과 HFCS 간 영양학적 차이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소비자 사이에서는 ‘천연 원료’ ‘비(非) GMO 식재료’라는 인식이 강해, 시장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MAHA 정책과 식품 업계 압박
MAHA 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집한 정부 내·외부 전문가 패널로,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농무부 장관 브룩 롤린스 등 주요 각료가 참여하고 있다. 5월 발표된 위원회 보고서는 “HFCS 대량 섭취가 아동 비만 및 대사 질환에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식품 제조사에 제조 공정 전환을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MAHA 정책은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미국 식품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계획”이라며, 인공색소·합성감미료·HFCS 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업계와 협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행정부는 이미 일부 주(州)의 SNAP(저소득층 식품 보조 프로그램)에서 청량음료를 제외하도록 승인해 코카콜라·펩시(PepsiCo) 등 음료업체에 상당한 압력을 가했다.
농업 로비 갈등: 옥수수 vs. 사탕수수
HFCS 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미국 옥수수정제협회(Corn Refiners Association)의 존 보드(John Bode) 회장은 “사탕수수 설탕으로의 전환은 제조업 일자리 수천 개를 잃게 하고, 농가 소득을 감소시키며, 외국산 설탕 수입을 늘려 영양적 이익도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중서부의 옥수수 벨트는 전통적으로 양당(兩黨) 정치인들에게 막강한 로비력을 행사해 왔으며, HFCS를 둘러싼 규제는 해당 지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인 플로리다는 미국 최대의 사탕수수 산지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지역 농가 보호와 맞물린 정치적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코카콜라가 사탕수수 설탕을 대량 구매할 경우 플로리다 농가와 국제 사탕수수 수출국의 시장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투자자 관점에서의 파급 효과
① 비용 구조 변화: 사탕수수 설탕은 HFCS 대비 평균 단가가 20~40% 높다. 코카콜라가 기존 원가를 유지하려면 용량 축소(슈링크플레이션)나 가격 인상 카드가 불가피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결정이 마진 압박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②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반대로 ‘천연 원료 전환’을 통해 건강·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보하면 매출 확대와 중장기적인 고객 충성도 상승이 기대된다. 실제로 멕시코산 ‘코카콜라 클래시코’(사탕수수 설탕 버전)는 미국 내 직구·병행수입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③ 경쟁사 대응: 펩시(PepsiCo)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정부·소비자 압력이 커질 경우 유사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탄산음료 산업 전반에 ‘HFCS 탈피’라는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SNAP, MAHA, 그리고 식품 규제 환경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은 저소득층에 식료품을 지원하는 연방 프로그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주정부 요청을 승인해 탄산음료·가당 음료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조치는 청량음료 업체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MAHA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한 케네디 장관은 올여름 발표될 새 영양지침에서 “전 국민이 가공식품보다 ‘홀푸드(Whole Food)’를 섭취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식품첨가물·당류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전문가 진단 및 향후 전망
식품경제학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생산라인 전환과 원가 상승이 부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클린 라벨’ 트렌드를 선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건강 지향적 포트폴리오 확대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HFCS를 기반으로 하는 옥수수 산업이 입게 될 경제적 타격, 사탕수수 설탕 수요 급증에 따른 무역·가격 변동성, 그리고 ‘설탕을 줄이는 방향’이 아닌 ‘설탕 종류를 바꾸는 방향’이 과연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백악관은 관련 질의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으며, 코카콜라는 “추가 발표 전까지 구체적 정책·가격·제품 구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만 밝혀 향후 공식 발표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편집자 주: 본 기사는 원문에 충실히 기초하되 국내 독자를 위해 HFCS, SNAP 등 용어 설명과 시장 영향 분석을 추가했다. 모든 수치·날짜·인명·기관명은 원문을 그대로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