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철강·반도체 수입에 단계적 고율 관세 예고

에어포스원 동승 취재단=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래스카행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몇 주 안에 철강과 반도체 칩에 대한 수입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차 알래스카를 향하는 기내에서 “다음 주와 그다음 주에 철강과 반도체 칩에 관세를 설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도입 초기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해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확충할 시간을 주고, 이후 대폭 인상된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구체적 방식을 설명했으며, 구체적인 관세율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철강·알루미늄에 일괄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5월 들어 이를 50%로 ‘더블업’해 국내 제조업체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특정 기간이 지나면 관세가 매우 높아질 것“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겼다. 다만 이번 발언이 기존 금속 관세를 또다시 상향한다는 의미인지 여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초기 관세가 낮으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정 기간 후 관세가 높아지면 본격적으로 국내 생산을 확대할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내내 ‘관세 부과를 통한 제조업 부흥’이라는 기조를 밀어붙여 왔다. 전(全) 국가와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관세를 인상하며, 특히 자동차·제약·기초소재 등 특정 산업에 맞춤형 고율 관세를 적용해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었다. 이번 철강·반도체 추가 관세 방침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100% 관세 방침…“국내 투자 기업은 면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미국 내 생산 설비를 확충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기업은 예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애플(Apple Inc.)은 같은 날 미국 본토에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 투자 결정이 업계 전반에 ‘면세 혜택’ 유인을 제공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

전략적 ‘2단계 관세 구조’의 의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낮은 초기 관세 → 고율 전환’ 방식은 지난해 제약 산업 관세 정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가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 결정을 미룰수록 손해”라는 신호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초기엔 10~15% 수준의 ‘꿀맛세율’을 제시해 자국 내 공장 건설을 유도하고, 일정 기한(통상 18~24개월) 이후 50~100%로 급격히 올려 수입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낮추는 전략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현재 전 세계 철강과 반도체 산업은 복잡한 글로벌 밸류체인에 얽혀 있다. 특히 반도체는 설계·웨이퍼·조립·패키징·검사 등 세부 공정이 국가별로 세분화돼 있어, 특정 구간에 관세벽이 세워질 경우 연쇄 지연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부품 단가 상승 ▲납기 지연 ▲완성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관세보다 미국 내 생산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며, 자국 내 제조 회귀(리쇼어링)를 자신했다.

관세란 무엇인가?

관세는 국가가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주로 보호무역·재정 수입·교역 협상 카드라는 세 가지 목적을 가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보호무역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상대국도 맞대응 관세를 부과해 보복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공급 충격뿐 아니라 환율·물가·투자심리의 복합 변동성이 우려된다.

시장의 반응 및 전망

뉴욕 증시는 이번 방침이 알려지자 반도체·철강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국내 생산 시설 증설에 따른 장기 성장 모멘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반면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IT·자동차 업체는 비용 상승 압력으로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관세율·시행 시점·면제 조건” 등 구체안이 발표되는 향후 ‘몇 주’가 주가 변동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법적·국제 통상적 쟁점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은 회원국이 국가 안보, 공공질서 등의 사유로 예외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지나친 차별성은 분쟁 판정 대상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국가 안보’ 조항에 근거해 정당화해 왔다. 이번 반도체 고율 관세도 같은 논리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주요 무역 파트너국이 제소에 나설 경우, WTO 절차는 수년이 소요될 수 있어 그 사이 제재가 유지된다는 점 또한 감안해야 한다.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철강 수입액은 286억 달러, 반도체 수입액은 1,260억 달러 규모였다. 여기에 최고 100%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입업자 부담이 연간 최대 1,546억 달러 증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자국 내 공급이 충분히 대체되지 않는 한, 최종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제조 시설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해 무역적자가 줄어들 수 있다.

전문가 의견

국제무역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불가피하겠지만, 미국 정부의 보조금·세제 혜택이 동시에 투입된다면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일부 분석가는 “심화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를 ‘전략자산’으로 규정해 자국에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백악관이 언제, 어떤 세율을 최종 고시할지 구체적 일정이 핵심이다. 둘째, 관세 면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기업들이 발표할 국내 투자 계획의 규모·지역·고용 효과가 주목된다. 셋째, 주요 교역국이 취할 보복 관세·WTO 제소 여부도 글로벌 공급망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용어 설명: 반도체 칩(semiconductor chip)은 데이터를 저장·처리·전송하는 전자회로 집합체로, 스마트폰·자동차·가전 등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이다. 철강(steel)은 건설·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 필수적인 기초 소재를 의미한다.


기자의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차등형 관세’ 전략은 ‘채찍보다 당근’ 방식과 닮아 있다. 초기엔 낮은 관세로 투자 유인을 주고, 일정 기간 후 고율 관세라는 ‘채찍’을 꺼내 기업들의 결정을 기정사실화한다. 이는 불확실성이 높은 정책 환경에서 의사결정 지연 비용을 키워 ‘빨리 움직일수록 유리하다’는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협상 수단으로서는 꽤 효과적이다. 다만 공급망 자체를 미국으로 흡수하려는 정책이 성공하려면 단순 관세뿐 아니라 숙련 인력, 인프라, 에너지 비용까지 어우르는 종합적 산업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관세만으로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복잡성을 완전히 재편하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