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연준 이사 후보군 3명으로 압축…“이미 면접 절차 착수”

【워싱턴 D.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의 공석 한 자리를 채우기 위해 후보자 면접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름이 같은 두 ‘케빈’—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을 유력 후보로 꼽으며, 최종 후보군이 세 명 정도로 좁혀졌다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Oval Office)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미 인터뷰 과정을 시작했다”며 “아마도 세 명으로 압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두 케빈 모두 훌륭하다. 그들은 매우 똑똑하고, 매우 유능하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케빈 해싯은 현직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으로, 행정부의 거시경제 정책 및 성장 전략을 총괄해 왔다. 또 다른 후보인 케빈 워시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를 지낸 바 있으며, 금융 위기 직후의 통화·금융 안정 전략 수립에 참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연준 이사회 공석의 의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사회 7명, 12개 지역연방은행 총재, 그리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통화정책의 방향성은행 규제·감독 전반을 결정하는 핵심 기관으로, 한 명의 이사 공백도 시장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특히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상원 인준을 거쳐 취임하기까지는 수개월 이상이 소요돼, 후보 선정 초기 단계부터 월가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연준 이사는 법적으로 14년의 장기 임기를 부여받으며, 임기 중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이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통화정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명권은 경제적·정치적 의제를 연준 의사결정 과정으로 간접 투영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두 케빈”이 의미하는 정책 스펙트럼

케빈 해싯은 학계와 정책 현장에서 공급 측면 성장전략법인세 인하 같은 친기업적 정책을 주도해 왔다. 반면 케빈 워시는 2008년 금융위기 시기 “조기 긴축” 논쟁을 촉발한 보수적 매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둘 사이의 통화·금융 규제 접근법 차이는 연준의 향후 정책 스탠스에 상당한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

면접 대상이 3명으로 좁혀졌다는 사실은 인사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세 번째 후보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시장에서는 “매파와 비둘기파 중 어느 쪽이든 과반 확보가 핵심”※매파(hawk): 금리 인상 선호 / 비둘기파(dove): 금리 인하 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 인사 절차 개요

대통령 지명 → ② 상원 은행위원회 인사청문회 → ③ 상원 본회의 표결 순으로 진행된다. 상원 과반 통과 시 임명이 확정되며, 임명장은 통상 대통령이 직접 수여한다. 최근 상원은 당파적 대립 속에서도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이유로 연준 인사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인준 절차가 지연될 경우, 새 대통령 취임 이후 지명안이 자동 폐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시장 변동성 확대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용어 설명

  • 연준(Fed): 미국의 중앙은행 체제. 통화정책·은행감독·금융안정 업무 담당.
  • 이사회(Board of Governors):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7인 구성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 FOMC: 이사회 7인과 지역연방은행 총재 5인(상임 뉴욕 총재 포함)의 12인으로 구성, 기준금리를 결정.
  • 매파·비둘기파: 금리 인상(긴축) 선호 성향과 금리 인하(완화) 선호 성향을 각각 지칭.

이번 지명이 마무리되면 연준 이사회는 다시 7인의 정원을 채우게 된다. 이는 향후 FOMC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통령 인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를 최종 낙점하느냐에 따라 달러화, 채권금리, 글로벌 자금흐름 등이 요동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조속한 시일 내에 공식 지명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현재로서는 지명 시점조차 미정이다.


전망과 관전 포인트

전문가들은 “케빈 워시가 지명될 경우 매파 스탠스 강화, 해싯이 지명될 경우 성장·고용 우선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상반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찍부터 “낮은 금리가 좋다”는 소신을 밝혀 온 만큼, 최종 선택은 자신의 경제·정치적 계산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누가 되든 상원 인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고용지표도 개선세를 보여, 연준 내부의 통화정책 기조도 급격히 변화할 요인은 적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는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정치적 시그널이자, 행정부와 중앙은행 간 힘겨루기의 또 다른 장(場)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정책 입안자는 물론 전 세계 중앙은행도 그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