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엡스타인 대배심 증언록 공개 요청… 법무장관 “내일 법원에 신청”

사진 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7월 9일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식당에서 열린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다자 오찬 중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Win McNamee·Getty Images News 제공)

2025년 7월 1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제프리 엡스타인 형사 사건과 관련한 대배심Grand Jury 증언록의 공개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민주당이 조장한 이 사기극(SCAM)을 지금 당장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팸 본디 법무장관(Attorney General)에게 모든 관련 증언록을 법원 승인을 받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과도하게 쏟아지는 관심을 고려해, 법무장관 팸 본디에게 법원의 허가를 전제로 모든 대배심 증언을 공개하도록 요청했다.” — 도널드 트럼프, Truth Social 게시글 中

이에 대해 본디 장관은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대통령님, 우리는 내일 즉시 법원에 증언록 비공개 해제를 신청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앞서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3년 엡스타인 50세 생일을 맞아 전달된 편지 모음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외설적(bawdy)’ 편지가 발견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편지는 수년 전 미 법무부가 엡스타인과 공범 기슬레인 맥스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열람한 문건 중 하나로 전해졌다.

엡스타인 사건 관련 이미지

트럼프 대통령과 본디 장관은 그동안 추가 자료 공개 요구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MAGA 진영에서 엡스타인 사망 경위를 둘러싼 각종 음모론이 확산하자 공개 압박이 한층 거세졌다.

엡스타인은 2019년 8월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연방 아동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뒤 한 달 만에 자살한 것으로 공식 발표됐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고객 명단(client list)’이 존재하며, 이것이 권력층을 협박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추가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을 비롯해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본디 장관에게 자료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한편 화이트하우스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도입을 권고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트럼프 지지층 일각에서 제기된 ‘특별검사 임명’ 요구와 배치되는 입장이다.


대배심 증언록 공개, 무엇이 문제인가?

대배심(Grand Jury)은 미국 형사사법 체계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비공개 절차다. 증언과 증거는 원칙적으로 영구 기밀로 보호되며, 공개하려면 법원의 명령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사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입법부 간의 권력분립 원칙을 시험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만약 증언록이 공개될 경우, 엡스타인 사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의 실명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재선 전략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용어·배경 설명

대배심(Grand Jury): 일반 배심(trial jury)과 달리 기소 여부만 판단하는 16~23명 규모의 배심원단. 증언과 증거가 비공개로 진행돼 ‘잠재적 피의자’의 명예를 보호하는 대신, 기소 결정은 절대적 효력을 가진다.

Truth Social: 2022년 출범한 트럼프 전용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터 영구 정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메시지 창구로 활용된다.

X: 2023년 트위터가 사명을 변경하면서 도입한 새로운 브랜드명이다. 미국 내 정치인·언론인들이 공식 발표에 빈번히 사용하는 SNS 플랫폼이다.


전문가 관점

이번 사안은 단순한 문건 공개를 넘어, 대통령 권한 남용 여부사법부 독립성이라는 미국 민주주의 핵심 가치가 충돌하는 전형적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사법 절차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연방 법원은 역사적으로 대배심 증언 공개에 극히 신중했으며, 1970년대 워터게이트 스캔들 당시에도 특검의 강력한 요청과 법원의 엄격한 조건 하에 제한적으로 공개된 바 있다.

현재로선 법원이 공공 이익사생활 보호를 어떻게 저울질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만약 일부라도 증언록이 공개된다면, 엡스타인 사건뿐 아니라 정·재계 전반의 성범죄 대응 시스템엘리트 카르텔 의혹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사건의 귀추는 조만간 법무부가 법원에 제출할 비공개 해제(Motion to Unseal) 결과에 달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를 강행할 경우, 향후 행정명령법원의 판단 사이에서 예측 불가한 법적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CNBC는 “이 기사가 속보이므로 추가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다”며 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