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YSE:NVO) 주가가 2021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려났으며, 이는 같은 주에만 30%가 넘는 낙폭을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주간 하락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미국 내 주요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약가 인하를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 이 조치가 알려지자 다이어트·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의 제조사로 유명한 노보 노디스크가 직격탄을 맞았고, 1일(현지시간) 장중 주가는 약 4% 급락해 2021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주 초 노보 노디스크는 2025년 매출 성장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데 이어, 30년 이상 사내에서 근무한 마지아르 ‘마이크’ 다우스트다르를 신임 CEO로 선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성장 전망치 하향 조정과 경영진 교체라는 악재에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압박이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흐름 및 시장 반응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1일 하루 동안 4%가량 하락했으며, 이번 주 누적 하락률은 30% 이상에 달한다. 이는 상장 이후 회사가 경험한 최악의 주간 낙폭으로 기록됐다. 특히 연초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로는 40% 이상 빠진 수치다. 시가총액이 한 주 만에 수천억 달러 규모로 증발했다는 점에서,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대형 기술주 못지않은 변동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출범을 앞두고 자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번 서한은 그 신호탄이라는 의미가 있다.”
라는 익명의 미국 제약업계 관계자 발언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약가 인하 요구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위고비’와 노보 노디스크의 성장 전략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 ‘오젤픽(Ozempic)’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전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확보해 왔다. 특히 위고비는 체중 관리가 어려운 성인에게 투여되는 주사제 형태의 GLP-1(Glucagon-Like Peptide-1) 계열 약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폭발적인 수요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회의 ‘약가 인하’ 논의가 본격화되자 GLP-1 계열 약물 전반의 가격 책정 모델이 대대적 수정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미국 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24년 약 8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5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자료: IQVIA 보고서 2024년판) 노보 노디스크 매출의 상당 부분이 GLP-1 계열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트럼프 발 서한은 회사의 중장기 실적 가이던스에 직접적 타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EO 교체의 함의
신임 CEO로 선임된 마지아르 ‘마이크’ 다우스트다르는 1990년대부터 노보 노디스크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내부 승진’ 케이스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세일즈·마케팅 전략에 강점을 보유한 인물”이라며, 급변하는 가격 규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 카드’로 해석한다. 다만 CEO 취임 일성으로 ‘효율 경영’과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을 강조한 그 역시 약가 인하 압력이라는 정치 리스크를 당장 해결할 뾰족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주 실적 전망 하향 조정에서 “2025년 매출 성장률이 한 자릿수 후반에서 두 자릿수 초반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기존 ‘두 자릿수 중후반’ 전망치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다우스트다르 CEO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생산량 증대를 통해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라고 강조했으나, 투자자들은 약가 자체가 하향 조정될 경우 원가 절감만으로 성장률을 지키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책 변수와 향후 전망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과도한 약값이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를 시급히 시정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행정·입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제재 방식으로는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방 건강보험) 가격 협상 확대, 특허 독점 기간 단축 등이 거론된다. 이러한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노보 노디스크뿐 아니라 대다수 글로벌 빅파마의 실적 전망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노보 노디스크의 기술력과 제품 라인업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미국 단일 시장 의존도가 50%에 달한다는 점이 리스크”라며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한다. 반면 일부 장기 투자자들은 “약가 인하 이슈가 일정 부분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향후 R&D 성과에 따라 재평가(리레이팅)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노보 노디스크 주가의 단기 향방은 트럼프 행정부와 제약업계 간 협상 구도, 신임 CEO의 구조조정 실행력, 그리고 GLP-1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라는 세 축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