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워싱턴 D.C.의 주요 관광 명소 상당수가 문을 닫은 가운데, 예상치 못한 새 ‘관광 코스’가 뜨거운 논란 속에 주목받고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동관(East Wing)을 전격 철거하고, 그 자리에 9만 제곱피트(약 8,360㎡) 규모의 금빛 대연회장(볼룸)을 건설하려는 계획
2025년 10월 2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동관은 현재 잔해 더미로 뒤덮인 공사 현장으로 변했고, 기존 백악관 투어는 ‘입구 자체’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관광객들은 철제 펜스 너머로 흙먼지와 소음만을 확인할 뿐, 동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백악관 동관은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 확장되었으며, 전통적으로 대통령 배우자의 집무실과 직원실이 위치한 공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부동산 개발 경험을 강조하며 “아주 작은 건물을 치웠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문화재 보존 운동가와 민주당 의원들은 국가 사적(National Historic Landmark) 훼손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나라엔 굶주린 노숙자들이 넘쳐나는데, 저런 ‘허세’에 수억 달러를 쓰다니!” — 조너선 파인버그(79·필라델피아)
파인버그 씨와 아내 매리앤은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로즈가든 잔디를 포장하고 노란 파라솔을 설치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고급 호텔 야외 바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부 관광객은 스마트폰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동관 철거 현장을 촬영하려 애썼으나, 높이 솟은 가림막과 두 대의 대형 분진 추출기만이 뿌연 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민간 기부 3억 달러, ‘절차 무시’ 논란
볼룸 건설 비용은 구글 등 미국 기술 기업을 포함한 민간 기부금 약 3억 달러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 부분 사비’로 충당된다. 그러나 의회 승인이나 행정 절차 없이 철거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백악관 측은 “대통령은 공사 허가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곧 국가수도계획위원회(NCPC)에 설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위원회 의장을 겸임 중인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스태프 세크러터리다.
역대 대통령의 ‘대공사’와 비교
백악관은 ‘국민의 집’으로 불리지만, 역사적으로 대통령들이 대규모 개보수를 거치며 논란을 빚어 왔다. 1830년 앤드루 잭슨이 북포티코를 증축했을 때, 190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온실을 헐고 웨스트윙을 세웠을 때, 1950년대 해리 트루먼이 오늘날의 트루먼 발코니를 추가했을 때 역시 거센 비판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대 관광객들도 내 볼룸을 같은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라 말한다.
“처음엔 ‘구조를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더니, 지금은 완전히 철거해 버렸다.” — 케빈 웨이드(52·텍사스 IT업계 종사자)
웨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 바꾸기와 ‘견제와 균형’의 부재를 지적했다.
Addison Nguyen(32·제약회사 직원)은 결혼식을 앞두고 가족들과 백악관을 찾았다가 공사 현장을 보고 “트럼프의 허영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그가 강조한 대목은 “지금 우려할 문제 중 볼룸은 어쩌면 가장 작은 걱정거리”라는 사실이었다.
‘East Wing’이란 무엇인가?
동관(East Wing)은 1930년대부터 대통령 배우자의 공식 사무실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이스트윙 오피스가 자리 잡은 공간이다. 일반 한국 독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서관(West Wing)과 달리 정책 결정이 아닌 ‘의전·문화’ 기능에 초점을 맞춘 별동으로 이해하면 된다.
연방정부 셧다운과 관광객 체류 영향
현재 셧다운으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국립문서보관소 등도 부분 폐쇄 중이다. 전문가들은 동관 철거 현장을 ‘보고도 믿기 힘든 새로운 볼거리’로 인식하는 관광객이 늘면서, 워싱턴 D.C. 도심 관광 동선이 예년과 달리 백악관 외곽에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문화재 보존 단체는 공사 현장 접근 제한으로 역사 건축물 안전성 검사마저 어렵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반면 보수 진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빅토리아 코츠 부사장은 SNS에서 “볼룸은 미적 파괴가 아니라 훌륭한 확장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관광객 중 일부는 유니콘 의상을 입고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이색 장면도 연출됐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분열이 미 연방정부 셧다운과 맞물려, 문화유산 보전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의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