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에너지 시장 동향]
국제 유가와 휘발유 선물 가격이 이번 주 상승세를 이어가며 5주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30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CL U25)은 전 거래일 대비 0.56달러(0.81%) 오른 배럴당 69.47달러*에 거래됐고, 9월물 RBOB 휘발유(RB U25)는 갤런당 0.0183달러(0.84%) 상승한 2.200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회복 신호가 에너지 수요 전망을 끌어올리며 유가 상승을 지지했다. 미국·유로존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거론한 점도 매수 심리를 강화했다. 반면, 달러화 강세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원유 재고 급증 소식은 상승 폭을 일부 제한했다.
■ 거시경제 지표: “경기 탄탄”
미 상무부는 2분기 GDP가 연율 3.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2.6%)를 크게 상회하며 3분기 연속 플러스를 이어 갔다. 같은 날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는 7월 민간부문 고용이 10만4,000명 증가했다고 밝혀, 예상치(7만6,000명)를 넘어 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유로통계청도 2분기 유로존 GDP가 전 분기 대비 0.1%,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7월 유로존 경제신뢰지수는 95.8로 5개월 최고치를 나타냈다.
■ 트럼프發 제재 카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10일 안에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 강도를 대폭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산 원유·가스를 대량 수입하는 인도를 콕 집어 “가장 큰 수혜국이자 책임국”이라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보고서에서 “삼중(三重) 관세가 현실화되면 OPEC 잔존 여유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급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 EU 추가 제재
유럽연합(EU)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신규 제재 패키지를 채택했다. 이번 조치에는 러시아 은행 20곳의 SWIFT 차단,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제품 유통 금지,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시설 블랙리스트 등 내용이 포함됐다. 또 ‘러시아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소속 유조선 105척을 추가 제재해 총 400척 이상이 규제 대상이 됐다.
■ OPEC+ 증산 기조 변화 조짐
“현재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쌓이고 있어 2025년 4분기에는 수요 대비 1.5%의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 — 국제에너지기구(IEA)
블룸버그통신은 7월 10일, OPEC+가 9월 54만8,000배럴(bpd)의 증산 후 10월부터는 ‘증산 중단(pause)’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공급 과잉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라는 관측이다. OPEC+는 오는 8월 3일 회의를 열어 9월 증산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 공급 과잉 우려도 상존
OPEC+는 이달 5일 회의에서 8월 54만8,000bpd 증산을 결정, 예상치(41만1,000bpd)를 웃도는 규모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과잉 생산국(이라크·카자흐스탄 등)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로써 2026년 9월까지 220만bpd 감산 분을 단계적으로 환원한다는 로드맵이 속도를 내고 있다.
■ 이라크·쿠르디스탄발 변수
이라크 정부는 작년 3월부터 중단된 이라크-터키 송유관을 통해 쿠르디스탄 자치정부(KRG)가 생산한 원유 수출 재개를 승인했다. KRG는 수출 재개 시 하루 23만bpd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라크는 OPEC 2위 생산국으로, 추가 물량은 시장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 부정적 요인: 해상 비축·재고 급증
선박 추적업체 보텍사(Vortexa)는 7월 25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부동 원유가 8,499만배럴로 전주 대비 23% 급증했다고 밝혔다. EIA 주간 보고서(7월 25일 기준)에서도 원유 재고가 770만배럴 증가해 시장 예상치(-260만배럴 감소)와 대조를 이뤘다. 반면 가솔린 재고는 270만배럴 감소해 기대치(-110만배럴 감소)를 상회했고, 쿠싱 허브 재고도 69만배럴 늘었다.
■ 미국 생산·리그 추세
같은 기간 미국 주간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3% 증가한 1,331만4,000bpd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2월 6일 주간 사상 최대(1,363만1,000bpd)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한편, 베이커휴스는 7월 22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유전 시추장비(리그)가 415기로 7대 감소해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 용어 바로 알기
RBOB 휘발유는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산소화합물을 혼합해 사용하는 휘발유 원료다. SWIFT는 전 세계 은행 간 결제 및 메시징 시스템으로, 퇴출 시 국제 금융거래가 크게 제한된다. Shadow fleet은 제재를 피해 선적 정보를 숨기거나 AIS(자동선박식별장치)를 끄고 운항하는 유조선들을 일컫는다.
■ 기자의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대선 정국과 맞물려 에너지 시장을 정치적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실제로 2022~2023년 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인도·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할인 구매가 유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새로운 관세·보험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변동성은 급격히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달러 인덱스가 2개월 만의 고점에 위치한 만큼 환율 효과도 함께 주시할 필요가 있다.
* 69.47달러는 시장 마감가가 아닌 장중 호가 예시이며, 최종 종가는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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