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10일 이내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을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 경고에 급등했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9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일 대비 3.75% 오른 배럴당 69.06달러에 마감하며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도 3.51% 상승해 5주래 최고가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10일 안에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단행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제재로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걱정하지 않는다”며 시장을 자극했고, 이를 계기로 원유·정제유 가격이 급등했다. 2차 제재란 러시아산 석유를 매입·운송·금융 지원하는 제3국 기업‧기관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조치를 뜻한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에 세 자릿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규모 수출 물량과 OPEC 여유 생산능력 한계를 감안하면 공급 쇼크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EU도 대(對)러시아 에너지 압박 수위 강화
유럽연합(EU)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대응해 20개 추가 러시아 은행을 국제결제망 SWIFT에서 배제하고, 제3국 정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거래 제한을 도입했다. 인도 최대 정유사 중 하나인 나야라 에너지(러시아 로스네프트 지분 보유)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러시아의 ‘그늘 선단(Shadow Fleet)’으로 불리는 105척의 선박이 이번 제재에 추가되면서, 총 400여 척이 제재 하에 놓였다.
OPEC+ “10월 증산 중단 논의”…9월엔 하루 54만8천 배럴 증산 예정
블룸버그통신은 7월 10일 “OPEC+가 9월 증산 이후 10월부터 증산을 멈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전 세계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늘고 있어 2025년 4분기에는 하루 150만 배럴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OPEC+는 7월 5일 회의에서 8월 1일부터 하루 54만8천 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 이라크 등 과잉 생산국 견제를 위해 추가 증산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유가 하락 압력을 예고했다.
공급 변수: 이라크·쿠르드 자치정부, 석유 수출 재개 승인
이라크 정부는 2023년 3월 이후 중단됐던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해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원유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KRG는 하루 23만 배럴 공급을 예상하는데,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두 번째 생산국인 이라크의 전체 공급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요소다.
유조선 재고 급증
조사업체 보텍사(Vortexa)는 정박한 지 7일 이상 된 유조선(저장 용도) 내 원유가 7월 25일 주간 기준 8,499만 배럴로 전주 대비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상 저장량 증가는 통상 공급 과잉을 시사해 유가에 부정적이다.
EIA 주간 재고 전망
시장 컨센서스는 7월 31일 발표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에서 원유 재고 –260만 배럴, 휘발유 재고 –110만 배럴 감소를 예측한다. 7월 18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6%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0.2% 높았으며, 디스틸레이트(난방유·경유) 재고는 18.5% 부족 상태였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27만3천 배럴로 사상 최고치(2024년 12월 첫째 주 1,363만1천 배럴) 대비 0.8% 감소했다.
시추 장비도 3.75년 만에 최저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7월 22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는 415기로,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212기 감소했다.
용어 설명
SWIFT는 전 세계 11,000여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 네트워크로, 배제가 현실화될 경우 해당 국가 은행들은 달러 결제·송금을 사실상 할 수 없게 된다. Shadow Fleet은 보험·국적 변경 등으로 실제 소유주를 감춘 선박을 뜻하며, 제재 회피를 위해 러시아가 활용해 왔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 강화로 유가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OPEC+ 증산, 미국 시추 활동 둔화, 해상 재고 증가 등 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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