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 2025년 7월 4일 워싱턴 D.C.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열린 Military Family Picnic 행사 참석 군 장병과 가족을 맞이하고 있다.
2025년 8월 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CNBC ‘스쿼크박스(Squawk Box)’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유럽연합(EU)과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무역·투자 합의를 ‘야구 선수 계약금(signing bonus)’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수조 달러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람들은 관세를 좋아하고, 무역 협정을 좋아하며, 외국이 더 이상 우리를 뜯어먹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 ‘5500억 달러는 일본이 준 계약금’?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일본으로부터 5,500억 달러를 받고 있는데, 이는 야구 선수가 팀에 입단할 때 받는 계약금과 같다”고 표현했다. 이어 “야구 선수가 지금은 100만 달러, 2백만 달러, 2천만 달러, 뭐든 받겠지만 우리는 5,500억 달러를 받았다”며 “그 돈은 우리 돈이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투자할 수 있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이 2028년까지 미국 에너지 7,5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고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고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관세율을 15%까지 낮췄고, 만약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3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가 나에게 6,000억 달러를 줬다. 이는 선물이지 대출이 아니다. 갚을 필요 없는 돈이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양대 협정의 주요 골자
▶ 미·EU 무역 합의(2025년 7월 말 발표)
• 상호 수입 관세를 평균 15%로 인하
• EU, 2028년까지 미국산 에너지 7,500억 달러 구매 약속
• EU, 동일 기간 미국 내 6,000억 달러 신규 투자 약속
▶ 미·일 전략적 무역·투자 협정
• 일본, 5,500억 달러를 미국이 지정하는 분야에 투자
• 미국 핵심 산업 기반 재건 및 확장 목적
• 에너지 인프라, 반도체 제조, 핵심 광물 채굴, 의약·의료 생산, 상업·방위 조선 산업 등이 포함
■ ‘계약금(signing bonus)’이란?
미국 프로스포츠, 특히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선수와 구단이 계약을 맺을 때 구단이 선수에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돈을 흔히 ‘사이닝 보너스’라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국가 간 무역·투자 계약에 적용, 외국이 미국 시장 접근의 대가로 대규모 현금을 낸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무역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는 정부 예산이 아닌 민간·국가 차원의 장기 투자 계획으로, 야구 계약금과 달리 법적 구속력과 실행 시점, 세부 프로젝트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 전문가 시각: ‘관세 외교’의 득과 실
필자는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관세를 지렛대 삼아 투자 약속을 끌어내는 협상술’로 평가한다. 관세 위협을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해 거액 투자를 이끌어낸 것은 단기적으로 미국 산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투자가 무산되면 35% 관세”라는 발언에서 보이듯, 상대국과의 긴장 완화보다는 추가 압박 가능성이 상존한다. 장기적으로는 동맹국과의 신뢰 훼손, 공급망 불확실성 증가, 소비자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의료·방위산업과 같이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한 분야에서는 외국 자본 없이 국내만으로 생산 전환이 쉽지 않다.
또한 ‘수조 달러’라는 표현이 강조됐지만, 5,500억 달러와 6,000억 달러 투자는 8~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미국 GDP 규모(약 28조 달러) 대비 비중은 크지 않으며, 실질 집행 규모와 기간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 결론
트럼프 대통령은 야구 용어를 차용해 대중에게 ‘당장 현금을 받아내는 승리’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투자 약속이 실제로 어느 정도 이행될지는 향후 EU·일본 정부, 민간 기업, 미국 의회의 예산·규제 정책 등 다층적 요인에 달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중심 무역 전략이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목표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앞으로 수년간 데이터를 통해 검증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