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미국)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수입품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세계 최대 칩 제조사들의 공급망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8월 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이 미국에서 이미 생산 중이거나, 확실한 투자 약속을 한 경우에는 관세가 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은 각 기업의 미국 내 투자 규모와 생산 비중을 면밀히 따지고 있으며, 해당 발언 직후 상당수 반도체 종목이 상승세를 보였다.
1. TSMC – 1,650억 달러 ‘메가 플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진행 중인 650억 달러 규모의 첨단 공장 건설에 더해, 올해 3월 추가로 1,000억 달러 투자를 선언했다. 총 1,65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다. 투자 소식이 전해지자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5% 가까이 급등했다.
“우리는 미국 내에서 최첨단 칩을 생산할 준비가 돼 있으며, 공급망을 다변화해 고객을 지원할 것이다.” – TSMC 관계자
TSMC는 현재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피닉스 공장은 차세대 2나노 공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 삼성전자 – 텍사스 거점 강화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며, 수십억 달러 규모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8월 6일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용 이미지 센서를 삼성의 오스틴 공장에서 수급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 발표 후 서울 증시에서 삼성전자 주가 역시 상승 마감했다.
삼성은 첨단 파운드리 외에도 이미지 센서, 메모리 생산을 병행함으로써 관세 리스크 분산 전략을 취하고 있다.
3.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 – ‘Made in USA’ 효과
미국 뉴욕주 몰타에 본사를 둔 글로벌파운드리는 최첨단 공정 대신 28~65나노 범용 공정에 집중한다. 8월 6일 애플과의 생산 협력 확대 발표 직후, 프리마켓에서 주가가 10% 가까이 급등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 미국 제조 기반을 더욱 강화하겠다.” – 글로벌파운드리 성명
동사는 이미 미국 내 공급망을 갖추고 있어 관세 부과 시 가장 큰 수혜주라는 평가를 받는다.
4. SK하이닉스 –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차별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사용하는 HBM(High Bandwidth Memory)을 공급한다. 지난해 4월 약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패키징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해 관세 리스크를 줄였다. 7일 서울 증시에서 주가는 1% 넘게 올랐다.
※ 용어 설명 – HBM은 기존 DRAM 대비 대역폭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세대 메모리로, AI·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5. 엔비디아(Nvidia) – ‘AI 인프라 5,000억 달러’ 로드맵
엔비디아는 4월 발표에서 향후 4년간 미국 내에서 5,000억 달러 규모 AI 인프라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블랙웰(Blackwell) AI 칩은 이미 TSMC 피닉스 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됐다. 소식 이후 프리마켓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1% 상승했다.
6. 애플(Apple) – 자체 칩 설계, 美 공급망 확대
트럼프 대통령은 8월 6일 “애플이 향후 4년간 미국 기업 및 공급업체에 1,000억 달러 추가 지출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올해 미국 기반 공급망을 통해 190억 개 이상의 칩을 생산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제조되는 제품도 포함된다. 6일과 7일 애플 주가는 이틀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전문가 시각 – 관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
시장 분석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동맹국까지 포함한 전방위 생산 거점 확대”를 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업체들은 친환경·전력 인프라, 인력 확보를 놓고 주·연방정부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관세는 공급망 혼란 및 IT 제품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관세 면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현지화율’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모습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구체적인 관세 적용 범위 – 반도체 웨이퍼에 부과될지, 완제품(스마트폰·노트북)에 매겨질지가 관세 효과를 좌우한다.
② 미국 내 실질 투자 이행 속도 – 이미 발표된 투자 계획이 실제 설비 가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인허가·공정 검증 등 변수가 많다.
③ 동맹국과의 협력 – 한국·대만 정부는 자국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 중이다.
※ 기사 내 모든 달러 금액은 미국 달러 기준. 주가 변동 수치는 보도 시점 기준 장중 혹은 프리마켓 데이터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