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지수가 3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루 만에 -0.21% 하락하며 되돌림 장세를 연출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해임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시험 풍선(trial balloon)’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분석한다.
2025년 7월 1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화당 하원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파월 의장을 해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그는 다음 날 기자들에게 “해임 의사는 없다”고 부인했다. 정치권이 독립성을 지켜야 할 연준(Fed)에 개입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달러화는 급격히 약세로 돌아섰다.
“연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은 달러 자본 유출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자산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경고가 월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달러 약세를 부추긴 또 다른 재료는 생산자물가지수(PPI) 둔화와 미 국채 10년물 금리 하락이었다. 6월 PPI는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고, 전년 대비 2.3% 상승에 그쳐 시장 예상치(+0.2% m/m, +2.5% y/y)를 하회했다. 핵심 PPI(core PPI)도 2.6%로, 5월(3.2%) 대비 뚜렷한 둔화세를 나타냈다. 이는 관세(타리프) 인상에도 공급단 인플레이션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한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3bp(0.03%p) 내린 4.02% 선(가정치)에서 마감했다. 채권가격 상승(금리 하락)은 달러 투자 매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려 외환시장의 매도 압력을 확대했다.
경제 지표·통화정책 동향
■ 산업생산·제조업 생산
6월 미국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3% 증가해 전망치(+0.1%)를 상회했으며, 5월 수치는 -0.2%에서 보합으로 상향 수정됐다. 제조업 생산은 0.1% 증가해 시장 예상을 소폭 웃돌았다.
■ 뉴욕연은 서비스업 지수
7월 서비스업 활동지수는 -13.2에서 -9.3으로 개선됐다. 다만 여전히 음(陰)의 영역에 머물러 서비스업 부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 베이지북(연방정부 지역경제 보고서)
연준이 12개 지역별 경제상황을 종합한 베이지북은 “5월 말~7월 초 사이 미국 경제활동이 소폭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불확실성 고조’가 여전하며, 기업들이 관세로 인한 원가 상승을 소비자 가격 인상 또는 마진 축소로 대응 중이라고 분석했다.
참고: 베이지북은 매 회의 전 연준이 정책 판단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정성적 보고서다. 투자자들은 이 문건에 담긴 표현 강도를 통해 향후 금리 경로를 가늠한다.
■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7월 29~30일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3%로, 9월 16~17일 회의에서는 58%로 반영하고 있다. 파월 해임설 충격이 진정되면서 장 마감 무렵 금리 기대치는 전일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주요 통화·자산별 흐름
■ 유로(EUR/USD)
달러 약세 영향으로 0.21% 상승했다. 유로존 5월 무역흑자가 162억 유로로 예상치(140억 유로)를 웃돈 점도 유로화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왑시장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7월 24일 25bp 인하 가능성은 1%에 불과하다.
■ 엔화(USD/JPY)
미·일 금리차 축소, 파월 해임설에 따른 ‘자금 본국 송환(repatriation) 관측’으로 0.60% 하락(엔화 강세)했다. 10년 일본국채(JGB) 수익률은 0.4bp 상승했고, 10년 미 국채 금리는 3bp 하락해 금리 디퍼런셜이 줄었다.
다만 7월 20일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 자민당의 현금 지원 공약과 야당의 감세 공약이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를 부추겨 엔화에는 구조적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 금·은(귀금속)
8월물 금 선물은 22.40달러(+0.67%) 상승, 9월물 은 선물은 0.009달러(+0.02%) 소폭 상승했다. 달러 약세·채권금리 하락과 함께 ‘파월 의장 해임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가 영향을 미쳤다.
용어 설명 및 해석
PPI(Producer Price Index)는 기업이 상품·서비스를 생산할 때 부담하는 도매 물가 수준을 나타낸다. 소비자물가(CPI)보다 선행성이 높아 인플레이션 조기경보지표로 활용된다.
Trial Balloon은 정책 결정을 공식화하기 전에 여론과 시장 반응을 시험적으로 떠보는 행위를 뜻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도 ‘파월 해임설’이 미칠 파장을 가늠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FF 금리선물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연준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정량화한 상품이다. 확률 수치로 변환해 금리 인하·인상 시나리오를 추정한다.
전문가 평가 및 전망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은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基軸通貨) 지위에 장기적 리스크를 제기할 수 있다.”
라는 우려가 월가와 학계에서 나온다. 다만 대통령이 실제로 파월 의장을 해임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지속돼 왔다. 정치 이벤트가 일시적 ‘헤드라인 리스크’에 그칠지, 구조적 달러 약세로 이어질지는 향후 수 주간의 정책·법률 공방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PPI 둔화가 소비자물가 안정으로 연결된다면, 연준은 매파적(긴축적) 스탠스를 완화할 명분을 얻는다. 반대로 관세 영향이 시차를 두고 CPI에 반영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 위험이 재부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달러 방향성은 정치 리스크·물가 지표·연준 스탠스가 얽힌 다층 변수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7월 FOMC 전까지 지표 변동성과 워싱턴 정가의 메시지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