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중(對中) 수위 조절에 주식시장 일제히 반등

뉴욕증시가 13일(현지시간) 일제히 반등했다. S&P 500 지수는 전거래일 급락분을 상당 부분 만회하며 1.22% 상승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91%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는 1.67% 급등해 비교적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같은 시각 12월물 E-mini 선물도 각각 1%대 중반의 오름세를 시현했다.

2025년 10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랠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대중(對中) 관세·수출 제한 카드의 강경 발언을 완화한 것이 직접적 촉매가 됐다. 백악관은 전날 “중국과의 무역 협상 여지를 열어두겠다”고 밝히며 지난주 금요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됐던 투자심리를 진정시켰다.

“중국과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할 준비가 돼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


■ 시장 전반: 위험 선호 회복·안전자산 동반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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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버스데이로 미 국채 현물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금 가격은 2% 이상 급등해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중앙은행의 매입 확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 미 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 미·중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올렸다.

한편, 10년물 독일 국채(분트) 수익률은 2개월 만에 최저치인 2.624%까지 밀렸고, 영국 길트채 10년물 수익률 또한 3주래 최저치(4.644%)로 하락했다. 위험 자산 회복에도 불구하고 채권 강세가 병존한 것은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고용·소비를 둔화시켜 연준의 비둘기파 전환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 무역·거시 변수: 중국 9월 무역지표 ‘깜짝’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해 예상치(6.6%)를 웃돌며 6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수입도 6.4% 늘어나 17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를 일정 부분 완화하며 위험 자산에 우호적 배경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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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일정: 파월 연설·은행 실적 대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4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례회의 기조연설에 나선다. 같은 날 JPMorgan Chase, Goldman Sachs, Citigroup, Wells Fargo 등 대형 은행들이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어닝 시즌이 개막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22%가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이던스를 제시했으나, 분기 이익 증가율은 7.2%로 2년 만에 최저, 매출 증가율 역시 5.9%로 둔화될 전망이다.


■ 주목할 개념 설명

E-mini 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야간·전자 거래를 위해 도입한 소형 주가지수 선물로, 표준 계약 대비 증거금이 낮아 헤지·투기 수요가 크다.

컬럼버스데이는 미국의 법정 공휴일로 일부 금융기관만 휴장한다. 국채 현물은 쉬지만 선물 및 주식은 정상 거래돼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미국 빅테크 7개 기업—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엔비디아, 테슬라—을 묶어 지칭하는 월가 신조어다.


■ 개별 종목 동향

반도체주가 랠리를 주도했다. 브로드컴은 6% 넘게 급등하며 나스닥 100 내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 램리서치, 온세미컨덕터,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KLA, ASML 등이 2~5%대 상승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중 엔비디아·테슬라는 2% 넘게 반등했고, 아마존·알파벳·메타는 1% 이상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1% 안팎의 상승폭을 보였다.

희토류 공급 우려가 부각되며 크리티컬 메탈스(+20%), MP 머티리얼즈(+13%), 라마코 리소스(+6%) 등 대체 공급망 관련주가 급등했다. 금·은 가격 급등으로 쿠어마이닝(+8%), 뉴몬트·프리포트맥모란·앙골드아샨티(각 +3%대) 등 광산주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에스티 로더는 골드만삭스가 투자의견을 ‘매수’로 격상하며 8% 이상 뛰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식에 5% 가까이 올랐다.

반면 패스널은 3분기 EPS가 컨센서스(0.30달러)를 밑돌면서 4% 이상 밀렸고, 마카오 황금연휴 매출이 전년 대비 5%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오자 라스베이거스 샌즈, 윈리조트 등 카지노주는 4%대 하락했다.


■ 정부 셧다운 여파

연방정부 부분 폐쇄가 이어지면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9월 비농업고용, 8월 무역수지 등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BLS)은 “셧다운이 16일까지 계속되면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24일로 연기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64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강제 무급휴가(furlough)에 돌입할 것으로 추산, 실업률이 4.7%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장 베팅(스왑)은 10월 28~29일 FOMC에서 25bp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99%로 반영 중이다.


■ 전문가 시각과 전망

필자의 시각으로, 백악관의 기조 변화가 근본적 전환인지, 아니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단기 전술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 AI·반도체 업황 개선, 중국의 예상외 무역 회복이라는 세 축이 겹치면서 4분기 위험자산 강세 기반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부 셧다운 장기화중국의 희토류 규제 강화가 잠재적 변동성 요인으로 남아 있어, 투자자들은 옵션·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AI 반도체희토류 대체 공급망 관련주는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견조해 보이며,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다시 4%대 초반으로 낮아질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 조절은 일단 시장에 ‘숨 고르기’ 기회를 제공했으나, 무역협상 불확실성·정책 공백 리스크·기업 실적 둔화가 교차하는 국면인 만큼 ‘반등 속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