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시 파월맹비난 “우리 국가가 대가 치르는 중”

[워싱턴 D.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제롬 ‘너무 늦은(Too Late)’ 파월이 또다시 일을 그르쳤다“며 “그는 너무 늦었다. 다시 말해 ‘Too Late’는 완전한 패배자이고, 우리 나라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라고 적었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직후 나왔다. 해당 회의에서 미셸 보우먼·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양측 모두 ‘비둘기파’로 분류)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하며 반대표를 던졌지만, 다른 9명의 위원이 동결에 찬성했다. 1993년 말 이후 처음으로 복수의 연준 이사가 결정에 반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라 하우스 웰스파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반대표는 높아진 관세·물가 압력에 따른 성장 둔화, 즉 ‘스태그플레이션적 충격’ 속에서 적정 통화정책 스탠스를 두고 위원들 사이에 진짜 이견이 존재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용어 해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란 미국 연준 산하 통화정책결정기구로,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결정한다. 매파(Hawk)는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는 금리 인상 선호, 비둘기파(Dove)는 고용·성장 지원을 위해 금리 인하 쪽에 무게를 두는 성향을 지칭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2020년 재임 기간에도 파월 의장을 겨냥해 “금리를 더 빨리, 더 크게 내려야 한다”며 연준을 꾸준히 압박해 왔다. 재임 후반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금리가 제로(0.00~0.25%)까지 떨어졌지만,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사상 최단기간·최대폭 긴축이 이어지자 트럼프는 다시 ‘금리 인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고객 메모에서 “당사는 9월·10월·12월 FOMC에서 각각 25bp(0.25%p)씩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번 고용보고서 결과에 따라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반응도 엇갈렸다. 일부 채권 트레이더들은 복수 이사의 반대를 ‘조기 인하 신호’로 해석하며 국채 수익률이 일시적으로 하락(가격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반면, 코어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웃도는 점을 근거로 “9월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망과 쟁점

1) 대선 정치 변수 – 2024년 미 대선 당시와 달리, 2025년 현재 트럼프는 백악관에 복귀한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 독립성이 정치적 압력에 흔들릴 가능성”을 재차 우려한다.

2)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 높은 관세에 따른 공급망 부담과 성장 둔화가 병존할 경우, ‘물가-성장 트레이드오프’가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연준이 금리 인하 카드를 한층 신중하게 꺼내 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3) 글로벌 파장 – 미국 통화정책은 신흥국 자본 흐름·환율 변동성에도 직결된다. 특히 원·달러 환율한국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전문가 시각 : 기자가 만난 뉴욕 소재 대형 헤지펀드 매니저는 “정책 혼선이 주가 변동성과 신용스프레드를 확대시킬 수 있다”며 “달러화 강세와 긴 채권 듀레이션 전략 모두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발언은 단순 정치 레토릭을 넘어, 연준의 향후 통화 경로·시장 기대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향후 수개월간 발표될 고용·물가·소비지표‘조기 전환’ vs ‘연착륙 지연’ 어느 쪽에 무게를 실어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