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15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명예훼손·비방(defamation & libel) 소송을 The New York Times(이하 NYT)에게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오늘 나는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150억 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및 비방 소송을 제기하는 대단한 영광을 갖게 됐다”고 적었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장을 플로리다주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관할법원·대리인·제소 시점 등 추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NYT가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사업체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며 손해액을 150억 달러로 산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한 근거를 들지는 않았다.
NYT 측은 현지 업무 시간이 아니어서 즉각적인 대응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미국 언론사는 업무 시간 외 언론 문의에 일괄적인 ‘노코멘트’ 또는 ‘추후 답변’ 방침을 취한다.
“우리는 소송 문서를 접수받는 대로 성실히 검토하고 법적 대응 기조를 결정할 것”
이라는 취지의 원론적 입장만이 내부적으로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훼손·비방 소송의 핵심 쟁점
미국 법체계에서 ‘defamation’은 일반적 명예훼손을, ‘libel’은 신문·방송·온라인 게시글처럼 영구적 기록물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을 의미한다. 공인(公人)으로 분류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소하려면, NYT가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를 가지고 허위 사실을 게재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례로 확립된 미국 언론 자유·명예훼손 법리의 핵심 요건이다.
트루스 소셜이란 무엇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주요 SNS에서 계정이 정지된 뒤, 직접 설립한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보수 성향 이용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디지털 연단” 역할을 해 왔다. 그는 이번에도 트루스 소셜을 통해 소송 방침을 가장 먼저 공개했다.
법적·정치적 파급 효과
미국 내 법조계는 “손해배상액 150억 달러가 실제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이후에도 여전히 언론과의 전면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상징적 메시지는 분명하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트럼프 지지층 결집 ▲언론 자유 대(對) 인격권 논쟁 재점화 ▲플로리다주 사법부의 관할권 확대 여부 등 복합적 쟁점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역대 고액 명예훼손 소송 비교
미국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청구한 명예훼손 사건은 매우 드물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2023년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즈가 폭스뉴스를 상대로 제기한 16억 달러 소송이 있으며, 해당 사건은 7억 8,750만 달러에 합의됐다. 이런 전례를 고려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청구액은 역대급이지만 실제 판결 또는 합의 규모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플로리다 관할 선택의 의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를 소송지로 택했다. 플로리다주는 최근 보수 성향 입법 및 법률 해석이 강화되면서,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원고 친화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NYT 측은 ▲피고의 본사가 뉴욕에 소재한다는 점 ▲기사 작성·편집 과정이 뉴욕주에서 이뤄졌을 가능성 등을 들어 관할 이전(Motion to Transfer Venue)을 신청할 여지도 열려 있다.
향후 절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소장을 접수하면, NNYT는 21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예비 면책 동의(Motion to Dismiss), 증거개시(Discovery), 배심원 선정(Jury Selection) 절차가 뒤따른다. 미국 연방법과 주법이 얽혀 있어, 사건이 연방지방법원으로 이송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시사점
한국은 형사상·민사상 명예훼손이 병존하지만, 미국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으로만 명예훼손 구제를 받는 구조다. 이번 사건은 “언론 자유와 책임”이라는 글로벌 이슈를 다시 부상시킬 수 있어, 국내 언론·정치권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거액 청구액이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격권 보호와 표현의 자유 균형』 논쟁이 국내에도 확산될 수 있다.
전문가 진단
스티븐 길러스 뉴욕대(NYU) 로스쿨 교수는 “실질적 악의 입증은 트럼프 측에 매우 높은 장벽”이라며 “본안 판단에 들어가기 전 기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보수 성향 로펌은 “사법부 내 보수 성향 판사가 늘어난 만큼 예전만큼 쉽지 않은 싸움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소송은 아직 정식 접수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NYT의 공식 반박·조정 가능성, 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 변화 등 변수도 존재한다. 향후 관할 결정, 증거개시 절차, 배심 평결까지 장기화하면 미국 내 정치 지형과 언론 환경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