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구리 수입품에 일률적 50% 관세 부과…백악관 “국가안보·무역불균형 대응”

【워싱턴 D.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30일(수, 현지시간) 구리(copper) 수입품 전량에 대해 50%일률관세(universal tariff)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25년 7월 3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행정명령 서명과 동시에 발표됐으며, 백악관이 배포한 팩트시트(fact sheet)에 따라 금요일인 8월 1일 0시부터 즉시 발효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동일한 50% 관세를 부과해 왔으며, 이번 결정은 이를 비철금속인 구리까지 확대한 것이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과도한 해외 의존도와 무역불균형(trade imbalances)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

”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미국산 금속 산업 재건”을 강조하며 자국 내 제조업 부흥을 재차 약속했다.


구리 파이프▲ 2025년 7월 9일 뉴욕 맨해튼 한 리모델링 자재 매장에 진열된 구리 파이프(Spencer Platt | Getty Images)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과 업계는 물가 상승 압력을 우려한다. CBS뉴스는 “건축자재·전자제품·배관 자재 등 구리가 쓰이는 모든 분야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특히 주택 건축·리모델링 업계는 구리가격 변동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조세정책 연구기관 택스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이미 발효 중인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자동차·목재·의약품에 대한 추가 관세 조사까지 감안할 경우, 미국 GDP가 단기적으로 0.3~0.5%p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추산했다.

구리는 철·알루미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금속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수요의 약 50%를 수입에 의존하며, 최대 공급국은 칠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로 칠레뿐 아니라 페루·멕시코 등 중남미 광산업체들의 수출 물량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용어 풀이
일률관세(universal tariff)’는 특정 품목의 모든 수입국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형식으로, 가세로스베니*라고도 불린다. *러시아어에서 ‘일괄’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미국 무역정책 맥락에서는 ‘국가별 차등 없이 동일세율’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무역전문가 크리스틴 맥과이어(뉴욕주립대 무역정책학과 교수)는 “

50%라는 비관세 장벽 수준의 고세율은 단기적으로 가격 급등,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로 이어질 것1

”이라며 “최종적으로 미국 소비자가 부담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마감시한은 연장하지 않겠다”고 못박아 협상의 여지를 차단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시행 직후 구리선물가격(HG.1)이 t당 10% 이상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물경제 파장도 주목된다. 미국 내 배관·전선 제조업체들은 국내 제련설비 확대를 위해 약 12~18개월의 설비 증설 기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반면 미국광업협회(AMA)는 “관세로 국내 광산업 일자리 3만 개가 신설될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정치적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6년 중간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 표심을 겨냥, 제조업 재건을 핵심 아젠다로 내세우고 있다. 철강·알루미늄·구리 ‘3중 관세’를 통해 해당 지역의 고용 회복을 강조하는 셈이다.

다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논란도 제기된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국가안보 예외 적용은 남용”이라며 2분쟁 해결 절차에 착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칠레 정부 역시 외교 경로를 통해 재고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일정
백악관에 따르면 8월 1일 0시(미 동부)부터 관세가 발효되며, 2025 회계연도 기준으로 관세 징수액은 약 12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재무부와 국토안보부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징수 및 모니터링을 총괄한다.

이번 발표는 속보성(breaking news)으로 전해졌으며, 세부 지침과 예외조항은 추후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고시될 예정이다. CNBC는 “더 많은 업데이트가 나오는 대로 보도할 것”이라고 밝혔다.